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낙지 한접시면 지친 몸 거뜬

난장(亂場)처럼 요란했던 단풍놀이 철이 끝나고 본격적인 겨울 초입에 들어섰다. 바쁜 일상 때문에 단풍구경 한번 제대로 못 갔던 연인들은 첫눈의 낭만을 준비하고 있을 거고, 사는 게 녹록치 않은 서민들은 또 한 해의 겨우살이 걱정에 주름 깊어지는 때가 요즘이다.

하지만 그런 낭만이나 걱정은 제쳐두고 이제 본격적으로 맛이 오르기 시작하는 낙지 먹을 생각만 하면 입에 저절로 침이 고이는 때가 바로 지금, 겨울의 초입이다.

서울 왕십리 교보생명 후문 앞의 다현갯벌세발낙지전문점은 무안과 신안에서 직송하는 산낙지만을 재료로 하는 낙지요리 전문점이다.

낙지를 재료로 하는 거의 모든 요리를 취급하는 집으로 목포가 고향인 주인 강용원 사장은 어린 시절부터 갯벌에 나가 낙지를 잡으며 놀았고, 어머니는 그 낙지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었다. 어머니의 그 맛을 서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서 서울에 올라와 낙지 전문점을 시작했다.

모든 음식이 그렇겠지만, 특히 낙지는 오래 씹어야 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아무리 손 맛이 좋아도 재료 질이 떨어지면 제대로 맛을 낼 수 없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 가게 시작부터 지금까지 고향에서 잡히는 최고급 낙지만 엄선해 항공편이나 고속버스로 공급 받고 있다.

재료비의 부담이 크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그 전통을 깬 적이 없기 때문에 서울의 쟁쟁한 식당들 중에서 목포와 똑같은 맛을 내는 전문점으로 인정을 받았다.

낙지를 제대로 먹을 줄 아는 사람은 세발낙지를 선호한다. 다현의 세발낙지는 소주잔 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일명 ‘꽃낙지’만 양푼에 담아 내놓는데, 미식가들은 신선함이나 맛이 목포나 무안의 바닷가에서 먹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평가한다.

나무젓기락에 둘둘 말아 초장이나 기름장에 찍어 한 입에 쏙 넣으면 짭짤하면서도 달디 달고 쫄깃쫄깃 하면서 감칠 맛 나는 세발낙지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세발낙지를 즐기는 사람들은 한 자리에서 20마리씩 먹기도 한다.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연포탕도 별미다. 육수는 뒤포리, 다시마, 고추씨, 양파, 황태머리로 우려내 만드는데 대하, 새우 미더덕 등 해물과 한약재를 넣고 끓이다가 손님이 보는 앞에서 산낙지를 넣어준다.

적당히 익은 낙지의 질감도 좋지만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이고 영양가도 최고라 겨울철 최고의 보양식 역할을 한다.

낙삼겹보쌈은 주인이 직접 개발한 메뉴로 매운 낙지와 보쌈을 함께 맛 볼 수 있다. 매콤한 맛과 담백한 맛을 동시에 맛 볼 수 있는데 같이 먹으니 의외로 궁합이 잘 맞는다. 얇게 썬 무절임에 매운 낙지와 돼지고기를 함께 넣고 싸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기본 반찬도 푸짐하고 맛있다. 계란찜, 김치, 파래무침, 동치미 등 매일 8가지 이상의 반찬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직접 전수받아 만드는 돌산 갓김치와 고추 아삭이 김치가 별미다. 두 가지 반찬만으로 밥 한 공기는 후딱 비울 수 있다.

낙지가 떨어지면 무조건 문을 닫을 정도로 재료에 대한 정성이 유별나다. 청계천과 도보로 5분 거리라 청계천 나들이 후 가족끼리 들르기에도 좋다. 올 2월 지금의 자리로 확장 이전해 넓고 깔끔해졌다.

메뉴: 세발낙지(시가), 낙삼겹보쌈 4만원(대)/2만5,000원(소), 연포탕 4만원(대)/2만5,000원(소), 낙지철판볶음 4만원(대)/2만5,000원(소), 낙지물회 4만원(대)/2만5,000원(소), 낙지비빔밥 5,000원, 매생이탕 5,000원.

찾아가는 길 : 왕십리 교보생명 후문 바로 앞. 지하철 왕십리역 1번 출구, 전풍호텔 지나 직진하다가 왕십리 교보생명 건물에서 우회전.

영업시간 :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매월 2, 4주 일요일 휴무. (02)2298-4550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