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종류의 어묵을 직접 골라먹는 재미가 그만인 ‘오뎅바’. 사람들과 어깨를 맞대고 정겹게 술잔을 기울일 수 있어 요즘 인기가 높다. 그럼 좀 더 다양하고 고급스런 어묵을 격조 있는 장소에서 맛볼 순 없을까?

서울 강남의 도산공원 정문 앞에 최근 문을 연 ‘오가노 주방’은 그런 고객의 요구 때문에 태어났다. 이름은 일본어로 존칭을 표시하는 ‘오’에 집을 뜻하는 가(家)를 붙여 ‘가문의 주방’이란 뜻. 일본 정통 어묵의 맛을 낸다고 그렇게 부른다.

이곳 역시 ‘ㄷ’자 모양의 커다란 오뎅바에서 갖가지 어묵을 맛볼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뎅바 안쪽에 서 있는 조리사들이 어묵을 요리조리 담아내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미송 재질의 오뎅바는 원목의 형태와 땟갈을 고스란히 간직해 하루하루 손님들의 손때가 묻어나길 기다리는 듯하다.

어떤 오뎅을 먹어야 하나? 여기서는 이 고민이 크다. 어묵 관련 메뉴만 무려 60여 가지나 돼서다.

두부와 야채를 함께 갈아 튀겨내 유부처럼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일본 전통 어묵 간모토키, 우엉이 안에 들어간 우엉오뎅, 쫀뜩쫀득하게 씹히는 게 특징인 구마모토 지방의 대표 어묵인 사쯔마, 가마보코 지방에서 유래해 커다란 대롱처럼 가운데가 뻥 뚫리고 길다란 형태의 츠크와 등이 인기 어묵들. 또 고기와 해물 등을 야채와 함께 갈아 우리네 완자처럼 만든 쯔꾸네는 닭고기, 새우, 오징어깻잎, 문어 등 재료가 다양하다.

닭고기와 야채를 믹싱해 양배추에 싸서 삶아낸 양배추롤, 실곤약, 한번 구워 껍질을 벗겨내 부드럽게 만든 가지 등도 이색 메뉴들. 자장면처럼 진한 색깔의 된장에 찍어먹는 미소오뎅도 짭짜스름한 맛 때문에 술안주용으로 잘 나간다.

또 게와 명란, 성게알 등을 살짝 데쳐 오뎅 국물에 함께 내는 것도 이채롭다. 특히 오랜 시간 조린 무는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을 듯하다.

어묵은 주방에서 조리사들이 직접 만들었거나 일본에서 직수입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가쓰오부시(참치 말린 것)와 다시마 등을 주재료로 1주일 이상 끓여내고 걸러낸 오뎅 국물은 이 집의 자랑거리.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조리사들이 ‘새어 나가면 안 된다’고 말을 아끼기만 한다.

두세 명이라면 모를까 4명만 넘어서면 일렬로 길다랗게 앉아야 하는 바는 불편하다. 그래서 바 옆으로는 커다란 테이블 좌석이 여럿 마련돼 있다. 고재와 슬레트석 등 자연 소재가 넉넉히 사용된 때문인지 어디에 앉더라도 친근한 느낌이 난다.

오뎅바라서 어묵에만 열중한다면 절반만 맛보는 셈. 식사 메뉴도 특이하다.

계절 해산물과 야채가 듬뿍 들어간 야키소바와 버섯과 해산물을 넣고 특이하게도 물 대신 오뎅 국물을 붓고 지어낸 가마솥밥이 대표 메뉴. 샐러드와 각종 구이, 대합찜 등 스페셜 메뉴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퓨전일식 전문조리사가 직접 만들어준다. 술은 오뎅바답게 사케(정종)를 주로 권한다.

메뉴
오뎅바 안쪽에 놓여진 국물통에 담겨 있는 60여가지 어묵 메뉴를 직접 골라 먹을 수 있다. 종류마다 한두개씩 3,000원부터. 6품목 세트는 1만8,000원. 식사 메뉴는 1만2,000원부터.

찾아가는 길
영화관 시네시티 뒷편 도산공원 바로 정문 앞. 1층 느리게 걷기가 들어서 있는 제성빌딩 2층 (02)514-0058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