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너무나 사실적인 그들

세계 최고 수준의 밀랍 인형들이 한국으로 옮겨져 상설 전시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브에나파크에서 50년 동안 많은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세계 최대의 밀랍인형 박물관인 ‘무비랜드 왁스 뮤지엄(Movieland Wax Museumㆍ worldwaxmuseum.net)’의 소장품을 한국 업체가 사들여 국내로 들여와 한국 팬들에게 선을 보이는 것.

헐크, 비욘세 (왼쪽부터)









전시ㆍ공연 전문회사 ㈜미라클 S&E은 지난 10월 말 브에나파크의 디즈니랜드 입구에 있던 무비랜드 왁스 뮤지엄 터가 초대형 건물을 지으려는 부동산개발업자에게 매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New York Wax, LCC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중국 상하이와 일본 도쿄의 유력 엔터테인먼트사들을 따돌리고 무비랜드 측으로부터 이들 밀랍 인형과 소품들을 일괄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미라클 S&E사는 이 밀랍 인형들을 우선 ‘월드 왁스 뮤지엄전’이라는 이름으로 크리스마스 나흘 전인 12월21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코엑스에서 전시한다. 회사측은 이번 서울전시회가 끝나면 부산에 연건평 5,000평 규모의 세계 최대 밀랍 인형 박물관을 건립해 상설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서울 밀랍 인형전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국내외 인물들의 실물 크기 인형 110여 개가 선보인다. 우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 ‘닥터 지바고’의 오마 샤리프, 줄리 크리스, 로드 슈타이거 등 주옥 같은 영화의 주인공은 물론, 제니퍼 로페즈, 타이거 우즈, 베컴 등 가요 스포츠계 스타들도 볼 수 있다.

이들 스타들의 밀랍 인형 대부분은 MGM을 비롯한 LA의 주요 영화사들과 배우, 가수들이 기증한 의상과 소품들로 꾸며져 마치 영화 속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상업적으로는 250억원의 값어치는 물론, 영화사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 작품들이다.

'왕과 나'의 율브리너와 데보라카. 수퍼맨 (왼쪽부터)









캘리포니아에서 한국으로 ‘이사’를 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무비랜드가 제작한 기존의 걸작품 외에도 일본 최고의 마쓰자키 사토루 연구소가 만든 20점의 밀랍 인형도 소개된다.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안성기, 서태지, 배용준, 최지우, 장동건, 이영애, 비, 보아, 홍명보, 안정환, 박지성, 박주영 등 국내 인기 스타들과 안중근, 아인슈타인, 에디슨, 피카소 등 역사적인 인물들을 형상화 한 작품이다.

특히 한국 배우들의 밀랍 인형에는 세계최초로 양쪽 가슴이 숨쉬는 듯한 효과를 내는 장치와 인공심장을 장착해 사실감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밀랍 인형인 줄 알면서도 잠깐씩 살아있는 것으로 착각을 일으킨다”, “밀랍 인형과 사랑에 빠질 뻔했다”는 것이 제작에 참가한 작가들의 전언이다.

전 세계적으로 밀랍 인형 박물관의 수는 20여 개에 달하지만 뉴욕, 런던, 암스테르담, 라스베이거스의 박물관 정도가 성업 중이다.

이 가운데 이번 전시회를 여는 미국의 무비랜드 왁스 뮤지엄이 세계 최대규모이며 유일하게 영화 세트장을 재현하고 있다.

밀랍 인형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 것은 물론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길다. 한 사람의 조각가가 한 작품에 매달리는 시간은 평균 6개월. 가격도 엄청나다.

통상 제작 직후에는 6,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사이에서 가격이 결정되지만,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 중 상당수는 30~40년 전에 제작돼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한 작품들로 이의 10배가 넘는 10억원 이상의 가격을 보이는 것도 있다. 클리크 케이블과 비비안 리의 인형이 이에 해당한다.

가족과 함께 낯익은 추억의 영화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민승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