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클릭/하리수] 동남아 한류 열풍에 일조, 4집 앨범 '리액션' 발표하며 2년만에 국내활동 재개

처음 만나기로 한 강남의 한 미용실에서 사무실로 급히 약속 장소를 변경했다. 전날 밤 한잠도 못 자고 꼬박 새우는 바람에 얼굴이 부어 메이크업을 하기가 어려웠다는데, 그래도 첫눈에 예쁘다는 인상을 준다.

‘여자보다 예쁜 여자’라는 말은 그런 하리수(31)에게 꼭 맞아떨어진다. 2001년 CF로 데뷔할 당시 트랜스젠더에 대한 대중의 뿌리 깊은 거부감도 녹여 버릴 정도로 대단한 미모를 과시했던 그녀였다.

“비결이 없는 게 비결이에요. 먹고 싶을 때 먹고, 운동도 거의 안 해요. 이렇게 얘기하면 안 되는 건지 모르지만, 진짜 그래요.”

어쨌든 공주(?)과다. 그래서일까. 2004년 2월 발표한 3집 ‘폭시 레이디’ 이후 만 2년 만에 국내 활동을 재개하며 내놓은 4집 ‘리액션’ 앨범에는 ‘잠 자는 숲속의 공주’란 달콤한 연가(戀歌)가 담겨 있다. 하리수가 이번 음반에서 가장 애착을 갖는 곡이다. “비밀스러운 야릇함을 간직하고 있어요. 서정적인 발라드 곡이라 특히 맘에 들어요.”

TV에서는 밝고 쾌활하고, 튀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하리수는 댄스 가수로 알려진 것과 달리 발라드 곡을 선호한다. “노래방 가면 2~3시간 동안 발라드곡만 불러요. 함께 간 사람들이 지루해할 정도죠.”

그러나 타이틀 곡은 듣기 편하고, 따라 부르기 쉬운 대중성이 강한 ‘리액션’을 택했다. 개인의 선호도보단 팬들이 원하는 스타일로 활동 방향을 정한 것이다.

앨범을 준비하며 무려 100여 곡의 데모곡을 받아 하나하나 직접 선별하여 모두 14곡을 뽑아냈다. “1ㆍ2집 때의 강렬한 테크노 음악과 달리 한결 안정된 느낌의 팔 발라드, 하우스,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모아놓은 게 특징이다”고 말한다.

가수·연기자·MC 발군의 끼 발산

사실 하리수는 가수로서도 그렇거니와 연기와 MC로서도 발군의 끼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홍콩 영화 ‘도색’과 대만 드라마 ‘하이! 내 사랑’ 등에 출연하며 중국 등지에서 연기자로 이름을 떨쳤던 그녀는 최근 아시아 전역에 방송되는 케이블음악채널V의 신설 프로그램 ‘클럽V’의 MC로도 발탁됐다.

본명: 이경은
생년월일: 1975년 2월 17일
키: 168㎝ 체중: 45㎏
혈액형: O형
학력: 아메리칸인터내셔널대학 연극영화과
데뷔: 도도화장품 CF '빨간통 페니아'로 데뷔(2001.3)
10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전파를 타는 ‘클럽V’는 클럽 입장객 앞에서 진한 키스를 하는 커플에게 50만원의 상금을 주는 도발적인 내용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4월부터는 중국어권 활동도 한층 강화한다.

얼마 전 말레이시아 기획사와 음반 1장을 내고, 영화 2편에 출연하는 조건으로 전속 계약을 맺었고, 5월에는 중국에서 음반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트렌스젠더에만 포커스를 맞추는데 비해 외국에서는 그냥 한 여자 연예인으로 대해줘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고 말한다.

이만하면 한류 스타로 불릴 만하지만, 하리수는 그런 호칭에 손사래를 친다. “아시아스타를 꿈꾸지는 않는다. 어디에서든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을 뿐”이라고.

하리수는 자연인 ‘이경은’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오손도손 살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4년 연하의 애인이 있지만, 결혼 계획은 없단다. 아직 한 남자의 아내로서보다는 집안의 ‘든든한 딸’로서 효도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어렸을 때부터 사내 같은 아들을 기대하셨던 아버지와는 가깝게 지내지 못했지만, 어머니는 언제나 절 믿고 이해해 주셨어요. 고민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에게 다 털어놓고 얘기했죠. 제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죠. 당분간은 그런 부모님과 조카들을 힘을 다해 돌볼 거에요.”

7세 때 부모님이 빚 보증을 서 가세가 기울면서 단칸방에서 어렵게 자랐다는 하리수는 가족 부양이라는 현실의 무거운 짐 앞에서도 “경제적으로는 부담이 크지만 가족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게 너무 좋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예쁜 겉 모습보다 꽉 찬 내면이 더 아름다운, 사회의 편견을 깨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자가 하리수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