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3 - 비밀 요원 톰 크루즈의 '액션 종합 선물 세트'… 대규모 액션신 압권

2006년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 라인업의 핵심어는 '속편'이다. <슈퍼맨 리턴즈> <엑스맨 3> <캐리비언의 해적>, 그리고 여기 소개할 <미션 임파서블3>가 그렇다.

명성이 자자했던 TV 시리즈,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하는 비밀 요원의 활약, 역동적인 테마 음악, 톰 크루즈 등 <미션 임파서블>의 흥행 요소는 여러 가지였다. 브라이언 드 팔마와 오우삼에 이어 3편의 감독은 ABC TV의 히트 시리즈 <로스트>로 알려진 TV 연출자 J.J. 에이브람스다.

1편과 2편이 감독의 개성이 두드러진 특색있는 블록버스터였다면, 3편은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다운 볼거리와 액션에 치중한 전형적인 속편으로 탄생했다.

임무를 완수하고 연인을 구출하라

최첨단 정보기관 IMF의 비밀 요원 이단 헌트(톰 크루즈)는 3편에서 더욱 바빠진다. 화려한 요원 생활을 접고 후진들을 양성하며 연인 줄리아(미셸 모나한)과 행복한 결혼을 준비하는 이단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과업이 떨어진 날은 공교롭게도 피앙세와의 약혼식 날. 자신이 훈련시켰던 요원이 국제암거래상 오웬 데비언(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에게 인질로 잡혀있으며, 그녀를 구출하기 위한 팀의 진두지휘를 맡아달라는 것이다. 이단은 임무를 수행하지만 구출 과정에서 인질은 목숨을 잃는다.

심한 문책을 당한 후 이단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오웬을 납치하고 극비 정보를 입수할 계획을 세운다. 작전이 성공리에 끝나 오웬을 데리고 돌아오던 이안의 팀은 수상한 적에게 미사일 폭격을 당하고, 오웬은 이단의 손을 벗어난다.

오웬은 줄리아를 납치한 후 극비 정보와 연인의 교환을 요구한다. 주어진 시간은 오직 48시간. 이단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연인을 구하고 적을 물리쳐야 한다.

1편의 가장 큰 힘은 등장인물의 시점을 적절히 활용한 이미지와 치밀한 첩보극의 플롯이었다. 그러나 오리지널 영화의 특색은 속편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편에서 오우삼 감독은 <미션 임파서블>의 기본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화려한 액션을 전진배치시켰다. 위험천만한 스턴트와 생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톰 크루즈의 살신성인 연기가 인구에 회자됐던 것도 이즈음이다.

'오우삼의 영화가 아닌 톰 크루즈의 영화'라는 평을 들었던 <미션 임파서블2>는 이 시리즈의 운명을 예감케 하는 속편이었다. 3편은 2편보다 더욱 톰 크루즈의 원맨쇼가 두드러지는, 그야말로 '톰 크루즈 액션 종합 선물 세트'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훨씬 넘어선 톰 크루즈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액션신에 도전한다. 클로즈업 장면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주름살과 무너진 얼굴선은 몸을 사리지 않고 적진에 뛰어드는 그의 에너지로 인해 상쇄된다.

온몸으로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는 것 같은 톰 크루즈의 몸놀림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나이를 잊은 '열연'이기는 하나 '명연'이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한 감이 있다.

규모에 잠식당한 드라마

<미션 임파서블3>의 감독 J.J. 에이브람스는 이 영화에서 이단 헌트의 심리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로스트>에서 보여준, 오컬트 재난 영화의 불가사의한 아우라를 끌어들이려 애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단지 분위기로 끝난다는데 있다. 자신이 훈련시킨 요원이 적진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하는 이단의 심리는 악몽이나 과거 회상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들은 단지 단편적인 심리 묘사로 그치며, 영화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지 못한다.

이단은 애인과의 사생활과 공적인 임무 사이의 괴리로 갈등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난무하는 액션 속에서 너무나도 쉽게 풀려버린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톰 크루즈, 즉 이단의 몸을 사리지 않는 활약이다. 심지어 같은 팀의 일원들조차도 최후의 순간에 이르러서는 이단의 활약을 감상하며 감탄사를 내뱉는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천편일률적인 블록버스터 액션물에서 보았던 진부한 스토리, 그리고 톰 크루즈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지나친 전형성은 <미션 임파서블3>가 가진 최대의 약점이다. 심지어 진짜 악당의 정체를 알려주는 영화의 반전에서도 1편의 줄거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만다.

'블록버스터에서 드라마는 도외시된다'는 불문율을 고려하더라도 그 태연자약한 상투성에 무성의함이 느껴질 정도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카포티>로 2006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 조나단 리스 메이어스, 로렌스 피쉬번 등 걸출한 성격 배우들을 캐스팅해 놓고, 그들에게 전형적인 대사만 읊조리게 만드는 것은 낭비라고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유일하게 공들인 부분은 대규모 액션신이다. 실제 사운드를 과장해 배치함으로써 현장감을 더하는 액션신 연출은 성공적이다. 특히 초반부 야간 헬리콥터 추격신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일반 액션 장면과의 차별성을 성취한다.

로마, 베를린, 바티칸, LA, 상하이를 오가는 대규모 로케이션 촬영과 60층짜리 빌딩에서 몸을 던지는 톰 크루즈의 모습만이 뇌리에 남는 <미션 임파서블3>는 킬링타임용 팝콘 무비의 모든 요소를 갖추었다. 짜릿한 액션과 미남 미녀들의 등장, 로케이션 촬영으로 인한 눈요깃거리로 기대했던 모든 것은 충족될지 모르지만, 액션신과 액션신을 잇는 최소한의 다리로만 기능하는 영화의 줄거리나 캐릭터들은 본말이 전도된 듯한 인상을 준다.

이런 류의 영화가 눈을 사로잡을 수는 있지만 영혼까지 파고들지 못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덩치보다 머리로 승부했던 오리지널의 빛나는 성취를 돌이켜보면 애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장병원 영화평론가 jangping@film2.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