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힘 불끈…웰빙 보양식

중화권 여행을 하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식당이 바로 오리구이 전문점이다. 사실 전문점이라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중국인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즐기는 음식이니 눈에 밟히는 건 당연한 일.

그에 반해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오리는 왠지 모르게 기피해야 하는 음식으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먹어보지도 않고 원래 오리는 안 먹는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임신 중에 먹으면 아기 손과 발이 오리발처럼 붙는다는 둥 터무니없는 속설까지.

그렇지만 우리 민족이 처음부터 오리고기를 기피했던 건 아닌 것 같다.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 등에서 언급된 오리의 효능을 보면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아우르고도 남는다. 오리가 고기 중에서는 유일한 알칼리성 식품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얘기.

뛰어난 해독력을 갖고 있어 수은이나 양잿물을 먹고도 죽지 않는 강인한 조류가 바로 오리다. 그러니 이를 한약재와 함께 섭취하면 웬만한 보양식도 저리 갈 정도라는 설명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특히 인체 내 독소와 포화지방을 해독, 배출시키는 동시에 혈액을 맑게 하는 점은 요즘 같은 시대에 딱 들어맞는 음식이라 하겠다.

상도동에 자리한 ‘황가네 오리’는 독특한 오리고기를 선보이는 곳이다. 그다지 좋은 위치도, 튀는 외관도 아니지만 이집 오리를 맛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꽤 많다.

황토진흙구이와 한방오리백숙, 그리고 훈수육 3가지가 메뉴의 전부다. 그 중 한방오리훈수육은 지금까지 갖고 있던 오리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뒤집어주는 메뉴.

주인부부가 개발한 것으로, 오리 냄새는 커녕 소시지 같기도 하고 담백한 수육 갖기도 한 오묘한 맛에 반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전문지식 없이 오리전문점을 연 주인부부가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것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염지방법이었다.

염지제를 비롯해 마늘, 후추 등을 몇 g까지 정확히 측정해 양념에 잰 뒤 이틀 정도 냉장숙성 시키는 게 비법이면 비법이랄까. 이렇게 숙성된 오리들이 진흙구이가 되기도 하고 훈수육이 되기도 하는 것.

진공처리를 하면서 익힌 훈제오리를 손님 상에 낼 때 또 한번의 과정을 거치는 점이 특이하다.

월계수잎과 정향, 산초, 계피 등을 달인 약초물 냄비 위에 삼발이를 얹고 수육을 올려놓는다. 이렇게 하면 마지막 남은 잡냄새 제거는 물론 끝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

수육을 먹는 방법이 또 특이하다. 깻잎을 뒤집는 것이 포인트. 이는 깻잎이 잘 씻어졌는지 확인하고 또 쌈을 먹을 때 부드러운 면이 혀에 먼저 닿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깻잎 위에 무 초절임과 부추무침 등을 함께 올려 싸 먹으면 그만이다.

한편 갖가지 한약재가 들어간 진흙구이는 보기만 해도 보양식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오리 뱃속에 찹쌀과 10여 가지의 약재와 견과를 넣어 3시간 가량을 진흙 틀에서 구워내는 것. 기름이 쏙 빠지는 것은 물론 한약재 덕에 향도 좋고 살은 더 야들야들해져 별미다.

또 모든 메뉴에는 오리 육수로 맛을 낸 영양죽이 제공되어 어린이나 어른들과 함께 찾아도 좋다.

메뉴 : 황토진흙구이 4만원, 한방오리백숙 3만원, 한방오리훈수육 3만원. 진흙구이는 4시간 전, 백숙은 1시간30분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

영업 시간 :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명절 당일만 휴무.

찾아가는 길 : 지하철 7호선 상도역 2번 출구, 외환은행 쪽으로 돌아 8번 마을버스에 탑승한다. 두 정거장 뒤 하차해 신상도파출소까지 약 50m 내려오면 파출소 맞은편에 황가네오리가 보인다. 02-812-0070




서태경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