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파 탄생 100주년 기념, 작가 20명 대표작 120여점 전시

20세기 미술계에 색채혁명을 일으킨 앙리 마티스(1869~1954) 등 20명의 야수파(포비즘) 작가 대표작들이 한국을 찾는다.

서울경제가 창간 45주년을 맞아 12월3일부터 2006년 3월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한국일보와 문화관광부 후원으로 개최하는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 화가들’ 전이다.

야수파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야수파에 등재된 작가 20명을 총망라한 대표 작품 120여 점이 선보인다. 이러한 대규모 전시는 국내 최초일 뿐만 아니라 순수 유화 작품만 100여 점이 모인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물다.

키스 반 동겐 '라플라자에서 난간에 있는 여인'(1910~1911), 앙리 마티스 '희고 노란 옷을 입은 책을 읽는 여인' (1919)










20세기 미술은 실질적으로 야수파와 함께 시작됐다. 이후 회화의 모든 시도는 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야수파는 미술사 최초로 자연의 모방에서 벗어난 작품을 탄생시켰다.

‘색채에 취한’ 야수파 작가들은 하늘은 푸르다고 인식해 온 일상의 관념을 파괴하고 원색적이며 강한 감성적 색채로 자연을 표현함으로써 사물을 보는 시각의 혁명을 가져왔다.

이번 전시는 야수파의 선구자 마티스 작품으로부터 출발한다. 마티스는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미술의 쌍벽을 이루는 거장으로 마티스는 색채를, 피카소는 형태를 통해 미술사의 혁명을 이끌었다.

시기별 주요 작가·주요 작품 망라

이번에 전시된 마티스의 작품은 야수파 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전 시기를 망라하고 있다. 1898년 야수파의 서곡을 알리는 색채실험의 풍경화 작품 ‘코르시카의 풍경’으로부터 1946년 ‘종이 지르기’ 기법을 알리는 4m 길이의 초대형 작품 ‘오세아니아, 바다’(1946~1947)에 이르는 시기별 주요 작품들은 마티스의 예술성을 면밀히 보여준다. 유화 작품 외 20여 점의 드로잉과 판화작품은 감성적인 마티스 드로잉의 진수와 선 예술의 극치를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는 마티스 작품들과 더불어 앙드레 드랭, 모리스 드 블라맹크, 조르쥬 루오, 라울 뒤피, 키스 반 동겐 등 야수파 주역들의 대표작들이 화려한 색채세계를 보여준다.

마티스가 색채의 표현성과 조형성을 가장 순수하고 완벽하게 통합했다면 드랭은 이지적이고 탐구적인 세계를, 라울 뒤피는 세련되고 경묘한 색채 감각과 재빠른 선묘로 화면에 생동감을 주고 있다.

루오는 마티스 등이 강렬한 색채에 정열을 바칠 때 창녀, 광대 등 소외된 인간상에 눈을 돌려 분노하듯 거친 채색과 난폭한 화법으로 표현주의적 요소를 두드러지게 나타낸다. 야수파 말기의 동겐 작품은 집시 무희 등 주로 여인을 통해 표현상의 수법과 주제 설정에서 독특함이 돋보인다.

라울 뒤피 '7월 14일' (1912경), 알프레드 롱바르 '양산을 든 여인'(1909경) (왼쪽부터)










이번 전시 특징중의 하나는 야수파를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프로방스의 야수파 화가들’까지 모았다는 점이다. 별도의 전시실을 통해 르네 세이쏘, 루이 마띠유 베르딜란, 오귀스트 샤보, 피에르 지리유, 앙리 르바스크, 알프레드 롱바르 등의 모더니즘적 색채를 만날 수 있다.

전시된 작품들은 파리 퐁피두 센터 근대미술관, 파리 시립미술관, 니스 마티스 미술관, 셍 트로페 미술관, 트르와 근대미술관, 툴롱미술관, 로안느 미술관 등 유럽의 주요 야수파 작품 소장처 25군데서 온 것이다.

전시작들은 작품성 못지않게 대다수가 고가로 마티스의 ‘희고 노란 옷을 입은 책 읽는 여인’(1919)은 660만 달러, 키스 반 동겐의 작품 ‘플라자에서, 난간에 있는 여인들’(1910~1911)은 5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번 전시의 총괄을 맡은 서순주(미술평론가)씨는 “색채 혁명가들의 화려한 색채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으로 유화작품 모으는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전시회를 자문한 장 미셸 포레이 프랑스 국립미술관 총 감독관은 “추상을 넘어서지 않고 구상에 머물면서도, 구상 속에 추상이 엿보이는 야수파들의 작품은 순수회화의 마지막 보루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거의 공개된 적이 없는 야수파 작가들의 역사적 걸작들을 감상하며 한해의 마무리와 새해를 맞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람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이며 관람시간은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ㆍ일요일과 공휴일은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감성을 색채로 표현한 '색의 혁명가들'

야수주의는 1905년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제3회 살롱 도 톤느(가을 살롱전)전의 제7 전시실에 전시된 마티스, 드랭, 망겡, 반 동갱, 플라맹크, 마르케 등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경악한 비평가 루이 보셀이 ‘야수들(Fauves)’이라고 혹평한데서 탄생했다.

20세기 초 프랑스 작가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야수주의 운동은 사실주의적인 회화기법을 버리고 작가의 느낌과 감성을 통해 색을 표현하는 철저한 색채변형의 실험주의다.

앙드레 드랭 '샤뚜의 다리' (1905), 모리스 드 브라맹크 '정물화' (1956) (왼쪽부터)










그들의 색채실험은 자연의 색을 보이는 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에 의해 보고 싶은 대로, 또는 보여주고 싶은 대로 비현실적인 색채를 이용하고 오브제에 채색을 하였다.

이러한 실험주의는 20세기 새로운 회화세계의 다양한 창작의 효시를 만들었다. 야수주의의 선구자 마티스가 “야수주의가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야수주의는 모든 것의 시작이다”라고 단언한 의미다.

색채주의에 취한 이들의 창작은 점차 구조적인 면에 관심을 가지면서 4~5년이라는 짧은, 그러나 혁명적인 모험의 시기를 마감하게 되는데 화가 브라크는 이후 피카소와 함께 입체주의의 창시자가 된다.

드랭과 블라맹크, 뒤피는 야수주의에 몸담았던 시기의 작품이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야수주의 실험은 이후 독일 표현주의 미술의 탄생에 영향을 끼쳤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