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문화기행 - 경찰박물관권력의 방망이에서 국민의 동반자로… 조선시대 이후 경찰의 역사 한눈에

과거에 아이들의 울음을 뚝 그치게 하는 무서운 대상이 호랑이였다면, 근대 사회로 접어들면서부터는 말썽꾸러기 아이들에게 즐겨 쓰는 표현으로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는 말이 등장한다.

일찌감치 되바라진 아이들이야 호랑이든 경찰이든 무서워하지 않겠지만, 이런 표현을 무심코 쓰는 동안 경찰이라면 ‘벌을 주는 무서운 사람’으로 인식하거나, 특정 직업에 편견을 갖기 쉽다.

그러나 멀게만 느껴졌던 경찰의 모든 것을 체험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경찰박물관(www.policemuseum.go.kr)이 있어 그런 우려를 덜 수 있다.

조선 시대 포졸부터 현대의 특공대 경찰까지 경찰박물관은 지난해 10월 한국 경찰 창설 6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조선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온 경찰의 모습을 담은 유물 8,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흔히 테마박물관이 소규모로 운영되는 것에 비하면, 경찰박물관은 총 6개 층 중 5개 층이 전시 및 체험공간으로 꾸며져 규모가 큰 편이다.

박물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감상하는 동선으로 되어 있다.

짧은 시간 내에 경찰 관련 유물 중심으로 꼼꼼하게 보길 원한다면 4, 5층을 관람하는 데 시간을 집중 할애하고, 아이들을 동반한 체험 전시에 흥미가 있다면 2층과 1층 관람에 비중을 두면 된다.

하지만 경찰 역사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먼저 파악하고 싶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영상실이 있는 6층 ‘소개의 장’에서 관련 영상물을 관람한 후 차례대로 내려가는 편이 좋다.

일제 강점기, 건국 초기에 경찰이 입었던
각종 복식과 함께 당시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중 유물 중심으로 구성된 5층 ‘역사의 장’은 조선 시대부터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 건국 초기, 한국전쟁 시기, 1960~80년대에서 지금에 이르는 시기 등 경찰 역사를 시대별로 세분화해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조선 시대 포졸과 포도대장 복장, 범죄자를 잡을 때 휘둘렀던 조선 시대의 육모방망이를 비롯해 일제 강점기와 건국 초기의 경찰 복장 등을 비교해 볼 수 있다.

특히 1968년 발행되어 소지자에게 2급 비밀과 암호자제 취급을 인가하는 ‘비밀취급 인가 증명서’라던가, 1980년대 초 남대문경찰서에서 발행된 ‘야간운행증’ 등은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된 요즘엔 잘 알 수 없는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자료다.

간첩 복장, 난수표 등 시대상 반영한 자료들 한편 4층 ‘이해의 장’에서는 범죄 현장에서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데 사용되는 감식 봉투, 지문 채취 도구 등 평소 보기 힘들었던 자료를 생생히 볼 수 있다.

치약 튜브처럼 생긴 지문 잉크, 스탬프 등 지문채취 도구를 비롯해 돋보기와 출입제한 테이프, 출입금지 푯말이 들어있는 현장 종합감식세트가 이채롭다.

미제 윌리스 지프차를 개조한
경찰 백차. 요즘은 찾아볼 수 없다.

이와 더불어 반공방첩이 강조되었던 과거 역사에서 경찰 업무의 큰 축을 담당했던 간첩 관련 자료도 눈길을 끈다.

숫자만으로 비밀스런 내용을 전달했던 난수표, 돋보기를 쓰지 않으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깨알같은 크기의 암호로 가득한 종이쪽지, 김일성 수첩 등 간첩이 체포 당시 소지했던 물품과 함께 군복, 한복, 잠수복 등 다양한 복장을 한 남파간첩들의 모습이 마네킹으로 재현되어 전시 중이다.

이밖에도 스페인, 영국, 중국, 브라질 등 해외 각국 경찰의 복식과 부착물이 전시되어 한국 경찰과 비교해볼 수 있다.

또한 교통정보센터와 연계된 검색 프로그램을 활용해, 각 지역의 교통 정보를 실시간 영상으로 관찰하는 것도 가능하다.

흥미로운 체험의 장 거짓말 탐지기와 지문 인식 시스템, 몽타주 만들기 프로그램 등이 마련된 2층 체험의 장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흥미로워 할 만한 공간이다.

범인 추적하기, 교통 정리, 시뮬레이션 사격장 등 게임 성격이 접목된 체험 공간은 에듀테인먼트를 지향하는 최근 박물관의 추세를 충실히 반영했다. 실물 크기로 재현되어 소형 변기와 세면대까지 갖춘 유치장에 잠시 들어가 본다거나, 수갑을 채워볼 수도 있다.

한편 입구이자 출구 역할을 하는 1층에서는 미제 윌리스 지프차를 개조한 경찰 백차, 초창기 경찰에서 사용하던 독일제BMW 순찰용 사이드카 등의 실물이 전시되어 있다.

원한다면 경찰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다. 플래시와 삼각대를 쓰지 않는다면, 전시된 모든 유물은 자유로운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인근 지역에 서울역사박물관이 있으므로, 함께 들러보는 것도 좋다.

관람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매주 월요일, 신정·설·추석 연휴 휴관)
관람요금 무료
문의전화 02-735-2519



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