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철쭉제·보성 녹차밭 탐방

5~6월은 철쭉 세상이다. 철쭉은4월 하순부터 남도를 시작으로 강원도 태백산에 이르기까지 무려 한 달간에 걸친 느린 북상으로 전국 산야를 분홍빛으로 물들이며 한 계절을 마무리한다.

5월은 가정의 달. 한 번쯤 야외 가족나들이를 계획하지만 막상 호젓한 곳이 떠오르지 않아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한다.

그럴 때면 5월의 꽃의 여왕인 철쭉을 감상하고, 봄철 별미 키조개를 맛보고, 새순을 수확하기 시작하는 녹차밭을 거닐며 차향(茶香)에 취해보는 일석삼조의 여행을 떠나보자.

국내 대표적인 철쭉 군락지인 제암산(전남 장흥)과 사철 녹색 피라미드의 장관이 펼쳐지는 보성 녹차밭은 이웃하고 있어 연계관광 코스로도 그만이다. 눈과 입, 코가 모두 즐거운 여정이다.

철쭉에 취하고 키조개 맛에 반하다

2시간 내외의 힘든 산행을 마친 뒤 마주하는 철쭉의 향연은 보는 이들을 단박에 취하게 한다.

전남 장흥군 금산리에 있는 제암산(807m)은 인근 사자산(666m)과 능선으로 연결돼 있다.

산사람들은 5월에 철쭉이 필 무렵이면 두 산을 종주하며 꽃 감상에 나선다. 제암산의 철쭉 군락은 제암산과 사자산 중간쯤인 해발 487m지점을 중심으로 10만여 그루가 온 산을 뒤덮고 있어 철쭉이 활짝 피면 천상의 화원이 따로 없다.

제암산 철쭉 산행은 보통 금산리 주차장에서 곰재(주차장~곰재~정상. 3.1㎞, 1시간 30분) 또는 간재(주차장~간재~철쭉군락지~곰재~정상. 5.8㎞, 2시간40분) 코스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은 임도로 연결돼 길이 평탄한 간재 코스를 애용한다.

간재 코스로 올라갈 경우 철쭉 군락지 1.4km 아래까지 임도가 나있어 덜 붐비는 평일에는 차를 타고 그곳까지 가면 불과 한 시간여의 산행만으로도 철쭉 구경을 끝낼 수 있다. 그러나 휴일에는 금산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가는 게 좋다. 산행은 넉넉잡아 3~4시간이면 충분.

가족단위 산행은 간재 코스를 택한다. 완만한 경사의 임도는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기에 무리가 없다.

30여 분 정도 올라가면 우회하는 임도를 가로지르는 오솔길 같은 등산로가 나온다. 계속 임도를 따라 올라가도 되지만 간간이 나오는 이 같은 등산로를 이용하면 곳곳에 핀 제비꽃과 애기나리, 양지꽃 , 개별꽃 등 앙증맞은 봄꽃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패러글라이딩장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가로질러 간재로 향하는 등산로에 접어들면 30여 분 동안 제법 산행다운 산행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경사는 그다지 급하지 않고 숲속 길이어서 어린이들이 걷기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저만치 하늘이 보이는 간재 문턱에 다다르면 철쭉의 황홀한 분홍 물결이 눈부시다. 철쭉은 사자산과 제암산 정상을 잇는 능선인 간재를 중심으로 해 제암산 정상너머 형제바위 주변에서 제암산 정상을 거쳐 사자산 기슭까지 6㎞의 구간에 걸쳐 폭 200m~30m로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 제암산 정상 인근에 있는 철쭉 군락이 압권으로 사진 작가들의 단골 촬영포인트다. 어른 키 높이로 자란 철쭉 군락 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그 많은 사람들의 행렬은 꽃 속에 파묻히고, 원색의 등산복을 입은 산행객 또한 한 송이의 꽃이 된다.

올해 철쭉은 4월 말부터 개화하기 시작, 5월 중순쯤 만개하며 5월 하순까지 감상할 수 있다. 장흥군은 5월1일부터 15일까지 제암 철쭉제를 개최한다. 문의 장흥군청 문화관광과(061-860-0224)

살이 오른 수문항 키조개

▲ 장흥 소등섬.

