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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금강소나무
늘 푸른 저이, 우리 소나무의 자존심



막연히 겨울이면 눈을 기다렸는데, 한 번 시작한 눈은 왜 이렇게 끝도 없이 많이 오는 걸까. 지구에 정말 심각한 문제라도 생긴 걸까.

내게 구체적으로 어떤 필요가 될지, 깊이 있는 학술적 가치가 얼마 만큼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았어도, 우리의 연구도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고 그 자부심만으로 그저 흐뭇하고 좋았는데 아직도 우리에겐 그건 정말 요원한 일인 걸까.

같은 일에 대해 국민을 위한 방법은 왜 언제나 상반될까. 한 해를 보내면서 평범한 우리들 모두가 가슴 답답하게 생각하는 일일 터이다.

내 손톱 밑 가시가 제일 아프다고 거기에 각기 가지는 크고 작은 일들까지 보태고 나면 한 해를 홀가분히 떠나보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정기어린 모습으로 쭉쭉 뻗어 올라가 시리도록 푸르게 자란 금강소나무가 우리 가슴에 시원한 바람 한 줄기를 흘려 보내주었으면 싶다.

금강소나무. 정확히 소나무 중에서 아주 잘 자란 좋은 종류인 것은 알고 있지만 정확한 관계를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현재 식물분류학적으로는 소나무에 따른 하나의 자연품종이다.

누구나 잘 알고있는 우리의 나무 소나무. 소나무는 다른 말로 줄기가 붉다 하여 적송, 육지에 산다 하여 육송, 우리말로는 솔이라고 부르지만 표준 이름은 소나무다.

해송이라고도 하는 곰솔이나 리기다소나무 같은 것은 소나무와 한 집안이지만, 생식적으로 서로 격리되어 있는 서로 다른 종(種)이다.

금강소나무는 소나무와는 특징이 모두 같은데(가장 중요한 생식기관 즉 수꽃과 암꽃 등을 모두 포함해서) 줄기가 굽지 않고 곧게 올라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지역별로 몇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그 중에서 금강소나무는 금강형 즉 금강산에서 자라는 형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남쪽에서 보면 강원도에서 주로 자라니까 흔히 강송이라고도 부르고, 좋은 목재의 대명사인 춘양목도 알고 보면 금강소나무다.

알고 있겠지만 춘양목이란 별명은 울진, 삼척, 영양 등 강원 및 경북지역에 나는 금강소나무 목재를 춘양역에서 집재하여 기차에 실어 보냈으니, 춘양에서 오는 목재 즉 춘양목은 좋은 목재의 상징이 되어 굳어졌다.

이를 두고 소광리에 가장 아름다운 금강소나무 숲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시는 울진분들은 ‘울진목’이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나무들은 나무결이 곱고 부드러워 켜고 나서도 굽거나 트지 않으며 속에 붉은 빛이 돌고 다듬고 나면 윤기가 흘러 워낙 품질이 뛰어나 최고로 친다.

잘 자란 금강소나무 두어 그루면 집이 한 채 나온다.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금강소나무 숲 중에서 울진 소광리 같은 곳은 임금님이 사시는 궁궐을 짓고, 관을 짓는 등 황실에서 사용될 나무들을 공급하느라 황장봉산이라 지정하고 보전되어 오늘에 이르기도 한다.

경복궁을 보수하고 싶어도 우리나무를 사용하여 제대로 복원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이런 숲들은 그저 나무와 숲이라는 절대적인 존재가치 이외에도 우리 역사의 한 문화를 이어갈 터로써도 의미가 있다.

그래서 산림청과 문화재청은 백년 후를 내다보고 이곳의 금강소나무숲을 이어갈 것을 약속하고 나무도 심고 타임캡슐도 묻었다.

한 해를 마감하며, 아직 가슴에 가득 무엇인가 담겨 비워지지 않는다면 이곳 울진 소광리의 금강소나무 숲 구경을 권하고 싶다.

금강소나무 숲에 가는 순간 우리 숲, 우리 나무에 대한 자긍심이 한 순간 솟아 올라온다.

이렇게 의연하게 잘 자란 솔 숲이 이 땅에도 있구나 하는 감동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만큼 큰 진동이 느껴지며, 찬 바람에 실려 오는 솔 숲의 향기 속에서 이 나무들의 의연함과 기개가 전해지면 우린 소소한 세상살이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며 다시 푸르게 한 해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입력시간 : 2005-12-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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