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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문화기행] 제주도 민속 자연사 박물관
탐라사람들의 독특한 삶의 흔적
제주 전통의 생활양식과 해양 · 육상 생태계를 한 눈에




공항에 내리자마자 키가 훌쩍 큰 열대 가로수림이 관광객을 맞이하는 제주도는 한국 속의 이국적 풍경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다. 이처럼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과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은 섬마을 특유의 생활 양식이다. 도시화된 거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바다 내음 물씬 풍기는 제주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museum.jeju.go.kr)에서 만나본다.

제주시 일도2동에 위치한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은 민속 유물과 자연사 자료의 보관ㆍ전시를 위해 1984년 5월 개관했으며, 현재 3만3,000여 점의 소장 유물 중 4,000여 점을 상설 전시중이다.



제주 전통 가옥 형식인 띠집과 고기잡이배 테우가 전시된 제1민속전시실 전경.

사실 제주도의 전통 가옥을 재현한 규모로만 따지면 성읍 민속마을이나, 남제주군 표선리의 제주민속촌박물관이 훨씬 크다. 그러나 내륙 지방과는 판이하게 다른 옛 제주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보여주면서, 제주의 바다 생물과 각종 동ㆍ식물류까지 볼 수 있는 곳은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유일하다.

제주의 자연 생태계를 한눈에
제주공항에서 500번 버스를 타고 조흥은행 앞에서 내려 동쪽으로 200m 정도 걷다 보면 박물관 건물과 마주하게 된다. 탐스러운 귤나무와 백년초 선인장 무리를 뒤로하고 박물관 문을 열면, 파노라마 스크린처럼 펼쳐지는 해양생물생태관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몸 길이 4~5m에 달하는 거대한 산갈치 실물 표본을 관람객이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몸길이 8.6m, 무게 4.5톤의 돌묵상어, 몸길이 4.5m에 달하는 대왕쥐가오리 등 대형 어류를 중심으로, 제주도 남쪽 문섬 주변에 서식하는 해양생물 디오라마를 볼 수 있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은 크게 자연사전시실과 민속전시실, 야외전시실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세계 최장 용암동굴로 손꼽히는 만장굴의 축소 모형으로 시작되는 자연사전시실에서는, 제주의 육상생태계를 해안습지대, 상록활엽수림대, 초원지대, 낙엽수림대, 침엽수림대, 고산관목림대 등 총 6개 영역으로 나눠 보여준다. 용암 석주의 형성과정, 용암 종유와 용암 산호, 용암 기구 등의 동굴 생성물과 희귀 용암석도 볼거리다. 한라산 자생 버섯류와 더불어, 조선시대 진상품으로 귀히 대접받았던 재래감귤 모형 10여 종이 군침을 돌게 한다.

타임머신 타고 돌아보는 제주 토박이의 삶
한편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의 핵심을 이루는 제1, 제2민속전시실은 여타 민속박물관에서 볼 수 없는 과거의 제주 풍속을 생생하게 재연해 눈길을 끈다. 제1민속전시실에서는 기자산신부터 제례에 이르기까지 제주인의 관혼상제 의례 모습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실물 크기의 제주 초가를 실내로 옮겨 전시하고, 제주 영등굿 장면을 재연하는 등 과거의 풍속을 현재에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2층에서 내려다보는 고기잡이배 테우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는데, 이는 배 두 척이 너끈히 전시실 안에 들어가게끔 천장이 높은 구조여서 가능했다.

이밖에도 신부집에서 혼례 절차를 치르는 육지와 달리, 신부를 가마에 태워 신랑집으로 데려와 혼례를 치르는 풍속, 풋감의 즙을 내어 제주 특산품인 갈옷을 물들이는 광경, 대나무로 엮은 아기 요람인 ‘애기 구덕’ 등을 실물 크기의 마네킹으로 볼 수 있다.



풋감을 빻아 즙을 내어 무명, 광목에 배이게 한 후 햇볕에 2~3일간 내놓으면 색이 바래 밝은 갈색이 되는데 이로써 갈옷을 만들었다.

한편 제2민속전시실에는 제주의 생업을 주제로 잠녀(해녀)들의 물질, 농부들의 김매는 모습, 밭갈이와 남테 작업, 사냥과 목축 장면 등을 전시했다. 이 중 압권은 잠녀들의 물질하는 모습을 묘사한 곳이다. 뻣뻣이 선 마네킹에 물적삼 입힌 것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현무암질 바위가 널린 바닷가를 중심으로 실감나는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막 물에서 나와 모닥불을 쬐는 잠녀들부터, 해변으로 걸어나오는 잠녀, 멀리 자맥질을 하는 잠녀에 이르기까지 근경, 중경, 원경을 묘사한 장면은 마치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하다.

실내 전시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오른편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야외 전시실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말이 방아를 돌리는 풍경과 더불어, 제주 각지에 산재한 각종 지역별 암석류를 관찰할 수 있다.

관람객을 대상으로 상업화된 관광지구가 많이 개발되어 있는 제주지만, 이처럼 제주인들의 생활 풍속을 상세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화려한 볼거리만 훑고 지나가는 관광지로서가 아닌, 우리 민족의 다양한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장으로 제주를 만나보고 싶다면, 한번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을 방문해보길 권하고 싶다. 특히 평일 오후 8시30분까지 야간 개장도 실시하는 만큼, 낮의 관광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저녁 무렵에 들르면 알찬 제주 관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체험여행 수첩
◈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8시30분(신정ㆍ구정ㆍ추석 연휴, 개관일 5월24일 휴관)
◈ 관람요금 성인 1,100원, 청소년 500원(제주도민은 성인 500원, 청소년 200원)
◈ 문의전화 064-722-2465





고경원 객원기자 catartist@hanmail.net


입력시간 : 2006-01-0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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