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여행/지리산 꽃동네] 살랑대는 봄바람, 매화 · 산수유꽃 춤추는 남녘

구례는 참으로 복 받은 땅이다. 장엄한 지리산과 수려한 섬진강을 지녔으며, 지리산 자락마다 산마을과 절집, 섬진강 강변마다 강마을과 모래톱이 자리잡고 있다.

봄이면 섬진강 따라 먼저 올라온 봄바람에 매화, 산수유, 벚꽃이 차례로 꽃을 피워 올려 장관을 이룬다. 여름에는 지리산 골짜기마다 계곡물이 시원하다. 가을 낙엽과 누렇게 익어 가는 들녘, 겨울 산의 멋스러움은 또 일러 무엇하리.

지금 구례는 산수유꽃이 한창이다. 샛노란 물감을 쏟아 부은 듯 마을 전체가 노란 꽃구름으로 뒤덮였다. 봄 햇살을 받은 산수유꽃은 화사하다 못해 현기증이라도 일으킬 듯 아찔하다.

봄에는 꽃, 가을에는 열매

매화와 더불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산수유꽃은 꽃 생김새로 보자면 그다지 아름답다거나 특별하지 않다. 향기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샛노란 빛깔만큼은 다른 어느 꽃보다 강렬하게 다가온다.

꽃송이가 햇살을 받으면 더욱 눈부시고, 만개한 산수유나무는 마치 나무 전체에 등불을 밝힌 것 같이 환하다.

구례에서도 산수유로 이름난 곳이 산동면이다. 국내 산수유의 절반 이상을 산동면에서 생산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산수유나무들이 있을지 짐작할 만하다. 산동면에서 산수유를 생산하는 마을은 50여 개.

이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상위마을이야말로 ‘산수유마을’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마을 곳곳에 산수유나무가 빼곡하게 자라는 것은 물론 집 마당까지 비집고 들어서 있다. 지리산이 마을 뒤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어 경치도 빼어나다.

산수유는 꽃 감상도 좋지만 열매가 주목적이다. 11월이면 새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봄철과는 또 다른 장관을 이룬다. 온통 샛노랗던 마을이 가을이면 새빨갛게 변한다. 산수유 열매는 주로 한약재로 쓰이고, 차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체험행사 푸짐한 노란 축제

구례에서는 해마다 꽃이 절정을 이룰 때를 골라 산수유꽃 축제를 벌인다.

올해는 25일부터 4월2일까지 9일 동안 열린다. 축제의 주무대는 산동면 입구에 자리한 지리산 온천 관광 지구. 그곳에서 각종 공연이 펼쳐지고 꽃길 걷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는 상위마을을 포함한 산동면의 여러 마을에서 펼쳐진다.

올해 축제에는 남도소리 국악의 향기, 산수유꽃 가요왕 선발대회, 중국 기예 공연, 좌도 농악 공연, 전통 한국 무용 공연, 태권도 시범, 동편제 국악 공연, 세계 풍물 공연, 가족음악회 등 흥미로운 행사가 준비돼 있다.

관람객이 직접 참가할 수 있는 체험 행사도 푸짐하다. 산수유씨 분리 체험, 산수유 씨앗 베개 만들기, 술 담그기, 산수유 꽃길 걷기, 산수유꽃 부채 만들기, 산수유차 시음, 산수유 천연염색 체험, 산수유나무 분양 이벤트, 소달구지 타고 산수유 군락지 체험, 농촌 박물관 관람, 산수유 떡치기 등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평소에 접할 일이 없는 산수유꽃과 산수유 열매를 보는 것도 특별한데 이를 가지고 베개를 만들고, 먹을거리까지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무척 좋아한다. 소달구지를 타고 산수유꽃이 많이 피어있는 곳을 오가는 체험 역시 아이들에게 인기 있다.

구례 최고의 전망대 사성암

상위마을에서 꽃축제를 체험한 다음 찾아가야 할 곳은 오산 사성암.

구례에는 화엄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이름난 사찰이 많지만 사성암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구례읍 남쪽에 자리한 오산은 해발 531m의 아담한 산으로 산 정상 바로 아래에 사성암이 있다.

사성암에 오르면 구례와 섬진강은 물론 지리산까지 한눈에 펼쳐지는 시원한 전망이 일품이다.

오산 정상 부위는 바위투성이로 이루어졌는데 이 바위 봉우리 위에 지은 것이 사성암이다. 위태로운 바위 절벽에 붙어선 법당은 경건함에 신비로움까지 더했다.

사성암은 582년 연기조사가 세웠다고 하는데 원효, 도선, 진락, 의상대사 등 네 명의 성인이 수도했다 하여 사성암이라 부른다.

대웅전 옆의 커다란 바위는 윗부분이 두 개로 쪼개진 형상이며 왼편이 좌선대, 오른편이 우선대다. 옛날 원효와 도천이 함께 앉아 수도했다고 한다. 좌선대, 우선대 외에도 풍월대, 낙조대, 괘불대 등 모두 12개의 바위들을 두고 오산 12대를 이룬다.

체험여행
*산수유마을 : 산동면 상위마을을 찾아가면 된다. 마을 주민들이 여행자들을 상대로 민박을 운영한다. 축제 기간에 찾아가면 산수유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산수유꽃 축제 : 3월25일 ~ 4월2일 지리산 온천관광지 일원.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780-0227

*찾아가기 : 호남고속도로 전주IC로 나간 뒤 남원을 거쳐 구례로 간다. 혹은 88올림픽고속도로 남원IC로 나간 뒤 19번 국도를 타고 구례 방면으로 간다. 구례 읍내에 못 미쳐 산동면이 나타난다. 지리산온천 관광지 표지판을 따라가면 산수유마을 입구에 이른다.




글 · 사진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