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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클리닉 탐방] 이솝한의원 '어린이 성장장애 치료'
"댁의 아이도 롱다리로 키우세요"



한 남자 어린이의 머리에 침 시술을 하고 있다. / 임재범 기자

“우리 아이를 롱다리로 키울 수 없나요”

겨울방학을 맞은 요즘 병ㆍ의원 성장클리닉들이 호황이다. 학교수업에 대한 부담이 없을 때 어린 자녀의 키를 조금이라도 더 키우려는 부모들로 연일 북새통이다.

우리 사회의 큰 키 열망과 작은 키 콤플렉스가 그만큼 강하다는 반증이다.

키가 유독 크게 자라는 때가 따로 있다. 태어난 직후부터 2세까지와 사춘기 직전 ‘제 2급성장기’가 그 시기이다.

제2 급성장기란 사춘기가 시작되기 이전 2~3년간을 말한다. 이 때에는 키가 매년 7~8㎝ 정도씩 쑥쑥 큰다.

그런데 이후 사춘기가 되어 성호르몬(남성은 테스토스테론,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본격적으로 분비되기 시작하면 뼈와 관절이 맞닿는 곳의 연골조직인 성장판이 단단하게 굳어지면서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춘다. 성장판이 닫히는 셈이다.

성장장애 치료는 사춘기 이전이 효과적

키는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흔히 말한다. 실제로 부모가 롱다리면 자녀도 롱다리, 반대로 숏다리면 자녀도 숏다리가 될 확률이 높다.

성장치료 또는 성장장애를 얘기할 때마다 성장호르몬이나 성장판이란 말을 들먹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어린이 성장장애 치료 분야의 한 우물을 파온 이솝한의원 유원승 원장(36)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IMF이후 우리 사회 환경이 급변하면서 아이들의 키 성장패턴도 그 이전과 달라졌다며 기존의 ‘유전적 결정론’에 반론을 제기한다.

저출산과 핵가족화, 높은 이혼율과 경기불황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아이들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아졌고 이것이 성장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장장애 치료를 위해 한의원을 찾는 아이의 60~70%가 정신적 스트레스 탓이다. 가정 내 불화나 이혼 등으로 성장환경이 악화한 데다가 학원이다 뭐다 해서 공부에 대한 압박감이 심해진 것이 큰 원인이다. 성장호르몬도 뇌가 건강해야 많이 분비될 것이 아닌가?”

유 원장은 또 오랜 기간 아이들의 뼈 나이를 측정해 조사한 결과, 요즘 아이들이 부모세대보다 훨씬 조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한다.

키 크는 시기만 빨라진 것은 아니라 성장을 멈추는 시기도 그만큼 빨라졌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요즘 아이들이 예전보다 조숙해진 원인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과 무관치 않다면서, 그러나 정작 부모세대는 이런 변화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중고생 때 쑥쑥 컸으니까 자녀들도 그럴 것이라거나, 벌써 이만큼 자랐으니까 나중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자녀가 사춘기가 지나 성장판이 닫힌 이후 성장클리닉을 찾았다면 치료시기를 놓친 것이다.”



유원승 원장

따라서 이왕 성장장애 치료를 받기로 마음 먹었다면 여자 아이는 11~13세, 남자는 13~15세 이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춘기가 시작되기 이전의 2년 정도 기간은 성장호르몬이 본격 분비되지 않을 때이고 성장판이 아직은 열려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치료의 중요한 기준은 ‘성장판이 얼마나 열려 있나’ 하는 점이다. 성장판의 열린 정도에 따라 약재 종류나 시침 횟수 등 치료 강도가 달라진다.

이 외에도 아이의 스트레스 정도, 소화기의 건강 상태도 주요 기준이라고 유 원장은 덧붙인다.

한약 하루 한 번 복용, 약 스트레스 없애

유 원장은 한약처방을 주된 치료법으로 하고 침과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보조수단으로 사용한다. 대개 침은 성장판을 자극하기 위해 시술되고, 그가 침을 시술하는 주목적은 약 기운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

“성장판이 많이 열려 있는 아이들 중 소화기(비위)가 튼튼하여 약물 침투가 잘 된다면 굳이 그에게 침 시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반면에 성장판이 많이 닫힌 아이의 경우엔 치료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침 치료를 병행한다”고 유 원장은 말한다.

유 원장의 치료방식 중 가장 특징적인 점은 한약을 하루 한 번씩만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한 직후에 복용케 한다.

“만일 한약을 수개월 간 매일 두세 번씩 먹게 한다면 그것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 있다”고 유 원장은 그 이유를 설명한다.

한약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녹용 숙지황 산수유 등을 넣어 달인 데다가 증상을 봐가며 다른 약재를 가감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경우라면 간의 기(氣) 흐름이 꽉 막힌 상태인 ‘간기울결(肝氣鬱結)’일 가능성이 높다”는 유 원장은 이런 경우엔 울체된 기를 확 뚫어주는 시호, 울금 등의 약재를 추가한다고 설명한다. 간에 스트레스가 많을 경우 인대에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럴 땐 백작약으로 다스린다. 필요하면 침도 적절하게 놓는다.

스트레스를 풀어줄 때는 백회 또는 풍진, 약 기운이 더 잘 퍼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일 때는 곡지혈 외관혈, 소화기 계통이 안 좋을 경우는 중환 내관 합곡 등의 혈자리에 주로 침을 쓴다.

침 시술은 많게는 1주일, 적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증상을 봐가면서 조절한다.



엄선된 약재로 효과 극대화

“언론과의 첫 인터뷰라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어젯밤 한 숨도 못 잤어요”라면서 머리를 긁적이는 유원승 원장은 화교 2세다. 부친이 중국 산둥(山東)성 출신이다. 유 원장 뿐만이 아니다.

이솝한의원이란 공동 브랜드 아래 뭉친 전국 4곳(서울, 부천, 대전, 삼척)의 원장들이 모두 화교2세다. 대전 한의대에서 만나 의기투합한 동문들이기도 하다.

유 원장은 부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뿌리를 중국에 두고 화교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그는 누가 뭐래도 한국인이다. “대학시절 틈 날 때마다 중국으로 건너가 중의학을 공부했는데, 김치를 못 먹으니까 버티기 힘들더군요.”

“이솝한의원이 다른 한의원들과 구별되는 점이 뭐냐”는 물음에 유 원장은 기다렸다는듯 하루 한 번만 먹는 한약 처방법과 더불어 약재의 엄선을 꼽았다.

전국에서 가장 좋은 약재들만 직접 사서 쓴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같은 산수유라도 봉화, 구례, 의성 등 생산된 지역에 따라 약효가 조금씩 다르단다.

“한의사라도 한의원에만 앉아 있으면 약재에 관해 모릅니다. 중국산도 많고 국산과 반반씩 섞인 약재도 시중에 나돌아요. 약효가 하늘과 땅 차이죠.”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


입력시간 : 2006-01-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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