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와 파격…벌거벗은 '몸'의 반란

환호와 야유가 교차한다. 얀 파브르의 무용극 ‘눈물의 역사’는 한 마디로 충격의 무대다.

지난해 여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개막작으로 무대에 올려졌을 때 극장은 기립 박수와 야유로 뒤범벅이 됐다.

막이 오르면 흰색 정장을 입은 10여 명의 여인네들이 우르르 몰려와 갓난 아기가 우는 듯 자지러지는 듯한 울음소리를 15분간이나 토해낸다.

이어 무대에 등장한 다른 한 무리의 사람들은 베개로 여인들의 얼굴을 눌러 숨을 끊는다. 엽기는 이뿐이 아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남녀 무용수들이 무대를 뛰어다니며 휘젓는다.

이처럼 도발적인 표현들로 가득한 이 작품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현란한 표현 속에서도, 시선은 시종일관 ‘몸’에 맞춰져 있다. 신체의 70~80%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관찰에서 파브르는 기쁨과 슬픔의 눈물, 몸에서 흐르는 땀, 하늘에서 내리는 비 등을 모두 눈물로 표현하며, 신체와 눈물을 재조명한다.

프랑스 일간지 르 도피네 보클뤼즈는 “얀 파브르는 무대를 동물적 근성에 휩싸여 있는 육체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만들어낸 뒤, 그것을 미학적인 아름다움으로 체에 걸러 보여준다.

확실히 그의 작품은 어떤 장르로도 분류될 수 없다”고 평했다. “대중의 찬사는 독(毒)과 같다”며 끝없이 기괴한 질문을 던지는 그의 무대는 이번 한국 공연에서 어떤 파란을 몰고 올까.

2월10일~11일 오후 7시 30분, 12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 580-1300

문화단신

아카펠라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신선함’ ‘발상의 전환’이란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아카페라 뮤지컬이다. 동화 ‘평강공주 이야기’를 살짝 비틀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무대로 꾸몄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평강공주의 신랑 바보 온달이 장군이 되는 고구려 평원왕 시대이지만, 주인공은 평강공주가 아니라 시녀 연이다.

항상 공주가 되기를 꿈꿔왔던 연이가 공주 행세를 하다 자신의 모습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 무대 장치와 특별한 소품 없이 배우의 움직임과 목소리만으로 진행되는 무대가 오히려 참신한 느낌을 준다.

2월3일~19일 화~금 오후 7시30분, 토 오후 4시30분 7시30분, 일 오후 3시 7시 아르코예술극장. 02-745-5570

류해윤 옹의 개인전 ‘할아버지의 기억’

71세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연로 신인작가 류해윤 옹의 개인전 ‘할아버지의 기억’은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한 표현력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다.

류 옹은 정규 미술 교육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기에 원근법이나 명암법 같은 기초적 모방 기술을 알지 못한다. 때문에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면 어딘가 부자연스럽지만, 특유의 상상과 환상이 개입된 독특한 화법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풍경화를 그려도 실제 사생을 하기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일화를 기초로 재형상화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인물화도 이채롭다.

친목회 모임 회원들이나 아들 삼형제, 부인 등 그와 가까운 사람들을 따스한 애정으로 바라본 그림들은 해학적이며, 특이한 캐릭터로 웃음을 자아낸다.

1월 23일까지 갤러리 쌈지. 02-736-0088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