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바다내음에 스트레스 '쏵'

“엄마, 이제 먹어도 돼요?”

“아니. 아직 덜 익었어. 다 익으면 저절로 입이 벌어질 거야.”

“야~ 정말 맛있다!”

체험장 마당이 시끌벅적하다. 굴 구워 먹는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이다. 평소에 굴로 만든 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아이들도 굴 구이 체험은 마치 재미있는 놀이라도 하듯 좋아한다. 신선한 바깥 공기와 ‘타닥타닥’ 불타는 소리, 또래 아이들끼리 혹은 단란한 가족끼리 둘러앉아 굴을 구워 먹기 때문이다.

1년 365일 신나는 바다체험

마을 한가운데 논이 넓게 자리한 볏가리마을은 얼핏 보기에 전형적인 농촌 마을처럼 보이지만 마을 앞 솔숲을 지나 조금만 가면 바다가 펼쳐진다.

농촌의 정겨움과 어촌의 낭만을 두루 체험할 수 있어 일석이조. 특히 바다는 1년 내내 체험이 가능해 가을걷이가 끝난 늦가을이나 겨울에도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볏가리의 자랑인 바다 체험장에서는 바닷가 산책, 조개잡이, 굴 따기, 독살체험, 염전체험 등이 가능하다. 독살은 어업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 선조들의 전통 어업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좋은 학습 자료다.

밀물과 함께 해안가까지 밀려왔던 물고기들이 돌을 쌓아 만든 독살 안에 갇혀 썰물에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 지역에서 사용하던 어업 방식이다.

요즘은 독살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대부분 사라졌는데 볏가리마을에서는 바다 체험을 위해 11월 초에 독살을 복원했다.

굴도 까고 소금도 만들고

태안은 서산과 함께 서해안에서 굴이 많이 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마을에서는 굴이 자라는 곳을 볼 수도 있고, 어민들이 채취한 것을 가지고 굴 까기, 굴 구이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갯벌에 마련된 굴 양식장은 이름이 양식장일 뿐 굴이 달라붙도록 끈을 설치하는 것 외에는 모두 자연적으로 이뤄진다. 체험 온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굴 구이 체험.

볏가리마을 앞 해변 산책로와 바위구멍

마을 주민들이 수확해 온 굴을 마당에 쌓아 놓고 숯불을 피워 굴을 구워먹는 것이다. 익으면 저절로 입을 벌리기 때문에 먹기도 수월하다. 불에 적당히 익은 굴은 싱싱하면서도 건강한 바다 냄새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마을에는 전통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 남아 있어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 볼 수 있다. 직접 고무래질로 소금을 모으거나 수차와 용두레, 맞두레로 염전에 물을 퍼 올릴 수 있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염전을 개방하고 있는데 11월말까지 체험이 가능하다.

소원 담은 솟대

마을 앞 솔숲에는 소원 주머니를 단 솟대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솟대는 예로부터 정월대보름날 동제를 지낼 때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농을 기원하며 나무를 깎아 마을 입구에 세워 놓던 것이다.

볏가리마을에서는 나무로 오리를 깎아 세우고 각자의 소원을 적은 종이를 빨강 파랑 주머니에 넣어 솟대에 매다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솟대가 서 있는 솔숲 주위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길은 바닷가로 이어진다. 해변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바닷가에 우뚝 솟은 바위 절벽과 그 바위에 둥그런 구멍이 뚫린 구멍바위가 보인다. 이 구멍바위를 통과하며 소원을 빌면 원하는 바가 이뤄진다고.

마을 이름의 기원이 된 볏가릿대 놀이는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하는 이 마을의 오랜 전통이다.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리기 위해 정월대보름 전날 밤에 마을 주민들이 모여 볏가릿대를 쌓았던 것.

이렇게 쌓아둔 볏가릿대는 ‘머슴의 날’인 음력 2월1일까지 그대로 두는데, 이날 잘 차린 음식과 술을 나눠 먹고 흥겹게 춤을 추며 볏가릿대를 도는 행사를 갖는다.

학이 쉬어간 해변

볏가리마을 주변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다녀가고픈 여행 명소도 즐비하다. 마을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자리한 학암포는 아담한 포구와 멋진 해변이 보기 좋은 곳.

볏가리 마을 갯벌체험 마차

학이 노닌다는 뜻을 지닌 학암포는 방파제를 가운데 두고 동쪽과 서쪽에 해변이 발달해 있다. 서쪽 해변이 특히 운치 있는데 썰물 때면 길이 연결되는 자그마한 섬이 해변 풍경을 한층 근사하게 만든다.

학암포에서 10여분 정도 달리면 신두리에 닿는다. 신두 사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해안 사구지대로 강한 바닷바람이 모래를 해안가로 밀어 올려 생긴 모래 언덕이다.

이곳은 약 60여만평에 이르는 넓은 규모에 사구가 형성돼 있다. 지금은 사구 지대 위에 떨어진 풀씨가 자라 초원처럼 보인다. 서해안에서는 보기 드문 지형으로 마치 제주도의 초원지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체험여행 수첩

*볏가리마을 : 당일 체험 - 4인 가족 4만원(체험 및 점심 식사 포함), 1박2일 체험 - 4인 가족 12만원(체험 및 1박3식 포함). 갯벌체험(조개 잡기, 굴 따기, 독살 체험 등), 짚풀 공예, 전통 먹거리 만들기(두부, 인절미 등), 염전체험, 솟대 만들기, 농사 체험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체험 가능. 정월대보름, 음력 2월1일에는 볏가릿대 세우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 전통 민속행사도 체험할 수 있다. 볏가리 마을 ☎041-672-7913, 011-9635-9356 홈페이지 www.byutgari.go2vil.org

*찾아가기 :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로 나간 다음 32번 국도를 따라 서산시 진입. 태안방면으로 77번 국도를 달리다가 태안 읍내에서 603번 지방도로 갈아탄다. 원북면소재지, 이원면소재지를 지나 603번 도로를 계속 달리면 볏가리마을 표지가 나온다. 볏가리마을에서 나와 이원방조제를 지나 우회전하면 학암포로 이어지고, 학암포에서 원북 방면으로 나오다보면 오른편에 신두 사구 가는 길이 보인다. 태안군 문화관광과 ☎041-670-2544




글·사진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