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선화랑 '손의 재탄생' 展

도자, 칠기, 직조 등 공예는 어느덧 우리 삶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도예나 금속공예, 섬유공예 등의 이름을 쓰는 대학 학과들도 거의 사라졌다. 산업 문명이 발전하면서 공예의 고유한 영역이었던 기능과 기술은 산업의 영역으로 성큼 옮겨가 버린 것이다.

‘손’의 아날로그 문명을 표현하는 대표적 예술 장르인 공예는 이제 디지털 사회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 공예의 고답적인 틀을 깨고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인사동 화랑가의 터줏대감인 선화랑과 선아트센터에서 17일까지 열리는 ‘손의 재탄생展’이 바로 그것이다.

회화나 조각보다 먼저 탄생했을 수도 있는 오랜 전통의 미술 장르인 공예의 현주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싼 가격에 제품을 살 수도 있는 좋은 기회다.

국내 대표적인 공예작가 90여 명이 참가하여 도예, 유리, 섬유, 금속, 목공예 작품 200여 점을 선보였다. 공예가로 국제적 명성을 쌓고 있는 리사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 부인도 작품을 출품했다.

‘넘나듦’, ‘물질을 돌아봄’, ‘마음을 전하는 손’ ‘인간과 해학’ 등 장르가 아닌 창작태도 별로 테마를 나눈 전시는, 전통과 ‘손’의 힘에 근간을 두면서 먼 미래까지 지속할 공예의 기발한 응용성을 엿보게 한다.

이중 ‘넘나듦’은 창의성을 새로운 돌파구로 제시한 공예의 절박함을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테마이다.

‘행성(PLANET)’으로 명명된 유국일의 ‘수제 스피커’는 차가운 성질의 금속 스피커와 예술의 즐거운 만남을 이뤄냈고, 신이철 작품의 ‘돌연변이 수집(mutation collecting)’은 도자와 밀랍이라는 조형적 재료로 입체 회화를 구현했다.

전자가 산업으로 간 공예의 단면을 엿보인다면, 후자에선 회화로 발을 넓힌 공예의 재도약을 읽을 수 있다.

‘인간과 해학’이라는 테마의 작품들에선 인간의 내면을 반영한 공예의 유쾌한 해석력이 돋보인다.

이재언 미술 평론가는 “공예의 양식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천을 거듭하지만, 우리 삶의 가장 가까이에서 내면을 해석해내는 공예예술의 근본적 특성은 시간을 넘어 오롯이 살아 있다”면서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감각과 행위가 구체적으로 작용하는 삶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공예의 진가를 볼 수 있는 전시다”라고 말했다.

공예에 깃든 전통의 숨결과 삶의 체온. 인사동에 가면 꼭 한 번 들러 느껴볼 만하다. (02) 734-0458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