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웰빙 바람이 불어 유기농이나 건강 식품 등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자각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 경우와는 다르지만 이곳의 20/20 같은 뉴스프로그램 등에서 소고기의 성장호르몬이나 항생제 남용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또 나름대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우유, 달걀, 소고기 등의 낙농 음식만큼은 유기농 제품을 먹고 있다.

이곳 텍사스주 오스틴에는 Wholefood라는 유기농 슈퍼마켓이 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워 자주 이용하는데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그렇게 마음 편하게 쇼핑을 하지는 못한다.

어느 날 낙농품을 쇼핑하러 갔다. 간 김에 우연히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한 병을 사게 되었는데 백화점 상품들에 비해서 아주 쌌다. 그리고 늘 하던 버릇대로 성분표시를 쭉 훑어보았다.

병에 가장 크게 써있는 ‘Paraben Free’ 라는 문구가 눈에 번쩍 띄었다. 도대체 파라벤이 뭐길래 이것이 없다는 것을 대문짝만하게 강조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에서 그것을 검색했다.

그리곤 Organic Consumers Association사이트에서 "Beware of Paraben Preseravatives in Body Care Products(피부관리 상품 속에 함유된 파라벤 방부제를 조심하라)"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파라벤은 para-hydroxybenzoic acids의 줄임말로서 화장품의 방부제뿐만 아니라 식품의 방부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화학약품이다. 이것이 유방암 같은 가슴종양 샘플에서 발견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 과학자들은 “가슴종양 샘플에서 발견된 파라벤이 겨드랑이 방취제(underarm deodorants)로부터 왔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것이 유방암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많은 젊은 여성들이 겨드랑이 방취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파라벤이 유방암과 관련되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뿐만 아니라 몇몇 기사를 더 찾아 읽은 후에야 파라벤이 바디 로션(body lotion), 얼굴 크림(face creams), 세정제(cleansers), 샴푸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위의 물품들을 조사해보니, 놀랍게도 샴푸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유기물 핸드 크림(organic hand cream) 등 온갖 화장품에 파라벤이 함유돼 있었다.

내가 너무 과민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안약품을 왜 개발하지 않는지, 개발했다면 굳이 왜 이런 불안한 화학약품을 계속 사용하는지, 여성 건강에 무신경한 화장품업체들에게 묻고 싶었다.

조선주 통신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 재학)

'coin dealer'에서의 색다른 체험

혹시 ‘coin dealer’라는 것을 들어보셨나요.

같이 근무하는 동료가 친구의 유산을 정리하던 중에 2차 대전 때 일본에서 발행한 것으로 보이는 한 묶음의 옛날 지폐를 발견하고는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겨, 함께 회사 인근에 있는 coin dealer를 방문했다.

coin dealer는 말 그대로는 ‘화폐상’을 의미하지만 옛날 돈을 취급하는 장소를 지칭하기도 한다. 그곳에 가면 옛날 화폐를 감정도 해주고, 사고 팔 수도 한다.

난생 처음coin dealer에 가니 허름한 옷에 수염까지 길게 길러 인간 골동품처럼 보이는 주인 아저씨가 옛 얘기를 하듯 우리가 가져간 구식 화폐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것은 일본에서 발행한 것이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엔 (Yen)’이 아니라 ‘페이소 (peso)’라고 했다. 나의 짧은 상식으로는 페이소는 남미에서 사용하는 화폐인데 어떻게 일본에서 발행했을까 의아했다.

coin dealer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일본은 2차 대전 당시 점령한 국가에서 그 나라의 화폐를 일본 정부의 이름으로 발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페이소’라는 이름으로 돈이 발행되었고, 전쟁 중이었으니 일본은 필요한 만큼의 돈을 마음껏 발행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우리가 가져간 화폐 중엔 또 다른 한 뭉치의 지폐가 있었다. 네덜란드, 미국, 필리핀, 남미 등 각국의 지폐를 테이프로 다 연결해 놓고 그 위에다 여러 사람이 잔뜩 사인을 해 놓은 것이었다.

coin dealer 주인은 “여객기가 지금처럼 흔하지 않던 옛날엔 해외 교역이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지폐를 구해서 거기에다가 자기가 타고 가던 비행기의 승무원과 탑승자의 사인을 받는 게 유행이었다”며 “그런 경우가 많다보니60년 전의 화폐 뭉치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희소성의 가치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해 우리는 적이 실망했다.

다만 사인 중에 유명인의 것이 포함돼 있다면 그 때문에 돈의 가치가 높아질 수는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낯선 곳이었지만 화폐 역사를 배울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영준 통신원 (미국 시라큐스 대학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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