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저작권료 황당사건

“애국가를 사용하는데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것 알고 계셨습니까? 불편을 덜기 위해 정부가 애국가의 저작권을 구입하자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올 초 불거졌던 애국가 저작권 논쟁을 다룬 뉴스의 일부다. 영리목적으로 사용되는 애국가는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

이로 인해 스페인의 로리타 안(89) 여사 등 고 안익태 선생 유족은 ‘돈에 얽매인 외국인’이라고 매도 당하는가 하면, 심지어 일부에서는 “애국가를 바꾸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애국가마저 돈의 논리에 휩싸이면서 씁쓸함을 안겨주었던 이 논쟁은 3월16일 안익태 선생 가족이 ‘애국가는 대한민국의 것’이라며 무상 양도를 결정함으로써 종지부를 찍었다.

극단 ‘차이무’의 열 한번째 공연이자, ‘열 살 기념’ 공연인 ‘마르고 닳도록’의 소재는 바로 이 같은 애국가 저작권료 논쟁이다. 스페인 마피아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애국가 저작권료를 요구한다는 웃기면서도 다소 황당한 이야기다.

1965년 9월, 안익태 선생이 스페인에서 사망하자 한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저작권료를 챙길 목적으로 스페인 마피아들은 30년간 5차례의 원정대를 파견한다.

원정기간 동안 마피아들은 네 명의 한국 대통령을 만나지만 거절 당하고, 속고, 배신 당하면서 번번히 빈손으로 돌아온다. 최루탄에 울기도 하고,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로 대원들이 죽기도 했다.

포복절도 코미디 속에 치열한 풍자가 숨어있다. 이야기는 새마을운동, 12ㆍ12사건에서부터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다.

연극 ‘칠수와 만수’ ‘거기’ ‘늙은 도둑 이야기’ 등을 만든 중견 연출가 이상우가 연출을 맡고, 문성근이 강신일, 김승욱 등과 함께 20년 만에 한 연극무대에 오른다. 12월1일부터 17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화~금 오후 7시30분, 토ㆍ일 오후 3시, 7시30분. 02-747-1010

[문화 단신]

·어린이연극 ‘우리는 친구다’

일상생활에 자리잡은 아이들의 고민과 꿈, 그리고 현실을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3학년과 유치원생인 남매를 통해 동화 속 판타지가 아닌 아이들의 일상을 가감 없이 그려나간다.

그간 어른들의 시선과 가치관으로만 평해온 정치, 사회, 교육 등 아이들을 둘러싼 현실이 아이들의 눈높이로 진지하게 재해석된다. ‘지하철 1호선’의 극단 학전이 선보이는 어린이 무대다.

만 36개월 이상이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11월25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화ㆍ목ㆍ일 오후 3시, 금ㆍ토 오후 2시, 5시. 02-763-8233.

·록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21세기형 록 뮤지컬로 무대에 올려진다. 강렬한 5인조 록밴드의 생생한 라이브 연주 속에서 시공을 초월하는 사랑의 원형을 그려나간다.

경기 지역 문예예술회관들의 첫번째 공동제작 프로젝트. 11월25, 26일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12월에는 의정부 예술의 전당(2, 3일), 부천시민회관(9, 10일),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16, 17일), 안양 문예회관(22, 23일), 고양 어울림극장(28, 29일) 등에서 순회 공연한다. 031-828-5841~2.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