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애환과 해학이 듬뿍

가을이라 그런지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나 드라마들이 인기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조금 오래된 중국 영화, ‘인생’을 만나보자.

장이모 감독이 1994년에 만든 이 작품은 1940년대에서 60년대까지 중국의 격변기를 한 가족의 눈으로 담담히 그리고 있다.

주인공 부귀(갈우)는 지주의 아들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지만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한다. 아내(궁리)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서야 정신을 차린 부귀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밑천도 없는 그가 선택한 일은 그림자극. 그 와중에 중국에는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다. 우연히 군대에 끌려갔다 그곳에서 그림자극을 하게 된 부귀는 공산당으로부터 공로증을 받고 그때부터 철저하게 사회주의를 위해 헌신한다.

그러나 충성의 대가는 그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딸은 청각을 잃고 아들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죽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꿋꿋이 불행을 견뎌 가는 부귀 일가. 세월이 흐른 후, 시집간 딸이 출산을 하게 되어 이들 부부에게는 모처럼 희망이 생긴다.

그런데 문화대혁명이 일어나는 통에 딸의 출산은 경험도 없는 의대생들에게 맡겨진다. 급하게 불러 온 늙은 의사는 만두를 먹다 체해 도움이 되지 못하고, 딸은 과다 출혈로 죽어간다.

거듭된 불행 속에서도 ‘살아 내야만 하는’ 이들 일가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관객은 이 영화를 통해 거대한 역사의 흐름 앞에 무력하기만 한 소시민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용기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건 작은 희망이 항상 곁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부귀 부부 앞에 남겨진 어린 손자는 그들의 삶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임을 말해준다.

이 작품은 중국작가 여화의 ‘활착(活着: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다. 원작 소설은 중국 20세기 100대 문학작품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인생’은 1994년 당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로 유력했으나 중국 정부 당국의 방해로 수상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대신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남우주연상, 박애주의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열린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한다.

주인공 가족이 겪는 굴곡 많은 삶의 모티브에는 ‘만두’가 있다. 어린 아들이 죽던 날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아이를 달래며 싸준 도시락이 만두였고, 딸을 돌보러 온 의사를 체하게 만든 음식도 만두이다.

부귀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딸의 무덤에 와서 이렇게 뇌까린다. “만두를 먹고 더운물을 마시면 뱃속에서 7배로 불어난대.

그 의사가 7개를 먹었으니 49개를 먹은 셈이지. 그러니 탈이 안 날수가 있나.” 불행도 웃음으로 녹여내는 중국인만의 독특한 시각이 돋보이는 대사이다.

텐진지역 구부리기 만두가 유명

천여 년의 역사를 지닌 만두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이다. 특히 산동성 지역 사람들은 만두로 하루 세 끼를 먹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국에서 만두라고 하면 보통 얇은 피에 소를 많이 넣은 것을 가리키지만 중국에서는 이를 교자라고 부른다. 중국식 만두는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켜 호빵처럼 두껍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고기나 팥소가 들어가면 포자, 소가 없으면 만두이다. 만두는 북부식과 남부식,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북부식은 기공이 크고 부드러운 데 반해 남부식은 기공이 조밀하고 쫄깃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 최고의 만두로 일컬어지는 것은 톈진 지역의 구부리(狗不理) 만두이다. 1858년 톈진에는 ‘구자(狗子)’라는 사람이 하는 만두집이 유명했다.

이 만두집 주인은 말수가 적고 성실해서 만두를 만들 때 손님 얼굴도 쳐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얼굴을 보지 않는다’는 뜻의 부리(不理)가 붙어 ‘구부리’라고 불렸다.

위안 스카이가 우연히 이 만두 맛을 보고 반해 서태후에게 진상했고, 구부리 만두는 중국을 대표하는 만두로 유명해졌다.

따끈하고 포근한 감촉의 중국 만두는 날씨가 쌀쌀해질 때 제격인 음식이다.

*중국 만두 만들기

-재료:

밀가루 500g, 설탕 1/4컵, 이스트 1큰술, 베이킹파우더 1큰술, 우유 1/2컵, 미지근한 물 3/4컵. 돼지고기 200g, 파 1개, 표고버섯 3장, 참기름 2큰술, 간장 2작은술, 소금․설탕 각1작은술, 후추 약간, 생강 1쪽, 죽순 약간

-만드는 법:

1. 밀가루에 발효시킨 이스트를 넣고 반죽하여 2시간쯤 두어 부풀린다.

2. 1에 베이킹 파우더를 넣고 직경 7cm로 얇게 민다.

3. 볶은 표고버섯에 다진 파와 돼지고기, 생강과 죽순 등을 넣어 볶고 간을 한다.

4. 만두피에 소를 넣고 주름을 잡아 붙인다.

5. 찜통에 젖은 보자기를 깔고 안친 다음 센불에서 20분간 쪄낸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