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출할 때 생각나는 서양빈대떡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의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자존심’으로 압축한다.

만약 자신이 바람둥이라면 여러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을 버려야 할 것이며, 사랑에 상처 입은 적이 있다면 또 다시 상처 입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이 영화는 산전수전 다 겪어본(?) 남녀가 뒤늦게 재발견하는 사랑의 의미를 그리고 있다.

화창한 어느 날, 원조교제 커플을 연상시키는 두 남녀가 바닷가 별장에 온다. 그들은 60대의 독신남 해리 샌본(잭 니콜슨)과 20대의 풋풋한 여성 마린.

이들이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만끽하려는데 느닷없이 마린의 어머니인 희곡작가 에리카(다이앤 키튼)가 들이닥친다.

어정쩡한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고, 에리카는 딸의 남자친구가 나이 많은 바람둥이라는 사실이 영 내키지 않는다.

그런데 이날 해리가 갑작스러운 심장발작을 일으키면서 에리카는 그와 며칠 동안 함께 지내게 되는데.

난데없는 군식구를 떠맡게 된 에리카는 내심 불만스럽지만 어쨌든 손님인지라 친절하게 대한다. 딸 마린과의 관계를 넘어서 두 사람은 조금씩 허물없는 친구로 지내게 된다.

그러나 곧 에리카는 해리에게 묘한 감정이 싹트고 있는 자신에게 당황하게 된다. 30넘은 여자는 쳐다도 안 보던 해리 역시 에리카에게 끌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해리의 바람기가 원인이 되어 이별을 맞는다. 그러나 사랑에 대해 알만큼 아는 두 사람인지라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다.

에리카는 해리와 자신의 관계를 연극으로 만들어 실연의 상처를 치유하고 해리는 지금까지 숱하게 사귀던 여자들을 차례차례 다시 만나면서 나름대로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시간이 꽤 지난 후 파리에서 재회하는 두 사람. 과연 이들의 사랑은 어디로 가게 될까.

너무 무거운 쪽으로 흐르지 않으면서도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해 잔잔한 성찰을 하게 만든다. 특히 에리카와 해리가 한 집에서 티격태격 지내는 모습은 여느 젊은 커플의 연애 못지 않게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어느 날 밤, 일을 하던 에리카는 배가 고프지 않느냐는 해리의 뜬금 없는 메시지를 받는다. 둘은 부엌에서 만나 팬케이크를 해 먹기로 하지만 때 마침 나타난 마린 때문에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간식, 식사대용으로 좋은 음식

뱃속은 출출한데 제대로 밥을 챙겨 먹기는 부담스럽고, 또 만들어 먹을 만한 재료도 마땅치 않을 때 좋은 음식 중 하나가 팬케이크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심심할 때 빈대떡이나 파전을 부쳐먹듯 가볍게 먹는 간식이나 아침식사로 제격이다.

혹자는 팬케이크의 유래를 2,000여년 전 중국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밀가루 반죽을 둥근 형태로 부쳐먹는 요리는 이미 고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문화권에 따라 그 조리법은 꽤 다양하다.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비교적 두툼하게 부쳐내 버터와 시럽을 얹어 먹는 팬케이크는 주로 영미권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반면 프랑스의 크레이프는 비단처럼 얇은 반죽에 여러 가지 과일이나 야채를 싸 먹는다. 인도식 차파티와 난도 넓게 보면 팬케이크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팬케익 대신 ‘핫케이크’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 설탕 등이 혼합된 핫케이크가루는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인들이 아침 식사로 자주 먹는 팬케이크는 ‘그릴드 케이크’라고 부르는데 보통 팬케이크보다는 조금 덜 단 편이며 베이컨, 소시지 등과 함께 먹는다.

팬케이크에 곁들이는 메이플 시럽은 사탕단풍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이다. 미 원주민들이 전통적으로 이용하던 것인데 독립전쟁을 겪으면서 설탕이 귀해지자 백인들이 본격적으로 생산에 나섰다고 한다.

설탕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독특한 풍미 때문에 시럽이나 사탕 재료로 인기가 높다.

팬케이크 만들기(4~5인분)

-재료:

밀가루 300g, 달걀 3개, 설탕 80g, 소금 5g, 우유 700㎖, 베이킹파우더 15㎖, 버터 50g, 메이플 시럽 15㎖

-만드는 법:

1. 볼에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 설탕을 넣고 골고루 섞은 뒤 체에 2~3회 내린다.

2. 버터 4/5를 녹여 놓는다.

3. 달걀과 우유를 거품기로 저은 다음 2를 섞어 체에 내린 밀가루와 골고루 섞는다.

4. 달구어진 팬에 남은 버터를 펴 바르고 반죽을 한 국자씩 떠 놓는다.

5. 반죽 표면에 공기구멍이 생기면 뒷면을 마저 익힌다.

6. 식기 전에 버터와 시럽을 발라 먹는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