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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입 맞춘' 포크듀오 '4월과 5월'
엄동설한 녹인 서정의 화음



귀공자풍의 외모와 패기넘치고 서정적인 화음으로 70년대 젊은층의 사랑을 받았던 포크듀오 ‘4월과 5월’의 오리지널멤버 백순진, 김태풍이 30년만에 TV 나들이를 했다.

두 사람은 멋들어진 머플러와 청바지를 입은 자유분방한 청년이 아닌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중후한 멋을 풍기는 정장차림에 통기타를 둘러메고 나타났다.

지난 20일 저녁 KBS1 `콘서트 7080-크리스마스특집편(24일 저녁 11시 50분 방송)’의 녹화에 참여한 이들은 히트곡 ‘바다의 여인’‘화’ ‘등불’ ‘옛사랑’과 더불어 캐롤 `더 킹 오브 러브’ 등 5곡을 선보이며 오프닝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인기절정이었던 1975년 1월, 종로1가의 쉘브루무대를 마지막으로 무려 30년만에 이뤄진 기적같은 무대였다. 기념무대가 성사된 것은 그들을 기억하는 많은 팬들의 열망이 뜨거웠기 때문.

하지만 무대에 오르기까지 오랜 망설임이 있었다. 사업가이면서 창작 활동을 재개한 리더 백순진과는 달리 펀드 자문회사의 대표로 변신한 김태풍이 그동안 음악과는 완벽하게 단절된 삶을 살아왔기 때문.

며칠간 두 사람은 함께 연습에 몰두하면서 빛바랜 우정까지 되살아났다. 녹화 전 “타임캡슐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라며 들뜨고 긴장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김태풍씨.

녹화를 마친 후 오히려 “70년대에 TBC <쇼쇼쇼>출연 이후 오늘 두 번째로 화장까지 했다.”며 농담까지 곁들이는 여유를 보였다. “감기가 심해 목소리가 엉망이었어요.

성의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녹화일정을 연기하고 싶었을 만큼 걱정을 많이 했어요.

사실 저는 지난 세월동안 가수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살아왔는데 연습을 하고 예전 노래를 다시 불러보니 젊은 날의 추억이 되살아나면서 한결 젊어진 기분입니다.” 리더 백순진은 “우리들을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아 놀랍고 너무 감사합니다.

하지만 30년전 우리 음악을 아직도 많은 분들이 즐겨 듣는다는 말에 서글픈 마음도 드네요. 그만큼 요즘엔 들을 노래가 없다는 말 같아 대중음악인들이 분발해야 된다는 걱정도 생겨납니다.

오늘 아쉬움은 있었지만 무엇보다 김태풍과 함께 음악을 다시 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합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맑고 경쾌한 창작 포크송으로 폭발적 인기

1972년 혜성처럼 등장했던 대학생 남성포크듀오 ‘4월과 5월’은 대중음악사적으로 의미심장했던 보컬팀이었다. 무조건 외국 것을 동경하며 사대주의가 팽배했던 당시 순수 우리말 이름으로 활동한 남성듀오는 이들이 유일했다.

팀 이름은 ‘만물이 소생하는 활기넘치는 계절’을 상징하려 ‘4월과 5월’로 정했다. 최초의 우리말 이름 남성듀오의 등장이었다. 또한 음악적으로도 특별했다.

외국 번안곡이 활개를 쳤기에 청소년들이 달리 부를만한 우리 노래가 없었던 그 시절, 이들은 맑고 경쾌한 창작 포크송으로 청년문화를 주도했던 선구적인 싱어송라이터 보컬팀이었다.

특히 72년에 시작된 맑고 고운 포크송 보급을 위한 노래운동이었던 ‘맷돌’공연에서 빚어냈던 ‘4월과 5월’의 음악실험은 더욱 의미심장했다. 같은 가사를 놓고 백순진, 송창식이 서로 다른 곡을 만들었다.

지금은 송창식의 히트곡으로만 널리 알려진 ‘딩동댕 지난 여름’이다. 비록 대중적인 인기는 송창식의 몫이었지만 ‘4월과 5월’은 당시로서는 생소한 통기타와 가야금의 협주를 통해 국악과 포크의 크로스오버를 선보였다.

