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청암민속박물관 - 60~70년대 생활상 재현… 가족 나들이 장소로 인기

경기 양주시 장흥면 장흥관광단지 초입에 자리잡은 청암민속박물관. 이 곳은 우리가 앞만 보고 달려오는 사이 어느덧 과거 속으로 사라져버린 옛 것들을 되살려내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색 공간이다.

물레방아, 탈곡기, 돌절구, 삼태기, 호롱불, 됫박, 망태 등등. 이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옛날 생활용품과 민속품을 무려 1만2,000여 점이나 모아 놓은 이 박물관은 기성 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흥미로운 체험 학습의 장을 제공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예전 우리네 생활상을 생생하게 재현한 ‘추억 테마관’. 여기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1960~70년대 정겨웠던 고향 마을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일어날 만큼 당시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복원해 놓았다.

뜨거운 불가마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쇠를 두드리는 대장장이, 우물가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긷는 아낙네와 그 옆에서 등목을 하는 아이, 시골 장터의 뻥튀기 장수와 군밤 장수, 철제 도시락이 난로 위에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추운 겨울날의 교실, 예닐곱은 족히 돼 보이는 대가족이 안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부대끼며 생활하는 모습 등. 보기만 해도 그 때의 향수가 새록새록 살아난다.

실물 크기 인형과 각종 소품, 그리고 시대 배경이 어우러진 전시관을 둘러본 관객들은 절로 이 같은 탄성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그래 맞아, 내가 어릴 적엔 저랬지!”

세계 각국의 탈 전시, 야생화도 볼거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탈 150여 점을 한 곳에 모아 놓은 아트홀도 볼 만하다. 이 곳에선 국악인들의 공연이나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도 종종 열려 귀와 눈이 즐겁다.

박물관 내부만 볼 게 있는 것은 아니다. 100여 그루의 분재형 소나무 숲과 기찻길, 군데군데 다양한 모양새의 돌탑 등으로 멋스럽게 꾸며진 정원 역시 전통의 운치를 자랑한다. 특히 3~4월의 앵초부터 11월의 구절초까지 온갖 야생화의 향연은 또 다른 즐길거리다.

청암민속박물관은 뜻밖에도 사설 박물관이다. 정복모 관장은 인근에서 피자 전문점을 꽤 오래 운영해온 사업가다.

그가 박물관을 열게 된 것은 우리의 귀중한 민속 유물이 무관심 속에 사라져가는 데 대해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9남매의 막내로 자란 정 관장은 자신이 어릴 적 살던 집의 안방 정경을 고스란히 추억 체험관에 되살려 놓기도 했다.

“원래 수집 취미가 있어 옛 것들을 80년대부터 모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모이다 보니 혼자만 볼 게 아니라 함께 공유하자는 생각이 들어 박물관을 열게 됐죠. 민속품 한 개 한 개는 가격이 안 나가더라도 조상들의 지혜와 삶, 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가격 이상으로 가치 있는 것들입니다.”

청암민속박물관은 볼거리, 놀거리가 풍성한 장흥관광단지 안에 위치해 있어 주말 가족 단위 나들이 장소로 인기다. 주변에는 일영 유원지, 송추 유원지, 토탈 야외미술관, 밤나무숲 공원, 기산저수지, 권율 장군묘 등이 관광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7시(주말 오후 9시). 문의 031-855-5100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