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가 벚꽃동산, '한국의 술과 떡 잔치'도 함께 열려

“서라벌의 벚꽃길을 걸어보셨나요?”

신라가 천년의 찬란한 문화를 꽃 피웠던 고도(古都) 경주는 매년 4월이 되면 도시 전체가 커다란 벚꽃 대궐로 변한다. 꿈길처럼 펼쳐지는 연분홍 꽃구름 속에 들면 신라의 봄은 천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탐승객의 가슴에 스며든다.

벚꽃은 4월 8일 전후에 만개

경주에서 벚꽃이 아름다운 곳은 대체적으로 세 군데를 꼽는다. 우선 천마총, 미추왕릉이 있는 대릉원 근처의 돌담 벚꽃길이다. 이곳은 반월성, 계림, 첨성대 등이 몰려 있어 가족끼리 산책 삼아 거닐기에도 좋다. 날이 어두워지면 아름다운 첨성대 조명과 어울린 벚꽃이 색다르다.

보문호 주변은 연인들에게 가장 인기다. 벚꽃 띠를 이룬 호수 진입로를 따라 호숫가에 도착하면 맑고 잔잔한 수면 위에 노니는 꽃구름이 장관을 이룬다. 인근에 숙박 시설도 많아 벚꽃 탐승과 숙박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문단지에서 불국사까지 이어지는 도로도 빼놓을 수 없다. 아스팔트 길 양쪽으로 아름드리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또한 불국사 담벼락에 드리워진 벚꽃도 좋고, 불국사 뒷마당에 핀 벚꽃도 제법 아름답다.

수학여행 때 다 봤다고 해서 괜히 생략하지 말고 불국사 산책도 곁들여보자. 벚꽃, 백목련, 진달래 등 봄꽃이 등밝히는 4월에 천년 고찰을 거닐며 둘러보는 재미는 수학여행 때 설렁설렁 보던 것과는 감흥이 사뭇 다르다.

승용차로 드라이브하면서 벚꽃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지만, 벚꽃철 주말에 몰려드는 차들은 꽃이 주는 춘흥을 반감시킨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경주의 속살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도보나 자전거 여행이 더 좋다. 특히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휘날리는 꽃비 속을 달리는 맛은 아주 각별하다. 경주는 우리나라 최적의 자전거 여행 도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전용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하이킹 코스는 경주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북천을 거슬러 올라 보문단지로 들어가는 것이 보통.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으면 경주역과 고속버스터미널 중간에 있는 대릉원 일대만 다녀와도 괜찮다.

자전거 대여점은 경주역과 고속버스터미널 앞에 밀집해 있다.

물론 보문관광단지, 천마총 주변에도 있다. 자전거 지도는 관광안내소에서 구할 수 있다. 대여료는 평상시 주중에는 1일 5,000원, 주말에는 7,000원, 벚꽃 만개한 주말엔 10,000원. 연인들에게 인기 있는 2인승은 벚꽃철 주말엔 20,000원.

경주의 벚꽃은 보통 4월5일쯤에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별다른 기상 이변이 없다면 올해에는 4월 둘째 주 토요일인 8일 무렵에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시내에서 가장 먼저 개화하고, 약 4~5일 후에 보문단지, 그리고 이보다 3~4일 정도 늦게 불국사 주변에서 핀다.

4월 15일부터 '한국의 술과 떡 잔치'

경주에선 매년 벚꽃철마다 ‘한국의 술과 떡 잔치’도 열린다. 올해에는 4월 15일(토)부터 20일(목)까지 6일간 황성공원(皇城公園) 일원에서 펼쳐진다.

행사장에서 손님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떡 관련 행사로는 떡메치기, 가래떡 썰기, 누룩 디디기, 화전 만들기, 떡 만들기 등이 있다. 이 중 떡메치기는 잔칫집을 찾은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

떡칠 때는 처음엔 쌀이 튀지 않게 살살 달래가며 콩닥콩닥 두드리다 좀 끈기가 돌 때 철썩철썩 소리가 나도록 쳐야 한다. 떡이 다 되면 구경꾼들과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특히 올해엔 ‘전국 창작 떡 만들기 대회’가 처음으로 열린다.

또한 35개에 이르는 떡 부스엔 전국 각 지방에서 명예를 걸고 올라온 60~70종의 전통 떡이 선보인다.

경주지역의 대표적인 부편과 시루떡을 비롯해 찹쌀떡, 예쁜 각색 꽃절편, 쑥내음 향긋한 쑥떡, 진달래와 벚꽃으로 예쁘게 장식한 화전, 아이들에게 인기 좋은 찹쌀 꿀떡, 이 외에도 곰치떡, 호박떡, 송기절편 등 떡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올해 출품될 전통주는 모두 100여 종.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 경주의 특산물인 교동 법주에서부터 경기 문배주, 가야곡 왕주, 한산 소곡주, 안동 소주, 전주 이강주, 진도 홍주, 감악산 머루주뿐만 아니라 백두산 들쭉술 등 북한에서 온 술도 술꾼들을 유혹한다. 이 땅의 내로라 하는 명가명주는 다 모이는 셈이다.

숙식

보문관광단지엔 호텔과 콘도, 여관, 민박집 등이 넘쳐난다. 이외에도 불국사 주변과 바다가 보이는 감포 부근에도 숙박시설이 많다.

경주 역에서 경주박물관 쪽으로 400m떨어진 곳에 위치한 팔우정 로터리엔 팔우정 해장국(054-742-6515) 등 해장국 전문집들이 즐비. 1인분 4,000원. 대릉원 바로 옆엔 경주에서 가장 유명한 황남빵 본점(054-749-7000)이 있다.

교통

△ 경부고속도로 경주 나들목으로 나오면 바로 경주 시내로 연결된다.
△ 서울→경주 강남터미널에서 매일 30~40분 간격(06:30~19:00) 수시 운행, 심야 2회(23:40 24:20) 운행. 4시간20분 소요. 일반 16,300원 우등 24,200원 심야 26,600원.
△ 부산→경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매일 30~40분 간격 수시 운행. 1시간30분 소요. 요금 3,900원.
△ 서울역→경주역 매일 새마을호 2회(07:40 17:40), 무궁화호 1회(22:37) 운행. 새마을호 4시간30분 소요, 요금 33,700원. 무궁화호 5시간10분 소요, 요금 22,700원.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