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4, 9자가 들어가는 날이면(4, 9, 14, 19, 24, 29일) 열리는 5일장 경기 성남 모란장. 서민들이 찾는 민속 장터다.

장이 서면 각지서 1,000여명의 장돌뱅이가 모여든다.

그곳은 야채, 과일, 조기 등 제수용품뿐만이 아니라 옷, 잡화, 약초, 개, 가축까지 안파는 게 없는 만물장터다. 길 한쪽에선 엿장수의 가위소리가 흥을 돋우고 약장수는 아이의 발길을 잡는다.

좌판에서 물건을 흥정하는 재미도 있고, 정을 파는 푸짐한 인심도 있고, 장보기를 끝낸 후 뜨끈한 순대국으로 빈 속을 채우는 풍성함도 있다. 한마디로 고향의 옛 추억을 사고 파는 살아있는 시장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은 모란장 상인에게도 일년 중 최대 대목이다. “설 경기가 좋아야 한 해가 넉넉한 데….”

아직 설을 며칠 남겨둔 탓인지, 아니면 서민들의 주머니가 얇은 때문인지, 손님들의 발길이 예전같지 않아 장돌뱅이들의 마음은 무겁다.

다음 장날엔 좀 더 나아지려나.


사진/ 빅서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