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착' 혀에 '살살'…한우는 이런 맛

불황에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은 식비다. 근사한 분위기 대신 푸짐하고도 저렴한 음식을 찾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요즘,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된 곳에서 정직하게 만들어진 음식을 먹는 게 서민들의 작은 바람이다.

큰맘 먹고 찾은 식당에서 기대 이하의 서비스를 받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전국 맛 지도’를 꿰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럴 때는 어디는 뭐가 맛있다더라, 또 거기는 뭐가 괜찮다는 식의 입 소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최소 10년 이상 같은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면 한번쯤 믿어볼 일이다.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 사거리에 자리한 마포생등심은 25년 동안 한우암소만 취급해온 곳으로 유명하다. 말이 쉽지 한 직장도 20년 이상 다니기 힘든 요즘 25년간 음식 하나로 그 동네의 터줏대감이 되는 게 쉽지 않다.

다른 건 없단다. 그저 확실한 고기만을 사용한다는 것 외에는 비법이 없다. 25년 전부터 지금까지 강원 횡성의 지정된 곳에서 매일 신선한 고기를 공급받고 있다.

고기를 얼린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한다. 일단 얼리고 나면 육즙이 줄고 영양소가 파괴되어 부드러움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돼지갈비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사시미나 육회로 사용할 것만 빼놓고 일주일 정도 냉장숙성 시키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얼마나 정확한 지 그날 들어온 고기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원들과 함께 나눌지언정 상에는 절대로 내지 않는다.

그 흔한 고기 써는 기계조차도 볼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손으로 직접 고기를 썬 탓에 이 집 사장님 손엔 굳은살이 단단히 박혀 버렸다.

또 손끝은 어찌나 예민한지, 이제는 고기만 만져 봐도 새끼를 낳았는지 안 낳았는지 까지도 구분할 수 있다. “새끼를 낳지 않은 아가씨 소에는 손이 짝짝 붙는다”는 것이 25년 전문가의 이야기다.

그런 고기가 어디 손에만 붙을까. 입에 착착 붙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고기는 생고기로 먹어도 될 정도로 신선하다. 고기가 숯불에서 익는 시간을 참기 어렵다면 그냥 먹어도 된다.

찰지고 부드러운 게 오히려 익힌 것보다 낫다. 구이로 등심을 먹는다면, 살짝 불김만 스치는 게 요령이다. 육즙이 풍부해 고기가 정말 살아 있는 것 같다.

함께 나오는 간과 천엽은 그야말로 횡재다. 맛보기가 아니라, 소주 몇 잔은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하지만 매일 공수 받는 양이 한정되어 있는데다, 예전과 비교해 쇠고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이마저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가게 외관이 다소 허름한 탓에 실망을 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기 맛을 보면 인간의 혀가 선입견까지 바꿀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메뉴: 생등심(200g) 2만8,000원, 육회(300g) 4만원, 육사시미(150g) 3만원, 주물럭(200g) 2만4,000원, 돼지갈비(300g) 8,000원, 가브리살(200g) 8,000원, 냉면 4,000원.

찾아가는 길: 지하철 1호선 제기역 부근 경동시장 사거리에서 동대문구청 방향, 경동한방프라자(경동웨딩홀) 옆 골목.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명절 당일만 휴무. (02) 964-8387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