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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 미카엘 엔데 소설 '모모' 핫 초콜릿
온 몸을 녹여주는 사랑의 묘약



폐허가 된 어느 원형극장에 모모라는 고아 소녀가 살고 있다. 비록 집도, 가족도 없지만 친구처럼 돌봐 주는 마을 사람들이 있어 그녀의 삶은 그리 초라하지 않다.

하루 하루를 행복하고 느긋하게 지내던 모모와 마을 사람들. 그런 그들 앞에 회색당이라는 악당들이 나타나면서 불길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십여 년 전 소개되었다 잠시 잊혀졌던 미카엘 엔데의 소설 ‘모모’가 최근 들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이 소개된 드라마의 영향도 컸지만 ‘모모’가 세대를 초월해 감동을 선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언제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감수성을 자극한 것이다. 아끼면 남아돌 것 같지만 사실은 도둑맞게 되는 시간. 오늘날 우리들의 자화상을 절묘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진지한 주제 의식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동화로서의 재미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모모와 친구들이 아기자기하게 살아가는 모습, 언제나 회색 옷을 입고 회색 담배를 피우는 회색당들, 시간을 상징하는 꽃 등은 어른들이 읽기에도 흥미진진한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그 중에서도 세쿤두스 미누티오스 호라 박사와 모모의 만남 장면은 한껏 신비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모모가 회색당의 표적이 된 사실을 알게 된 호라 박사는 거북이 카시오페아를 시켜 모모를 자신의 연구실로 데려오게 한다.

먼 길을 오느라 지친 모모에게 그는 황금빛 빵과 황금빛 버터, 황금빛 꿀 등의 음식을 대접한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배부르게 먹어보지 못한 모모는 호라 박사가 주는 신기하고도 따뜻한 음식들을 마음껏 먹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맛보는 핫 초콜릿을 마시면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모모에게는 생각지 못한 중요한 임무가 주어지게 된다.

간신히 끼니를 이으며 살아가던 모모에게 호라 박사의 음식들은 최고의 호사였을 것이다. 특히 온 몸을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핫 초콜릿은 주어진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맛이 아니었을까.

우리에게는 ‘핫 초콜릿’이라는 단어보다 ‘코코아’라는 단어가 훨씬 익숙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둘은 다른 뜻이다. 일반적으로 카카오라고 하면 카카오나무와 열매, 그리고 초콜릿 재료가 되는 카카오버터 등을 지칭할 때 쓰인다.

반면 코코아는 분말 상태로 만든 카카오만을 가리킨다. 카카오콩을 볶은 다음 분쇄하여 겉 부분을 제거한 것을 코코아 니브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압축하여 버터분을 반 이상 제거하고 곱게 가루 낸다.

시중에 흔히 나오는 코코아는 초콜릿보다는 우유 맛이 훨씬 강하고 묽은 편이다.

여러가지 향신료와 리큐르 첨가

핫 초콜릿은 코코아에 비해 진하고 걸죽해서 마신다기보다는 먹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애초에 유럽에 전해질 때부터 초콜릿은 음료의 형태였다.

아즈텍의 인디오들은 카카오를 으깨어 바닐라, 후추 등을 섞어 마셨는데 이 카카오 열매를 스페인 총독 코르테스가 유럽으로 가져간다.

유럽에 소개된 초콜릿은 왕과 귀족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후궁들이 마시는 핫 초콜릿이 아까워 배식을 줄이라고 명했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사치스러운 음료였던 초콜릿은 지위에 걸맞게 은이나 최고급 도자기 주전자에 담겨졌다. 카사노바가 여인들을 유혹할 때 초콜릿을 먹였다는 이야기가 말해주듯, 초콜릿은 값비싼 사랑의 묘약이기도 했다.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한 영화 ‘초콜릿’을 보면 다크 초콜릿을 그대로 녹여 칠리 파우더를 넣어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실제로 고대 아즈텍인들이 마시던 방법이라고.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맛을 보면 의외로 초콜릿과 매운 맛이 잘 어울리며 특히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좋다고 한다.

핫 초콜릿 하면 아이들의 음료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단맛을 줄이고 여러 가지 향신료나 리큐르를 첨가하면 상당히 어른스러운 맛이 난다.
*핫 초콜릿 만들기

-재료(2인분):

우유 500㎖, 다크초콜릿 60g, 계핏가루 약간(혹은 스틱 형태로 된 계피), 코앵트로 약간

-만드는 법:

1. 소스 팬에 우유를 붓고 약한 불 위에서 데운다. 막대형 계피를 이용할 경우 이때 함께 넣고 데워준다.

2. 우유가 따뜻해지면 잘게 자른 초콜릿을 넣고 거품기로 저으며 녹인다.

3. 끓어오르기 전에 불에서 내려 코앵트로를 넣고 거품기로 저어 거품을 만든다.

4. 컵에 3을 붓고 계핏가루를 솔솔 뿌려준다.


*알립니다=정세진 칼럼니스트가 집필해 온 ‘문화속 음식’이 이번 호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 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6-01-0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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