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터 그라스 판화·조각 작품전

소설 ‘양철북’으로 1999년 노벨문학상을 탄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의 소설이 아닌, 미술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전이 2월 28일까지 갤러리 고도에서 열린다.

국내에 그라스의 작품을 꾸준하게 소개해온 갤러리 고도가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서 최근 수송동으로 이전한 것을 기념해 여는 기획전으로, 석판화와 동판화 등 판화 38점과 청동 조각작품 5점 등 총 43점을 선보인다.

그라스의 미술과 문학은 직접적으로 얽혀있기보단, 그의 삶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에 접근하는 과정에 ‘다른 영역에서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언어에서 은유적인 표현이 돋보였다면, 회화에선 직설적인 화법의 실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에서 그리기와 글쓰기는 연속적으로 그러나 평행하게 소통한다. 그려진 그림은 다시 글로 쓰여졌고, 글에서 생산된 은유는 다시 직설적인 그리기로 재창조됐다.

그라스는 스스로를 “미술가로서는 전문 교육을 받았고, 작가로서는 교육 받지 않은 예술가”라고 불렀다.

그라스의 조형적 재능은 대상에 대한 집착에서 출발한다. 개구리, 버섯, 뱀장어, 넙치, 달팽이 등의 동식물은 대학시절부터 즐겨 그려온 것으로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반복되어 등장한다.

갤러리 고도 김순협 대표는 “그라스의 재능은 추상적인 관념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데 있다”며 “거칠고 자극적으로 드러나는 형태와 선들은 부조리한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02) 720-2223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