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봄 햇살이 쏟아지는 도심 속 고궁이 탄성과 박수로 가득찼다.

영화 '왕의 남자'가 한국영화 사상 최다관객 신기록 행진을 계속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줄타기, 풍물 등 전통 마당놀이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뜨겁다. 3월의 첫 휴일이었던 5일. 경복궁 근정전 앞뜰에선 남사당패의 전통놀이 공연이 열렸다.

조선시대 때 농어촌과 서민 마을을 찾아다니며 해학과 충자로 양반에 억눌린 민중의 설움과 아픔을 달랬던 남사당 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풍물놀이, 버나(접시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가면극), 덜미(꼭두각시놀이) 등 6종류로 이어진 이날 공연에서 구경꾼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세상살이의 시림을 잊었다.

파란 하늘과 궁궐 추녀의 유려한 곡선을 배경으로 외줄의 직선 위에서 펼쳐진 줄타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신기(神技)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찬사를 쏟아내며 한국에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

그렇게 경복궁의 봄은 신명나게 달려온다.

▲ 근정전 앞 놀이마당을 빙 둘러않은 관람객들이 풍물패 장단에 맞춰 춤추듯 줄 위를 걷는 사당패의 몸짓을 조마조마한 눈길로 올려다보고 있다. 원더풀을 외치며 우리 전통놀이에 빠진 외국인도, 아빠 무동을 탄 소년도 제법 진지한 표정이다. 붉은 색으로 단장한 강령탈은 영화 '왕의 남자'에서 권력을 조롱하며 탈춤을 추던 광대가 쓰던 탈이다.



글·사진=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