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한 맛, 환절기 감기예방에 "굿~"

요리 만화의 재미는 뭐니뭐니 해도 현실에서 맛보기 힘든 색다른 요리들을 간접 체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리 만화에는 빠지지 말아야 할 요소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그 요리를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서양 골동 양과자점’으로 잘 알려진 만화가 ‘요시나가 후미’가 이번에는 색다른 요리 만화 한 편을 내놓았다.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라는 약간 묘한 제목의 이 만화는 도쿄에 있는 맛 집을 소개하는 일종의 가이드북 형태를 띄고 있다.

도쿄 맛집 소개 형식의 만화

주인공인 만화가 Y나가가 주변 사람들과의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을 ‘음식’을 매개로 하여 풀어내는 것이 주 내용이다. 매 페이지마다 게 맛이 농후한 리조토와 새우가 톡톡 터지는 새우 부추 군만두, 체다치즈가 몽글몽글하게 들어간 치즈 베이글 등이 등장해 군침이 고이게 한다. 작가의 ‘실감나는’ 음식 묘사들을 읽다 보면 도쿄행 비행기표를 끊고 싶은 충동까지 들게 된다.

이 만화의 또 다른 재미는 음식 맛만큼이나 맛깔 나는 대사들이다. 어떻게 하면 맛 집들을 많이 알 수 있느냐는 지인의 질문에 “이 보셔, 나는 일할 때랑 잘 때 빼고는 거의 하루종일 먹는 것만 생각하면서 살아왔거든.

그리고 종류에 따라선 일할 때조차 먹는 걸 생각하고 있다고. 그만큼 먹는 데 일생을 바쳐왔으면 먹을 것도 나에게 얼마쯤은 보상을 해줘도 된다고 생각한다만”이라고 툭 던지는 장면이나, 똑똑하고 야무지고 상냥하고 귀여운 여자가 좋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는 “그건 말이죠. 언제까지나 소년 같은 순수함을 간직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어엿한 어른이라서 여차할 땐 의지가 되고, 약간 와일드하지만 평소엔 내가 억지를 부리면 ‘하는 수 없지’하고 들어줄 것 같은, 나르시스트는 아니면서도 자기 옷차림엔 신경 쓸 줄 아는 남자만큼이나 어려운 거예요.”라는 대사들을 보면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썰렁한 듯 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유머를 맛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이 만화를 추천한다.

2장에서 Y나가는 원고 마감을 코앞에 두고 ‘곱창전골이 먹고 싶다’며 떼를 쓴다. 결국 무사히 탈고를 하고 S하라와 함께 찾은 곳은 신오쿠보에 있는 한국 식당. 내장 요리를 죽도록 좋아한다는 Y나가는 얼큰하고 개운한 곱창 국물과 곁들여 나오는 야들야들한 물만두로 마감을 자축한다.

일본인들이 즐기는 한국음식 중 하나

한국 요리를 즐기는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 중 하나가 곱창전골이다. 일본식 나베와 비슷한데다 곱창이 스태미너에 좋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곱창에는 주독을 해소시키는 성분이 있다고 하여 애주가들이 즐긴다.

‘곱창’이라는 단어는 정확히 말해서 ‘고기로 쓰이는 소의 작은창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기름기가 많은 데다가 곱슬머리처럼 꼬부라진 모양을 갖고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내장 요리 중에서도 곱창은 특히 손질하기 어려운 재료 중 하나로 꼽힌다. 먼저 겉 표면의 하얀 기름덩이를 제거하고 밀가루나 왕소금을 넣어 바락바락 주물러 씻어낸다. 질감이 연해지려면 오랜 시간 삶아내야 한다.

곱창은 다른 고기에 비해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철분 등이 풍부하다. 이런 성분들은 몸을 따뜻하게 하여 환절기 감기 예방에도 좋다. 각종 야채와 얼큰한 양념을 넣고 끓여낸 곱창전골은 여럿이 먹을 때 더욱 맛있는 음식이다.

*곱창전골 만들기

-재료:

(4인분) 곱창 300g, 김치 100g, 두부 1/4모, 애호박 1/3개, 대파 1대, 풋고추 1개, 붉은 고추 1개, 유부 4쪽, 깻잎 20장, 흰떡 200g, 밀가루 3큰술, 굵은 소금ㆍ후춧가루 약간씩

-곱창 삶을 때(물 3컵, 간장 1큰술, 저민 생강 10g, 대파 뿌리 4개, 통후추 5알, 마늘 3쪽, 양파 1/2개)

-곱창 양념(고춧가루 2큰술, 다진 양파 4큰술, 간장 1큰술, 육수 1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청주 1큰술, 다진 생강 약간, 깨소금ㆍ소금ㆍ후춧가루ㆍ참기름 약간씩)

-만드는 법:

1. 곱창은 겉에 붙은 기름을 떼고 굵은 소금과 밀가루를 뿌려 바락바락 주무른 후 물로 여러 번 헹궈낸다.

2. 향신 재료를 분량의 물에 넣고 팔팔 끓인 후 곱창을 넣고 15분 정도 삶아 건진다. 국물은 기름을 걷어내고 면보에 내려 육수로 준비하고 곱창은 4㎝ 길이로 썬다.

3. 김치는 속을 털어 내고 4㎝ 정도로 썬 후 대파도 김치 길이로 잘라 반으로 가른다.

4. 나머지 야채와 두부, 유부도 각각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5. 흰떡은 30분 정도 물에 담가 부드럽게 불린다.

6. 곱창에 양념을 섞어 넣고 간이 배도록 골고루 버무린다.

7. 전골 냄비에 재료를 담고 육수를 부어 끓인다. 간을 맞춘 뒤 흰떡과 깻잎을 넣는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