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여러분병원 원장 - 수핵성형술 국내 권위자… 2년 전부터 이식기술 개발중

2005년 1월 서울 논현동에 문을 연 여러분병원(www.disc4u.net)은 척추 전문 새내기 병원이다.

그러나 이 병원을 이끄는 김정수 병원장은 새내기가 아니다. 척추 전문의 길로 처음 들어선 1992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국내 척추 디스크 분야 의술 발전을 이끌어온 개척자 중 한 사람이다.

국내 척추ㆍ관절 분야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는 신경ㆍ정형외과 의사들을 리더십 스타일에 따라 분류한다면, 연구 논문을 쏟아내며 학문 발전을 선도하는 학구파, 꼼꼼하면서도 자상한 진료로 환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다정다감형, 병원 경영 등 진료 외적인 부문에서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는 카리스마 CEO(최고경영자)형 등으로 나뉜다.

김 원장의 경우는 카리스마형에 가깝다. 7년 전부터 척추 전문병원 수장 자리를 맡아 오면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디스크 수술법인 수핵성형술을 2001년 국내에 처음 도입하고, 2004년부터 대북 의료지원 사업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1992년 이후 1만여 디스크 수술 집도

김 원장은 척추질환 중에서도 디스크 분야의 권위자다.

디스크는 척추 뼈 마디마다 쿠션 역할을 하는 말랑말랑한 조직이다. 척추가 우리 몸을 떠받치는 기둥이라면 디스크는 이 기둥을 떠받치는 주춧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만일 디스크가 망가지면 집을 지탱하던 기둥이 무너질 위험에 처하는 것과 같다. 통계에 따르면 인구의 80%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요통으로 고생하고, 7~10%가 만성 척추질환을 안고 살아간다.

디스크가 삐어져 나와 척추 뒤편을 지나는 어린애 손가락 굵기의 신경을 압박하는 병이 디스크 탈출증이다.

“어릴 적 디스크로 고생한 쓰라린 추억이 척추 전문의 길로 이끌었다”고 털어놓는 김 원장은 중책을 맡고 있으면서도 매주 15건 정도 직접 시술한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의 디스크 수술 실적이 1만 건을 웃돈다. 매주 한두 번씩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수술도 한다.

“평균 수명 연장과 잘못된 생활습관, 노화에 따라 50대 이상 만성 퇴행성 환자는 물론 허리 통증이나 허리가 휜 척추 측만증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면서 최근의 심상치 않는 척추 질환 발병 패턴에 대해 큰 우려감을 나타냈다.

“고등학교 3학년 환자가 방문하면 같은 반에 허리 아픈 친구가 얼마나 되냐”고 꼭 물어보는데 “의외로 많다”고 대답한다. 운동 부족, 비만 증가와 더불어 커진 아이들의 체격조건에 걸맞지 않는 책상ㆍ걸상 규격도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그가 디스크 병을 고치는 방법은 신경 내시경, 복강경 내시경, 흉강경 내시경, 목 디스크 내시경 수술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신경 내시경 수술이다.

허리 정 중앙에서 8~10㎝, 목에서 2~3㎝ 측면에서 피부를 째고 들어가, 지름 8㎜짜리 가느다란 관을 집어넣은 뒤 집게 같은 기구로 척추 신경을 누르는 디스크 수핵을 끄집어 내는 수술이다. 수술이 간단할 뿐만 아니라 회복 속도가 빠른 것이 이점이다. 뼈를 잘라내야 하는 기존 디스크 수술법의 경우 근육이나 신경을 다쳐 예기치 못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신경 내시경 수술도 주의할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디스크 증상이 아주 심하거나 척추관 협착증을 동반한 경우엔 수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 척추관 협착증이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증상이다. 그가 처음 시술한 수핵성형술의 경우에도 디스크 탈출증이 있거나, 50대 이상 나이 많은 환자들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디스크 치료의 최대 과제는 재발 문제다.

“수술이란 최선의 치료법이 아니다”고 말하는 김 원장은 “수술이 잘못되면 신체 기관의 기능 상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완벽하게 디스크 수술을 받더라도 일부 환자들의 경우는 허리를 구부리거나 몸을 뒤로 제치는 등의 동작에 불편함을 호소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인공디스크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이 때문에 그는 2004년부터 디스크 이식기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디스크 이식술 연구에 열정 쏟아

그가 새롭게 열정을 쏟는 디스크 이식술이란 몸에서 추출한 디스크를 배양한 뒤 다시 망가진 디스크에 주입하는 방법. 배양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가능해진 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동물 임상실험 단계의 연구개발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그는 무엇보다 디스크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웃으면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이란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구나 얼굴이 구겨지고 온몸이 경직되게 마련이며,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척추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척추ㆍ관절 분야 병원들이 치열한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과잉 진료 논란이 일고, 환자 수가 점점 늘어나는 현상과 관련 “예방이 최선이기 때문에 환자 수가 느는 것이 반드시 반가운 일은 아니다”는 김 원장은 “지방의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수련 센터를 운영해 그들을 튼튼하게 육성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