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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유채꽃 흐드러진 돌담길 따라 무르익은 봄의 왈츠가 흐른다
청산도



부드러운 언덕은 푸른 보리밭이다. 보리밭을 따라 굽어 있는 황톳빛 돌담길을 내려오는 세 사람이 있다. 아비는 등짐을 메고, 검은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딸은 가방을 들었다. 아들은 북을 메고 있다. 아름다운 길을 걷고 있지만 피곤에 지친 이들의 걸음은 힘이 없다. 돌연 아비가 소리를 한다. ‘진도아리랑’이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딸이 화답을 하자 이들은 서서히 생기가 돈다. 시무룩하던 아들도 북채를 꼭 쥐고 있다 어느새 흥이 올랐는지 북채를 신명나게 휘두른다. 언덕 아래에 다다르도록 이들의 어깨춤은 덩실덩실 이어진다.

카메라를 한 곳에 고정하고 5분40초 동안 이어진 ‘서편제’의 롱테이크는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힌다. 이렇게 해서 유명해진 ‘서편제’ 명장면의 촬영지 청산도가 10여 년이 지난 지금 ‘봄의 왈츠’라는 드라마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편제'와 '봄의 왈츠' 촬영장 당리

완도항에서 배를 타고 40~50분만에 도착한 청산항(도청항).

누가 뭐라 해도 청산도의 첫 코스는 당리 돌담길이다. 항구에서 오른편 언덕길로 나있는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1.5km 정도 가면 그 명장면을 잡은 돌담길이다. 영화가 끝난 후 먼지 때문에 콘크리트로 포장했다가 관광객들의 성화에 ‘황톳빛 시멘트길’로 복원했다.

들머리엔 샛노란 유채밭이 장관이다. 여러 차례의 봄비에 훌쩍 자란 청보리와 마늘이 돌담 안에 건강하다. 바닷바람이 불면 청보리는 일제히 허리를 굽히며 하늘거리고, 유채꽃은 꽃잎을 떨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샛노란 유채밭과 푸른 보리밭이 먼발치의 파란 바다와 절묘한 색상의 조화를 이룬다.



▲ 당리 언덕에 있는 '봄의 왈츠' 야외 세트장.


돌담길 끝에 있는 언덕엔 유럽풍의 2층짜리 새하얀 농가가 바다를 향해 우뚝 서 있다. 마치 동화나라에 온 듯하다.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이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성인이 된 후 돌아와 여기서 살 예정이란다. 5월 중순 드라마가 끝나면 관광객들에게 공개된다.

언덕 바로 아래에 있는 당리 마을엔 ‘서편제’의 아비가 딸에게 소리를 가르치던 허름한 초가가 있다.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한 밀랍인형이 눈에 띈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비바람에 허물어져 버렸던 것을 얼마 전에 새로 복원해 놓았다.

청산도는 유명세에 비해 관광지가 잘 조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서편제’와 ‘봄의 왈츠’ 주요 촬영장이었던 당리 주변만 돌아본다. 실제로 여기는 청산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섬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읍리엔 고인돌과 하마비가 있어 청산도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 가파른 경사면에 돌을 쌓고 흙을 부어 만든 ‘구들장논’은 부흥리 일대에 많이 남아 있다.

신흥리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가 깔려 있다. 물이 나는 썰물 때면 마을 아낙들은 여기서 꽃조개를 잡는다. 신흥리에서 고개를 하나 넘으면 갯돌이 펼쳐진 진산리 포구가 나온다. 파도에 휩쓸릴 때마다 차르륵 소리를 내며 구르는 갯돌 소리가 좋다.

청산도 100배 즐기는 법



▲ '봄의 왈츠' 아역 주인공들이 비를 피하던 당산나무.


우선 차를 갖고 청산도에 들어갔다면 시계 방향이든 반시계 방향이든 섬을 일주해보자. 청산항~당리 서편제·봄의 왈츠 촬영지~고인돌과 하마비~부흥리 구들장논~신흥리 해수욕장~지리 해수욕장~청산항 일주도로 17.5km 구간은 모두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면서 드라이브한다 해도 2~3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평소 도보 여행을 즐기는 편이라면 다리품을 파는 것도 괜찮다. 일주도로를 따르는 데만 4시간 정도 걸리고, 중간중간 만나는 마을길도 들어갔다 나온다 해도 7시간 정도 잡으면 넉넉하다.

당일치기로 도보를 즐기려면 항구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버스를 타고 종점인 신흥리까지 간 후 천천히 걸어오며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 2시간 정도 걸린다.

섬을 일주하는 버스는 여름 휴가철에만 운행한다. 시간이 촉박하거나 노약자가 있다면 청산항에서 택시(061-552-8519, 552-8747)를 타면 된다. 일주하는 데는 3만원(1시간 소요), 여기저기 들렀다 가면 5만원(2시간 소요).

주의할 점 하나. 청산도에선 ‘볼일’을 보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신

흥리·지리해수욕장에 공중화장실이 딸려 있으나 여름 휴가철에만 개방한다. 간이 화장실조차 없다. 따라서 도보 여행 전에 청산항 매표소에 있는 화장실에 반드시 들러야만 도중에 곤란을 겪지 않는다. 자세한 현지 정보는 청산도 홈페이지(www.adpia2020.co.kr) 참조.

숙식
청산항(도청항) 주변에 숙박시설이 몰려 있다. 작은방 2만~3만원. 민박집에서 식사(1인분 5,000원)를 차린다. 식탁엔 각종 싱싱한 해산물이 올라온다. 항구 주변엔 청산도 횟집(061-552-8600)등 횟집이 많다. 광어·우럭회 5만원.

교통
△ 서해안고속도로 목포나들목→2번 국도→강진→18번 국도→계라 삼거리→55번 국가지원지방도→북평→13번 국도→완도.
△ 호남고속도로 광산 나들목→13번 국도→나주→영암→성전→2번 국도→강진→18번 국도→북평→13번 국도→완도.
△ 남해고속도로 광양나들목→2번 국도→순천→보성→장흥→강진→18번 국도→북평→완도.

배편
△ 완도여객선터미널(061-552-1171)→청산도=매일 5회(07:50 10:20 13:00 15:40 18:10) 운항. 45분 소요. 편도 요금 어른 5,800원, 어린이(만 3세 이상) 2,900원. 승용차 2만3,000원(운전자 1인 포함). 청산도에서 나오는 배편도 5회(06:30 09:00 11:40 14:20 17:00) 운항. 문의 청산농협 061-552-9388 청산면사무소 061-550-5628



입력시간 : 2006/05/02 13:58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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