장흥군 안양면 수문항 앞바다(득량만)는 국내 대표적인 청정해역으로 조수 간만의 차가 2m 안팎이어서 바지락과 키조개가 많이 잡힌다. 이중 키조개는 4월 말부터 5월까지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이 가장 좋다.

양질의 지방질을 포함,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키조개는 회로 많이 먹고 구이와 무침, 전으로도 즐긴다.

회는 야채나 묵은 김치에 싸서 먹는데, 5~6마리(3만원 내외)면 2~3명이 즐길 수 있다. 수문항 바다하우스(061-862-1021)가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 키조개 전문점. 수문항에선 제암산 철쭉 시즌을 맞아 5월1~5일 키조개 축제를 연다.

여행일정 짜기
제암산 철쭉 감상을 위한 1박2일 여정이라면 제암산 철쭉과 보성 차밭을 주요 코스로 잡는다. 식사는 키조개와 보성 차밭의 녹돈이 별미다. 키조개 산지인 수문항 인근에 수문포 해수욕장이 있어 식후 산책코스로 좋고 보성차밭에선 봇재를 넘어가면 율포만 인근에 녹차해수탕이 있어 여독을 풀 수 있다.

숙박
안양면 수문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옥섬 워터파크(061-862-2100)는 해수탕과 워터파크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추져 있다. 장흥읍내에는 귀빈모텔(061-863-2083) 등 장급 숙박시설이 많다.

교통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IC~2번 국도~장흥 및 보성. 호남고속도로 남광주IC~화순~능주~장흥. 부산~남해고속도로 서순천IC~2번국도~보성~장흥. 장흥읍에서 공설공원 묘지가 있는 신기마을 금산리 주차장까지 6km 거리로 군내버스가 오전 7시25분부터 오후 6시45분까지 하루 6회 운행한다.

보성 차밭에 서면 당신도 드라마 주인공

▲ 봇재에서 내려다 본 차밭 풍경.

가파른 산비탈을 타고 녹색 띠가 층층이 올라가는 특이한 모양의 보성 녹차밭에 서면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에 빠져든다. 마치 유럽의 작은 전원 도시에 온 듯, 이국적인 정취에 취한다. 차밭은 항상 녹색이지만 계절에 따라 조금씩 색깔을 달리한다. 봄엔 신록을 닮은 연한 초록, 여름엔 초록, 가을과 겨울엔 갈색이 살짝 감도는 진초록으로 변한다. 초록빛은 언제 봐도 싱그럽지만 차잎의 새순이 막 자라나 수확을 앞둔 5월의 차밭은 더욱 싱그럽게 가슴에 와닿는다.

보성군은 646ha의 녹차밭에서 국내 녹차의 46%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 보성읍 봉산리 봇재 주변이 유명하다. 특히 봇재 정상 아래에 있는 대한다원은 CF와 드라마, 영화 등에 단골로 나오는 대표적인 차밭 관광지다.

입구의 삼나무숲 길을 통과하면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녹색피라미드의 장관이 압권. 녹색 피라미드의 상층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전망도 탄성을 자아낸다. 봇재 주변 차밭에서는 매년 다향제를 전후해 차잎따기를 하는데, 아낙네들이 차잎을 따는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켜 차잎따는 시기에 맞춰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보성군은 5월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다향제를 개최한다. 차잎따기 체험, 차만들기 체험, 녹차씨앗 나눠주기, 녹차김치 만들기, 녹차아이스크림 맛보기 등의 다양한 관광객 참여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보성군 웅치면과 장흥군 안양면 경계에 자리한 일림산은 장흥의 제암산과 사자산으로 이어지는 산으로 이곳 역시 철쭉 군락지로 유명하다. 문의 보성군청(061-850-5223)

여행팁: 보성에서는 녹차와 관련된 먹을거리가 많다. 특히 녹차를 먹여 키운 녹돈이 유명한데, 지방질이 적고 돼지고기 냄새를 없앴다고 한다. 녹돈촌(061-853-5153), 한남식당9061-853-4568)이 전문점으로 유명하고, 대한다원(061-852-8887) 등 차밭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선 녹돈을 비롯해 녹차 국수 등 다양한 녹차 관련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김순근 여행작가 sk5267@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