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여주인공의 캐릭터에 ‘웰빙 바람’이 분다.

올 봄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산 넘고 물 건너온 ‘촌녀’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아주 먼 곳에서 온 순박녀들이다.

각 드라마들이 내건 제작의도는 다르지만, 여주인공들의 컨셉트는 ‘풋풋함’과 ‘순박함’ 그리고 ‘당당함’을 지닌 밝은 캐릭터로 모아진다. KBS 2TV ‘봄의 왈츠’의 한효주, MBC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정려원, SBS ‘불량가족’의 남상미, MBC ‘진짜 진짜 좋아해’의 유진이 바로 ‘촌녀’ 주인공들이다.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은 ‘봄의 왈츠’의 한효주는 섬에서 유년을 보냈다. 섬 생활에서 밴 순수함이 가득하지만 또 섬사람만의 강인함으로 김밥도 팔고 좌판을 여는 억척스러운 면도 보여준다.

남자주인공 서도영에게 어릴적 섬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안겨줘 성장해서도 잊지 못하게 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윤석호 PD의 연출 스타일 때문에 외모 상에서는 ‘촌녀’의 느낌이 강하진 않지만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풋풋함으로 승부한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정려원은 외모 상으로는 단연 선두를 달릴 만하다. 전작 ‘내 이름은 김삼순’과 ‘가을소나기’로 뛰어난 패션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정려원은 이번 작품에서 갈래 머리에 털신, 몸빼바지로 이색적인 패션을 선보였다.

심지어 산골 출신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선크림도 안 바르며 기미가 끼는 것을 유도할 정도다. 이름 또한 정말 촌스러운 ‘복실’이다. ‘복길’이로 잘못 알아들은 이들에게 “내 이름은 복실”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정도로 당찬 면을 지녔다.

또 해외 유학까지 다녀 온 영화감독 김래원을 훈계하고 작품 비평까지 술술 늘어놓는 넉살은 우연하게도 2002년 같은 날인 3월 13일 방송을 시작한 ‘명랑소녀 성공기’의 장나라를 보는 듯하다.

세 번째 주자는 얼짱 남상미다. 빼어난 미모로 연예계에 데뷔한 남상미는 22일 첫 방송을 앞둔 ‘불량가족’에서 동해의 바닷가가 고향인 어촌녀 역을 맡는다.

어려서부터 배를 타며 그물을 던지고 눈 깜짝 않고 생선회를 치는 어부의 억척스러움이 그녀 역의 포인트다.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고깃배를 불지른 김명민에게 피해금을 받기 위해 상경을 불사하고 자신 몰래 일을 하는 동생을 보자 이단옆차기까지 날리는 과격함을 보이기도 하지만 바꿔 말하면 숨길 줄 모르는 솔직한 감정을 지닌 순수녀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요계의 요정으로 불리우던 그룹 SES 출신의 유진은 4월 8일 방송하는 ‘진짜진짜 좋아해’에서 촌녀들의 마침표를 찍는다. 팔 부상으로 출연이 불투명했던 유진은 촌녀 연기에 만족을 표한 연출자의 고집에 출연을 강행하게 됐다.

유진은 강원도 오지의 촌녀가 청와대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이야기를 그릴 ‘진짜진짜 좋아해’에 캐스팅 되자마자 두 달여 이상 강원도 사투리를 익히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유진은 극중에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에서 산 ‘여자 부시맨’으로 그려진다. 그런 유진이 서울로 올라오면서 이기적이고 각박한 현대인들과 충돌하고 그들의 닫힌 마음을 열면서 변화하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촌녀들이 장악한 안방극장의 촌티대결 승자를 점치기는 아직 이른 상황. 그러나 지난해부터 불어온 ‘내 이름은 김삼순’, ‘굳세어라 금순아’, ‘마이걸’ 등 코믹하지만 순수한 여주인공들의 높은 인기를 생각하면 이들 모두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전망이다.

촌녀들이 보여줄 4인4색의 재미가 각각 어떤 색으로 꽃피울지 설레는 안방의 봄이다.


스포츠한국 연예부 이현아 기자 lalala@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