[숫자로 본 세상] 200


캠퍼스를 떠나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고통과 굴욕, 인내의 시기가 바짝 다가왔다. 웬만한 기업들의 취업 경쟁률은 200대1을 넘는다.

경쟁률 100대1은 놀랄 만한 것이 아닌 예사 일이 된지 이미 오래다.

‘역대 최고의 경쟁률’ ‘사상 최대의 지원자 수’라는 기록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경기가 풀릴 조짐은, 더구나 일자리가 늘어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현재 있는 인원을 줄이려 하는 판에 신규 채용을 늘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1,186명을 뽑는 2005년 제2회 서울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 11만8,747명이 응시해 지원 인원이 사상 최대였다.

반면 많은 중소기업들은 사람을 못 구해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공장을 돌리지 못할 정도다. 원인이 무엇이든,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학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학교를 제때에 졸업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일이 되어 버렸고, 어떻게 든 좀 더 오래 남아 졸업장을 취업 합격증과 맞바꾸려 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기 때문일까. 왜 기업들은 투자를 안 할까. 그 동안 수없이 분석과 대책이 나왔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원점에 서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200’은 말하고 있다.


이상호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5-10-26 16:40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