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두통으로 고생한 사람들의 얼굴은 대부분 일그러져 있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 찡그리다 보면 얼굴 표정도 변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예민 아씨’로 불리는 L씨(30)도 그러한 경우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두통 때문에 단 하루도 잠을 편하게 자 본 적이 없다는 L씨는 진통제에 의지해 하루하루 버텼는데, 어느 날부터 진통제도 잘 듣지 않게 되자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

MRI를 찍어 봐도 뇌는 너무도 멀쩡하니 L씨의 고통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L씨의 두통 원인은 목뼈 이상으로 밝혀졌고, 그는 목뼈 교정을 통해 참을 수 없는 두통의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두통은 뇌 자체의 기질적인 병이나 급성 전염병으로 인한 것을 제외하고는 90퍼센트 이상이 뇌 자체와는 무관하게 나타나는 기능성 두통이다. 이런 기능성 두통 중에서는 병의 뿌리가 목의 구조에 있는 경우가 있는데, 국제 두통학회에선 이를 ‘경추 기능성 두통’으로 분류한다.

목뼈에 이상이 생기면 뇌로 흐르는 혈액이 부족해져서 두통이 생길 수 있다. 목뼈는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경동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목뼈가 틀어져 위치가 바르지 못하면 목뼈를 따라 흐르는 경동맥이 눌리거나 비틀어지는데, 이때 뇌로 피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두통이 나타난다.

마치 연못의 수로가 막히면 맑은 물이 흘러들어오지 못하듯, 뇌의 배관인 경동맥에 이상이 생기면 뇌로 포도당과 산소를 운반할 신선한 혈액이 흐르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심한 빈혈을 제외하면 대부분 목뼈가 틀어져 경동맥에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두통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한방에서는 이런 두통을 ‘혈허두통’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혈허두통의 증상은 빈혈이 있고 머리가 아프며, 어떤 때는 머리가 무거우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깨와 등이 짓눌린 듯 아픈 것이 특징이다.

앉았다 일어서면 어지럽고 온몸이 나른하다. 간혹 손발이 저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목뼈를 바로 잡아주면 뇌의 혈액 순환이 좋아져 두통 해소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한편 목뼈 이상으로 뇌척수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도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목뼈가 틀어져 뇌척수액 순환에 장애가 생기거나 호르몬 또는 신경전달물질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분비되면 노폐물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다 분비된 호르몬은 다시 흡수되거나 그 호르몬을 제어하는 또 다른 호르몬이 분비되어야 정상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쌓이는 체내 불순물을 ‘담음’이라고 한다. 담음은 쉽게 말하면 가래와 같은 것이다. 담음이 뇌척수액 순환을 방해하는 경우에 오는 두통을 한의학에서는 ‘담음두통’이라고 부른다.

담음으로 인해 두통이 발생하게 되면 머리가 송곳으로 콕콕 찌르듯 아프다. 식욕이 없으며 자주 피곤함을 느낀다. 뱃속에서 출렁출렁하는 물소리가 날 수 있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식었다하기도 한다.

담음두통 역시 비뚤어진 목뼈를 바로 잡아 뇌척수액의 순환을 활발히 해주면 통증이 많이 해소된다.

목과 어깨에 통증이 있을 때, 집에서 칡차와 파 찜질을 하면 효험을 볼 수 있다.

칡은 통증이 있을 때 열감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다. 칡차를 끓여 음료수처럼 마시면 당장 통증이 있을 때도 효과가 있고, 목 주위의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좋다.

칡에 묻어 있는 흙을 말끔히 털어 깨끗이 씻은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분마기에 넣고 찧는다. 손질한 칡은 서늘한 곳에서 말린 후 고운 가루를 낸다. 따뜻한 찻잔에 칡가루 한 큰 술과 끓는 물 한 컵을 붓고 잘 저은 다음 입맛에 따라 꿀을 넣어 마시면 된다.

또 파의 흰 부분만 끓는 물에 데쳐서 뜨거운 물수건에 싼 뒤 목에 찜질해도 통증이 덜하다.

두통은 워낙 흔한 데다가 진통제 이외의 치료 방법을 몰라 병을 키우는 사람이 많다.

더구나 심한 편두통에는 진통제조차 소용이 없을 수 있다. 무턱대고 약만 찾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아무리 검사를 해봐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할 때엔 치료를 지레 포기하지 말고 척추를 정밀진단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지긋지긋한 두통, 이제부터는 목뼈도 살펴보자.


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 박경수 원장 yanyi@jase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