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가을이 아쉬운 꽃방망이

꽤 여러 날을 길에서 보내게 생겼다.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하는 재선충이 인위적으로 이동되지 않도록 나무를 싣고 다니는 차량을 검사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재선충 차량단속이라니, 글 쓰는 이가 식물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싶으시겠다. 맞긴 한데, 재선충은 정말 위급한 일이어서 산림청 산하 모든 직원이 다 나섰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소나무 없는 이 강토를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적은 돈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이 병든 나무를 차에 싣고 소나무의 재앙을 퍼트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일상에 없던 워낙 특별한 일을 하다 보니. 어찌 되었든 그 때문에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국도에 다니는 차량들과 그 너머 겨울이 와버린 들녘이며 그 끝에 이어지는 산자락을 아주 오래도록 바라볼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미역취 생각이 났다. 아마도 올 한 해 동안 가장 오래도록 늦게까지 꽃을 피워 눈길을 잡았던 풀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환하게 밝은 노란속 꽃들을 마치 꽃방망이라도 만들듯 가득 뭉쳐 달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벌들을 불러 모았던 미역취.

왜 미역취가 되었을까. 사실 우리가 취나물이라고 해서 먹는 참취와는 조금 다른 집안이지만 그래도 잎을 나물로 먹을 수 있기에 ‘취’라는 글자가 붙었고, 먹어보지 않아 확인할 수 는 없었지만 미역취 나물로 국을 끓이면 풀어져 마치 미역국같은 모습과 맛을 낸다 하여 붙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돼지나물이라고 하는 별칭도 있다는데, 어딜 봐도 돼지가 주는 이미지처럼 부피가 많고 게걸스럽고 한 모습이 보이지 않아 그 별명의 연유는 짐작하기 어렵다.

미역취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산이나 들이나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자라는 모습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서 볕이 잘 들고 충분한 곳에서는 앞에서 말한 꽃방망이가 보다 길고 환하며, 숲으로 조금(많이 들어가면 잘 살지 못한다)들어가면 꽃송이들이 좀 작고 엉성하게 달린다.

제주도 한라산을 올라가면 아주 키도 작고 앙팡지고 실한 모습으로 자라는 경우도 있는데 사람들은 이러한 종류를 특히 고산미역취라고 하여 관상용으로 가치를 높게 치고 있다.

보통 자라는 미역취도 키의 차이가 많아서 무릎높이 정도 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조건이 좋으면 허벅지 높이 이상 올라오기도 한다.

잎은 땅 위에 붙어 자라는 잎들이 있고, 꽃이 필 즈음이면 줄기에 달린 잎들만 남는데 잎자루엔 날개가 있고 줄기 위로 갈수록 잎도 작아지고 잎자루도 짧아진다.

꽃은 오래 핀다. 여름이 되면 피는가 싶고 가을이 가도록 남아있다. 꽃 한 송이(이도 사실은 꽃잎같은 아주 작은 꽃들이 모여 이루어진 꽃차례이긴 하다)가 모여 앞에서 말한 것처럼 꽃방망이를 만드는데 그 작은 꽃차례 하나의 지름은 1㎝정도, 꽃방망이의 길이는 작게는 5㎝에서 크게 자란 것은 30㎝되기도 한다.

쓰임새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나물로 먹고, 관상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또 한방에서는 일지황화(一枝黃花: 꽃의 생김새를 이야기했으니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짐작이 가실 듯하다)라고 하여 감기로 인한 두통을 비롯한 여러 염증 타박상등에 처방한다고 한다.

미역취의 꽃 한송이가 아름답고 소중하듯, 이 땅에 살아가는 생명들에게는 무엇이든 의미가 있을 법한데, 오랜 세월을 살아온 소나무에 큰 어려움이 닥쳐온 것을 보니, 무엇인가 자연을 질서있고 조화롭게 엮어가는 일에 우리가 한참 부족한 듯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