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 장의 깊은 맛 일품

‘그 집의 음식을 알려면 장 맛을 보라’는 말이 있다. 사실 요즘 장을 직접 담가 먹는 집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된장, 고추장이 빠진 한국인의 밥상을 상상하는 것도 쉽지 않다. 먹고 살만해 지니 웰빙에 관심 갖는다고 하지만, 우리 식문화를 돌아보면 이미 웰빙을 실천해오고 있다.

무엇보다 장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물론 일본이나 중국, 한국을 한데 묶어 대두 문화권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우리네 그것은 더 유별나다.

유독 금기사항이 많았고 정성 또한 대단했다. 목욕재개는 기본이고 장 담그기 사흘 전부터 외출을 삼갔다. 또 ‘장맛이 변하면 집안이 망할 징조’로 여기거나 ‘법도 있는 집안의 마님은 서른 여섯 가지 장 담그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장 문화’는 그야말로 느림의 미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 자리에서 만들어먹는 즉석 음식과는 반대로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장의 참 맛을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장은 슬로우푸드의 대표주자다. 요즘처럼 먹을 것에 대한 우려와 비난의 소리가 높을 때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이 더 커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인천시 구월동에 자리한 해월토장집은 이름 그대로 토장 전문점이다. 토장은 된장의 이북식 표현이다. 해월토장집의 분위기는 일반 한식집과 비슷하지만 이곳의 비밀은 다름 아닌 정성스러운 장맛에 있다. 깨끗하게 쓸고 닦은 마루가 그냥 평범한 가정집 같다. 가만히 앉아 있자니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을 기다리는 기분이다.

된장수육, 된장비빔밥, 청국장, 된장국밥 등이 대표메뉴다. 특히 된장과 마늘, 양파, 후추 등을 넣고 가마솥에서 쪄낸 돼지고기는 냄새가 전혀 없고 육질이 부드러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다. 여기에 동동주 한 대접을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아니 동동주가 절로 생각나는 상차림이다.

신김치를 송송 썰어 끓여낸 청국장 역시 냄새가 적고 담백하다. 그 동안 퀴퀴한 냄새 때문에 청국장 주문을 꺼리던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전형적인 청국장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진하게 찐 된장찌개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집만의 독특한 청국장에 반한 사람이 이미 한둘이 아니다.

된장찌개와 부추를 넣고 비벼먹는 된장비빔밥은 한 끼 식사로 부담스러울 정도로 푸짐하다. 곁들여 나온 반찬은 가짓수가 적지만 짜지 않고 깔끔해 된장과 잘 어울린다.

메뉴 : 된장비빔밥 5,000원, 청국장 5,000원, 된장국밥 5,000원, 된장수육 1만원(2인용)~1만8,000원(3인 이상)

찾아가는 길 : 인천 길병원 사거리에서 소래방향으로 진행하다 작은 구월사거리에서 우회전

영업시간 :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032-467-6221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