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경영 / 조동성 & 서울대 매커니즘 연구회 지음 / 한스미디어 발행 / 2만원

누군가 당신에게 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이유를 묻는다면 뭐라 답할까?

“이건희 회장이 훌륭해서”, “때마침 반도체 시장이 호황이라서”, “똑똑한 인재들이 많아서” 등등. 그리 심오해 보이지 않는 이 대답들은 사실 경영학이 오랫동안 탐구해온 기업 성공의 비결과 크게 다르지 않다.

CEO를 중시하는 주체(Subject) 관점, 기업을 둘러싼 제반 상황에 눈 돌리는 환경(Environment) 관점, 기업이 지닌 인적·물적 토대를 주목하는 자원(Resource) 관점. 20세기 이후 경영학자들이 기업 경쟁력을 분석하기 위해 개발한 이론적 틀은 이처럼 ‘ser’로 요약될 수 있다.

서울대 경영대학 조동성 교수는 이상의 세 관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GE·소니·도요타·삼성 같은 기업들이 경영환경의 심한 부침 속에서 ‘지속적 경쟁 우위’를 확보한 이유를 그것들이 과학적으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그래서 ‘ser-M’ 즉 기업 고유의 운영 방식인 메커니즘(Mechanism)을 함께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한국의 대표적 경영학자가 제자들과 함께 펴낸 은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고 나아가 현실에 적용하려는 15년 노력의 성과물이다. 일반 독자가 읽기에도 어렵지 않아, 공들여 다듬어온 개념을 대중화하려는 조 교수의 의도가 엿보인다.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저자는 ser 관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제로 “메커니즘 관점은 전체론적 동학을 추구”한다고 규정한다.

‘전체론’이라 함은 주체·환경·자원을 예전처럼 따로 보지 말자는 것이고, ‘동학’은 세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빚어내는 과정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한 예로 1960년대 이후 한국 경제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삼성·LG·현대·대우는 ser 각각의 측면에서 볼 때 결정적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네 재벌그룹의 운명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급속히 갈렸다.

각각의 재벌들이 비슷한 자원을 놓고 ‘언제, 어떤 순서로 획득해 어떻게 구성하는가’ 즉 메커니즘 구조를 달리했기 때문에 결과는 큰 차이를 나타냈다고 조 교수는 설명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메커니즘은 최근 경영학에서 주목 받는 개념인 ‘동태적 역량’과 비슷하다.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프로세스’ 이론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조 교수는 상당한 부분을 할애해서 메커니즘과 두 유사 개념의 차이를 밝히려 노력한다.

프로세스가 단순한 “시간의 순서에 따른 변화”라면 메커니즘은 변화가 일어나게 하는 요인까지 살피는 개념이다. 하지만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우월한 시장지위를 가지게 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정의되는 동태적 역량과 메커니즘은 저자의 설명을 읽어도 차이점을 알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메커니즘은 한 세기를 거치며 옹골차게 진화해온 기존의 경영분석 틀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책장을 넘기는 동안 언뜻언뜻 읽히는 저자의 복안은 책 말미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국내 CEO 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저자는 “경영인들이 주체와 메커니즘보다 자원과 환경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타까워한다.

책 중간에 세 차례 걸쳐 부록 형식으로 삽입된 잭 웰치 전 GE 회장과의 대담 내용을 언급하며 저자는 “(메커니즘은) 주체가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자원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학습되고, 진화하게 되는 것”이라 역설한다.

환경과 자원에 밀렸던, 주체 즉 최고 경영자의 중요성을 메커니즘이라는 총론적 개념을 통해 다시금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물론 ‘M경영’이 학계와 경영 현장에서 주류의 반열에 오르려면 책에서 제시하는 수준보다 훨씬 정교한 연구성과가 축적돼야 할 것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