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보면 정신까지 훔쳐가요"

서양식 립(rib)과 우리의 갈비에는 비슷한 점이 참 많은 것 같다. 손으로 직접 들고 뜯는 것도 그렇고, 격의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그렇다.

패밀리레스토랑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립이 소개된 건 10여 년 정도 되는데, 먹는 것보다 쌓이는 뼈가 더 많은 지라 선뜻 사먹기에도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

하지만 최근 한국식 립, 즉 ‘등갈비’라는 이름으로 서민적인 립 전문점이 등장하면서 식문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같은 값이라면 좀 더 특별하게, 맛있게 먹고 싶은 게 사실이니까.

갈비뼈 14대 중 9~10대 정도를 등심 쪽으로 붙여 떼어낸 부분이 바로 등갈비다. 사실 돼지 한 마리에서 겨우 600g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귀한 부위라고 한다.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뒤편에 자리한 훔친갈비는 수증기로 초벌구이한 등갈비를 선보이고 있는 갈비전문점이다. 등갈비의 경우 굽는 방식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는 게 이집 주인의 설명.

여느 등갈비처럼 양념을 묻혀 숯불에 구워내는 게 아니라 수증기를 이용해 초벌구이를 해 육즙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최소화했다.

살이 갈비에 바짝 달라붙어있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고기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본 양념이 되어 있지만 3가지 소스를 함께 내 기호에 맞게 먹을 수 있다.

매운맛은 어른들이, 카레맛과 달콤한 버번소스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초벌구이로 완전히 익혀져 나오기 때문에 바로 먹을 수 있어 고기를 익히느라 기다릴 필요도, 연기가 몸에 밸 염려도 없다.

장갑을 끼고 먹는 재미 또한 남다르다. 특히 젓가락질에 서툰 아이들이 양손에 장갑을 끼고 편하게 먹는 걸 가장 좋아한다.

훔친갈비라는 이름도 재미있다. ‘원래 훔친 게 더 맛있다’는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마님의 갈비를 몰래 훔쳐가는 마당쇠 캐릭터로 시선을 끈다. 또 다른 뜻은 고객의 마음을 훔친다는 의미도 함축되어 있다.

등갈비와 함께 선보이는 새싹보리밥과 갈비탕, 묵은지김치찜도 맛있다. 새싹보리밥은 겨울철 약 2개월만 잠시 중단하고 연중 선보이고 있다.

봄이 되면 10여 가지의 싹 채소를 뷔페로 즐길 수 있다고. 곧이어 선보일 예정인 매콤한 훔친갈비찜도 기대가 된다.

처음 문을 열 당시만 해도 그 동안 립을 많이 접해본 젊은 층이 고객이 되겠거니 예상했지만 실제 훔친갈비를 찾는 연령층은 다양하다. 특히 직장 회식과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메뉴 : 훔친갈비(등갈비) 8,000원, 돼지왕갈비 8,000원, 훔친갈비찜 7,000원, 갈비탕 6,000원, 묵은지김치찜 6,000원, 냉면 4,000원. 훔친갈비는 포장 가능.

찾아가는 길 : 3호선 남부터미널 3번 출구, 농협건물 골목으로 들어와 약 200m 직진, 바이더웨이 편의점을 끼고 좌회전.

영업시간 :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명절 당일 휴무. 02-584-6160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