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이웃 종교로 읽다 / 오강남 지음 / 현암사 발행 / 1만 5,000원

대중적 불교 해설서의 저자가 다름아닌 오강남 교수임을 확인했을 때 독자는 일단 몇 가지를 기대하게 된다.

우선 우리말의 멋을 살린 특유의 미문으로 쉽고 친절하게 이야기를 펼쳤을 것이다, 타 종교 신자나 무신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도그마적 선언은 없을 것이다, 나아가 필자가 견지해온 종교 다원주의 정신이 투영돼 ‘열린’ 불교 사상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등등.

캐나다에서 30년 가까이 비교종교학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의 일곱 번째 한국어 저서 ‘불교, 이웃 종교로 읽다’는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기독교에 관한 논쟁적인 글로 널리 알려진 오 교수는 기독교인이면서도 ‘화엄의 법계연기 사상’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불교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간의 강의에 한국 관련 내용을 보충해서 펴낸 이 책은 불교 초심자의 관심과 수준에 맞춰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구성돼 있다.

오 교수는 부처님의 사상에서 꼴 지어진 불교의 원형이 인도에서 어떻게 고등 종교로 체계화 되었는지를 조명한다.

인도 불교는 기원전 1세기경 대승불교와 소승불교로 나뉘는데 후자가 개인적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전자는 중생 구원을 위해 희생하는 ‘보살’을 이상으로 삼는다.

이 중 동아시아에서 꽃피우는 쪽은 대승불교이다. 저자는 동아시아 불교가 분화·발전되는 과정을 살피면서 불교 사상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화엄(華嚴)과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 관심이 부쩍 높아진 선(禪)불교에 방점을 찍어 이해의 진폭을 넓힌다.

덧붙여 근래 세를 얻고 있는 서양 불교의 종교적 특성을 다루는데 이는 단순히 필자의 생활공간과 밀접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 불교가 보이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모색으로 보인다.

종교 다원주의자의 신간답게 이 책은 에누리 없는 불교 입문서 노릇만 하지 않는다. 생소한 불교 개념을 명쾌하게 풀어주면서 오 교수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도교, 유교를 아우르는 ‘이웃 종교’ 얘기를 잊지 않고 끼워 넣는다.

“너희가…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라는 성경 속 잠언을 모든 사물은 서로 연관돼 있다는 화엄의 상즉(相卽)·상입(相入) 원리와 나란히 놓는 것이나, 문자나 이분법적 사고에의 얽매임을 벗고자 하는 선불교의 지향을 ‘십자가의 말씀’을 통해 세상의 지혜를 버리라는 기독교적 요구와 함께 꿰는 것은 ‘이웃’의 동질성을 강조함에 다름 아니다.

저자는 영국의 유명 시인 블레이크의 작품이나 일본 고유의 단시(短詩) 하이쿠 등에서 나타나는 문학적 영감까지도 불교의 이해를 돕는데 기꺼이 끌어들인다.

이런 비교 작업을 통해 저자는 다시금 “불교가 그리스도교와의 대화에 적극성을 띠게 되기”를 촉구하고 나아가 제 종교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의식의 변화’가 ‘어떤 구체적 수행을 통해’ 보편화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자고 제안한다.

전작들을 통해 현실 기독교의 난맥상을 날카롭게 짚었던 필자는 이 책에서 현실 불교, 특히 한국 불교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는다.

‘치마 불교’ ‘장례 불교’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제 가족의 안위만 챙기는 기복 신앙 형태는 이제는 지양하자는 것. 그러면서 서양 불교가 보여주듯이 신앙의 무게중심을 참선과 명상으로 옮기고, 타인을 비롯한 생태계 전체가 겪는 고통에 관심을 가질 것도 제안한다.

이런 비판에는 신랄함보다는 따뜻한 애정이 느껴진다. 퀘이커 모임에 나가는, 천상 기독교 신자인 저자는 “불교가 제 자신의 종교가 아니기에”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본래 마음의 비움, 열림을 중시하는 불교가 앞장서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종교의 집들”을 꾸며줬으면 하는, 저자의 평생 바람이 담긴 까닭일 것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