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산수유마을과 사성암

봄볕 쏟아지는 섬진강과 지리산을 한눈에…

풍수에서 ‘섬진강 물을 마시는 자라의 형국’이라 말하는 구례 오산(鰲山 · 530.8m)은 섬진강과 지리산 조망이 아주 빼어난 산이다.

이 산 정상께의 가파른 바위벽에 제비집처럼 매달린 사성암(四聖庵)은 544년(백제 성왕 22)에 연기조사가 화엄사를 창건하고 그 이듬해 건립한 암자라 전해진다. 이후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네 고승이 이곳에서 수도했다 하여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내로라하는 성인들이 이곳에서 가부좌를 튼 까닭은 참선하기 좋은 명당이기 때문이리라. 최근엔 SBS 대하드라마 ‘토지’에서 주인공 길상과 서희가 불공을 드린 도솔암 촬영장소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다.

벼랑에 제비집처럼 자리잡은 사성암

사성암 주위의 기암괴석을 특별히 ‘오산 12대’라 부른다.

사람이 쉬어갈 수 있도록 평평한 쉬열대, 거센 바람이 불어대는 풍월대, 화엄사를 향하여 절하는 자리의 배석대, 향을 피워 놓은 향로대, 진각국사가 참선했다는 좌선대와 우선대, 석양을 감상하기 좋은 낙조대, 병풍을 펼쳐 놓은 듯한 병풍대, 선녀가 비단을 짠 신선대, 하늘을 우러르는 앙천대, 연기조사가 마애불로 화했다는 아미타불 닮은 관음대, 크고 붉은 색을 띤 괘불대가 그것이다.

▲ 바위 벼랑에 제비집처럼 자리잡은 사성암
모두 빼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그래서 사성암은 비록 자그마한 암자이지만 경내의 암벽 사잇길을 오르내리며 섬진강과 지리산 조망을 즐기다 보면 오히려 시간이 짧다.

사성암 오른편 바위벽에 붙어있는 전각 안엔 원효가 손톱으로 바위에 그렸다는 마애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다. 오른손은 가슴 위에 있고 왼손은 가슴 아래에 대어 찻잔을 받들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9세기 말에서 10세기 초 사이의 작품으로 진단하고 있다.

사성암 경내에서 오산 정상으로 가려면 사성암 해우소 앞을 지나 패러글라이더 활공장을 경유해야 한다. 활공장 한쪽엔 ‘정상 350m, 동해 4.8km, 약수터 30m, 면소재지 2.5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다.

이정표를 지나 정상을 향한 숲길로 들어서자마자 약수터가 보이고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의 내리막길은 구름재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는 오르막길은 정상으로 이어진다. 사성암에서 오산 정상까지는 5~10분쯤 걸린다.

산불감시초소와 묘 한 기가 있는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려면 묘지 뒤쪽의 바위에 오르면 된다. 봄햇살이 쏟아지는 섬진강 주변으로 구례 들판이 널따랗고, 그 너머로는 왼쪽부터 노고단, 반야봉, 왕시루봉이 우뚝하다.

그리고 왕시루봉 너머로는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살짝 머리를 내밀고 있다. 예로부터 ‘오산을 오르지 않으면 후회하고 두 번 가지 않아도 후회한다’는 말이 전해온다는데, 정상에 올라 이 광경을 두 눈에 담게 되면 누구라도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산행을 곁들이면 건강과 즐거움이 곱절

▲ 사성암에서 바라본 섬진감
사성암은 승용차로도 편하게 접근이 가능하다. 오산 남서쪽의 문척면 죽마리 서마지기골에서 암자까지 콘크리트 포장길이 잘 나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 여유가 있다면 건강과 걷는 즐거움을 덤으로 누릴 수 있는 산행을 곁들여보자.

오산 서북쪽의 문척면 죽마리 각금마을 코스는 사성암까지 가장 짧고 산길도 험하지 않아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 이 코스로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할 때에는 지나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면 된다.

성인의 보통 걸음으로 각금마을 주차장에서 사성암까지는 50분, 사성암에서 정상까지는 10분 정도 걸리므로 사성암을 둘러본 다음 정상에서의 풍광을 맘컷 즐기고 하산한다 해도 총 소요 시간은 2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오산을 다녀온 후엔 승용차로 20~30분 거리의 산동골로 산수유꽃을 보러가자. 섬진강과 지리산 기슭은 3월이 되면 매화와 산수유꽃으로 뒤덮이는데, 특히 산수유나무가 많은 만복대 남서쪽의 산동면은 봄마다 조물주가 노란 물감을 풀어서 그려낸 듯한 수채화가 된다.

산수유꽃 완상의 정점은 산동골 가장 상류에 있는 상위마을이다. 산수유꽃은 3월 중순 전후로 피기 시작해 3월 말쯤이면 만개한다. 올해 산수유축제는 3월 25일(토)부터 4월 2일(일)까지 9일간 산동골 지리산온천관광지 일원에서 열린다.

숙식

사성암이 있는 오산 둘레엔 숙식할 곳이 마땅치 않으므로 구례읍에 있는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산동골의 지리산온천타운엔 지리산온천랜드(061-783-2900), 지리산프라자호텔(061-782-2171), 송원콘도미니엄(061-780-8000), 노고단관광온천장(061-783-0161) 등 숙박시설과 지리산흑돼지고기를 차리는 식당이 많다.
산수유마을엔 언덕위에 하얀집(061-783-1330), 산촌민박(061-783-1133) 등 민박집이 여럿 있다. 작은방 30,000원.

교통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 고속도로→함양분기점→88올림픽고속도로(광주 방면)→남원 나들목→19번 국도(구례하동 방면)→구례읍→861번 지방도→문척교→800m→삼거리(우회전)→1.5km→각금마을(산행 기점)→1km→죽마리→2km→사성암. 서울에서 5시간 소요.
△서울→구례=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6회(09:10~18:30) 운행. 4시간10분 소요. 요금 20,900원.
△서울→구례구역=용산역에서 열차가 1시간마다 13회(06:50~22:50) 운행. 4시간10분~4시간40분 소요. 무궁화호 20,400원 새마을호 30,400원.
△구례→각금마을(사성암)=구례버스터미널(061-782-8584)에서 7회(06:40 09:20 11:40 13:20 15:20 16:20 18:20) 운행하는 죽마리행 군내버스 이용. 15분 소요, 요금 850원. 택시는 5,000원.


글·사진=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