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꽃, 한겨울 과실로 익다

겨울딸기라 하면, 지금 한창 과일가게에 쏟아져 나오는 딸기 생각을 할 터이다. 딸기야 봄에 먹는 과일이려니 싶었는데 요즈음 정말 철이 없는 듯하다.

봄이 무르익고 날씨가 한창 화창해질 즈음이면 학교생활도 익숙해지고 선배들은 딸기밭 미팅이란 것을 주선해 보라고 옆구리를 찌르던 추억이 있는 사람인지라 한겨울에 즐비한 딸기들은 좀 낯설다.

시고 달짝한 듯하지만 밍밍하고 푸석한 맛도 그렇고.

그런데 식물을 공부하게 된 후, 겨울에 파는 딸기가 아닌 식물 이름 그 자체가 ‘겨울딸기’인 식물이 있는 것을 알았다. 물론 겨울에 붉은 열매가 달려서 겨울딸기다.

그냥 딸기는 사실 자생하지 않고 재배하여 먹는 과일이고, 우리나라에는 산과 들에는 흔히 산딸기라 부르는 자생하는 나무딸기종류들이 있는데(과일인 딸기는 풀이고 식물집안도 조금 다르다) 이들은 흰꽃잎 피는 그냥 산딸기를 비롯하여, 분홍 꽃이 피고 작은 잎들이 여럿 달리는 줄딸기, 붉은 꽃이 피고 둥그런 잎이 세장씩 달리는 멍석딸기, 줄기에 붉은가시가 무성한 곰딸기, 줄기에 분칠을 한 듯한 복분자딸기 등이 있고 겨울딸기도 이에 포함된다.

겨울딸기의 특징이라면 앞에 있는 나무종류들에 비해 줄기는 나무라고 하기엔 좀 연약하고, 풀이라고 하기엔 목질부가 있어 반관목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산딸기집안 식물들은 초여름에 꽃이 피고 한 여름에 잎새 뒤에 숨어 있다가 산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지만, 이 겨울딸기 만큼은 이름에 걸맞게 초여름에 꽃은 피지만 겨울에 열매가 달리고 익는다는 점이다.

물론 자라는 곳은 제주도 숲속이다. 내륙의 추운 곳에서는 겨울을 날 수 없고 해안을 중심으로는 뭍에서도 겨울나기가 가능하다고 한다. 추운 것만 피해주고 나면 해안에서도 건조한 곳에서도 그늘에서도 양지에서도 별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줄기는 서지 않고 기는 듯 자라니 키를 키우지 않으며 가지는 오히려 듬성한데 털이 빽빽하다. 잎은 전체적으로는 달걀모양이거나 원형에 가까운데 다만 가장 자리가 크고 작게 결각이 나 있고 밑부분은 심장모양처럼 되어 있다.

앞에서 말했지만 꽃은 초여름 6~7월에 핀다. 흰꽃이 달리는데 그리 무성하게 많이 달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면 서서히 열매가 익어 겨울이면 푸른잎에 붉게 어울어지는 맛있고 멋진 열매를 볼 수 있다.

열매는 맛이 아주 좋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먹어도 좋고, 잼이나 쥬스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맛도 그러하겠지만 한겨울의 비타민 풍부한 야생의 겨울딸기 생각만 해도 몸이 신선해 지는 듯하다.

겨울에 푸른 잎과 열매를 가지며 땅에 깔리듯 자라다 보니 초록이 드문 계절에 지피용 소재로도 적합할 듯 한데, 다만 아쉬운 것은 추위에 약하니 그야말로 따뜻한 남쪽나라이야기다.

겨울딸기생각을 하면서, 옛날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사연들이 떠올랐다. 병든 어머니가 한겨울에 나기 어려운 것을 찾으셨으나 효자 아들이 찾아 헤매다 이를 기특하게 여긴 하늘의 도움으로 이를 얻고 병을 낫게 했다는. 그렇다면 바로 이 겨울딸기를 발견한 것이 아닐까.

기적이란 소중한 것을 향해 마음을 다 할 때 우리 곁에 현실로 다가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새해엔 겨울딸기를 찾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소중한 것에 마음을 다하고 이를 통해 다 함께 행복해지는 기적의 한 해가 되었으면 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