공연 후 일부 국악인들은 “다시는 그런 장난을 하지 말라”고 혼을 냈을 정도로 당시로서는 엉뚱한 무대였다. 오직 김민기만이 이들의 음악실험에 감탄했던 시대를 앞선 시도였다.

또한 ‘4월과 5월’은 비음으로 끝나 부르기 어려운 ‘ㅁ’자로 끝나는 노래와 생소한 코드진행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4월과 5월’의 활동중단은 대마초파동으로 알려졌었다. 오해였다. 긴급조치9호로 예고도 없이 집행되었던 75년 12월의 ‘가요정화운동’ 이전인 75년 1월에 이미 김태풍은 군입대를 했음이 이번에 새롭게 확인되었다.

하지만 끌려가면 무조건 20명을 불어야했던 서슬 시퍼랬던 당시, 잘나가는 가수나 연주자들은 대부분 조사를 받고 활동금지의 멍에를 썼던 분위기는 이들에게 더 이상 신나게 음악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백순진은 음반기획자로 김태풍은 유학을 선택하며 활동을 중단했었다.

KBS 7080콘서트 자문위원인 김진성 가요평론가는 “노래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백순진, 김태풍의 노래를 30년만에 다시 들으니 젊은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 절로 흥이 생겨나더군요. 최근 들어 많은 70-80년대 가수들의 노래를 들었지만 완벽하게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기분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30년만에 호흡을 맞춘 ‘4월과 5월’ 백순진, 김태풍의 무대는 음악적인 평가보다는 만남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출연소식을 듣고 방청석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도 내내 합창을 하듯 노래를 따라 부르며 만남 자체만으로 충분히 감격스런 표정들이었다.

"잃었던 친구 다시 찾아 더 의미있는 무대"



1974년 까까머리 중3때 연세대 강당에서 열렸던 ‘4월과 5월 그리고 들개들’공연을 직접 보았다는 건설회사 대표 박훈종(47)씨는 “30년만에 두분이 무대에 나와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싶습니다. 목소리도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가 않아 현역으로 다시 활동을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예전엔 스타와 팬의 관계에서 이젠 함께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경계를 허물고 어우러지는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라고 반겼다.

1972년에서 73년까지 거의 모든 맷돌공연에 참석했던 ‘4월과 5월’의 열렬팬인 주부 임윤경(50)씨는 “예전 맷돌공연때는 2-3m도 안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두 분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었는데 오늘은 방송이다보니 밴드소리와 코러스 소리 때문에 두 분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한편 아쉬웠어요.

하지만 외모는 좀 변하셨지만 목소리는 젊은 시절보다 오히려 윤기가 도는 듯 굵어져서 인지 더 좋게 느껴졌습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회사원 이강철(48)씨는 “70년대 젊음이들의 우상이었던 두 사람을 무대에서 다시보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백순진씨는 그런대로 알아보겠는데 김태풍씨는 못알아볼 만큼 많이 변한 것 같다”고 변모된 두 사람의 외모에 대해 말했다.

멋쟁이로 통했던 김태풍의 출연을 고민했던 이유중 하나가 바로 너무 변해버린 자신의 외모였다.

“순진이형은 비교적 예전과 거의 같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저는 머리가 많이 빠졌기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실망을 하더군요(웃음). 그래서 사실 출연을 망설였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고심을 접었습니다.”

컴백무대 후 활동재개여부에 대해 김태풍은 “예전같지 않은 목소리도 문제지만 현재 펀드 자문회사의 큰 프로젝트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이번 컴백무대는 활동재개가 아닌 저희들을 기억해주시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의 답례로 봐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뉴욕 엑스프레스의 부회장인 백순진은 “30년만에 태풍과 함게 무대에서 선 것도 의미있지만 잃어버렸던 친구를 다시 찾았다는 사실이 더 가슴 뭉클합니다.”라며 감격했다.

공연장을 떠나기 전 두 사람은 진한 우정을 담은 그들만의 오랜 포옹으로 영하10도가 넘는 추위를 훈훈하게 녹여주었다.




글·사진 최규성 차장 kschoi@hk.co.kr  


입력시간 : 2005-12-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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