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서 미국 내 일자리가 줄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하지만 체감 경기는 다르다. 오판일런지 모르지만 요즘의 경기는 내가 미국에 온 이후로 제일 좋은 듯하다. 주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는 건축설계 회사 또한 그러하다. 신입·경력 부문 할 것 없이 수시로 면접 인터뷰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일감이 너무 많아서 비명을 지르고 있을 정도라나.

그런데 오늘 또 신문에서는 70달러가 넘는 고유가 때문에 생필품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인다고 한다.

결국 상황을 종합하면 이렇다. 고유가로 물가가 오르면 건축자재비 또한 오를 것이고 그러다 보면 개발업자들은 건축을 빨리하는 게 좋을 것이며, 빨리 건축하려면 설계 회사에 일감을 앞당겨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 체감경기 상승으로 나타난 것이다.

어쨌던 지금 뉴욕의 건설 경기는 호황이다. 그동안 회사를 옮기고 싶어도 기회를 잡지 못하였던 경력사원들 역시 이곳저곳 회사를 옮기고 있다. 회사는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집안 단속에 속타고, 반대로 직장인들은 제 몸값을 올리기 위해 고민한다.

우리 회사의 미국인 동료는 이런 분위기를 이용하여 최근 1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올렸다. 그 과정은 이러하다.

한 달 전부터 그는 회사를 옮길 거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 이메일로 인터뷰 요청을 받으면 남이 다 들으라는 양, 큰 소리로 내게 얘기했다. 나는 처음에 저 친구가 왜 저러나 싶었다. 한국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이직할 경우 물밑에서 조용히 진행하고 그리고 모든 게 확정된 후에야 공개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는 너무 오버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직 희망 사실을 떠벌렸다. 그러니 여러 곳에서 구인 부탁을 받은 다른 동료들은 그를 추천해 주었다. 결국 그는 한 회사로부터 1만 달러가 오른 연봉을 제의받았다.

그는 이후에도 그 사실을 사내에 알렸다. 나는 정말로 그는 빨리 나가주는 것이 회사와 자신을 위해서 좋고 또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 걸, 어느 날 그는 회사의 역제의를 받고 그냥 눌러앉기로 했단다. 그 친구 왈 “자신은 책임을 내팽개치고 회사를 떠날 사람이 아니다”라나. 실제로 그가 맡은 역할은 중요해서 당장 이직하면 회사로서도 타격이었다.

구인은 넘치고 구직자는 한정되어 있으니 시장의 논리상 급여는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결국 그의 ‘이직 떠벌리기’ 전략은 이번 기회에 연봉을 올려보자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직장을 옮길수록 급여는 올라간다’는 주변의 말이나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옛날속담이 틀리지 않다는 사실을 미국에서 재확인했다.

윤인원 통신원 (미국 뉴욕 거주)

미국에서 체감한 한류 열기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 부는 한류 열풍에 대해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크게 실감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EPI(English Programs of Internationals)코스에서 공부하면서 한류의 위력을 생생히 목격하고 있다.

EPI에는 일본, 중국, 대만은 물론이거니와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 러시아까지 여러 나라 학생들이 모여 영어를 배우고 있다. 잘 믿기지는 않겠지만 그들은 웬만한 한국 드라마를 꿰뚫고 있다

우선 일본인부터 얘기하자면 그들은 기본적으로 욘사마와 최지우라는 이름과 가을동화나 겨울연가 작품명을 다 알고 있다. 또 많은 일본인들이 ‘태극기 휘날리며’, ‘조폭마누라’ 등 한국 영화를 본 것 같았다. 그 덕에 초기에 일본인들과는 의외로 소통이 쉬웠다.

중국인도 일본인 못지않게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심취해 있다.

‘색즉시공’, ‘내머리속에 지우개’ 등 최신 한국 영화 DVD가 중국어 자막과 함께 나돈다는 소문도 들린다. 심지어 어떤 이는 반드시 한국인과 결혼하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가 한국 남자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때문이다.

타이완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인들은 주로 한국 영화에, 타이완인들은 한국 드라마에 대해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타이완 출신의 내 룸메이트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를 DVD로 구워서 미국에까지 가지고 왔다.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카자흐스탄 학생들의 한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다. 그들은 주말에 단체로 한국 드라마를 9시간 동안 감상하곤 한다.

‘댄서의 순정’, ‘풀하우스’ 이외에도 나는 듣고 보지도 못한 한국 드라마를 알고 있다고 하며 특히 송혜교와 문근영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면서 그들은 “영어 자막이 나오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도 영어 공부의 연속”이라며 내게 한국 드라마를 추천해주기까지 한다.

이밖에 일부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인기 있다고 한다. 보통은 한국인이 미국인에게 한국 드라마 DVD를 소개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나는 반대로 미국인 영어강사한테 ‘다모’ DVD를 빌렸다.

내가 다모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다모 DVD를 가방에 넣으려고 하자 카자흐스탄 학생들은 자기들도 봤다며 시청 소감까지 말해주었다.

낯선 땅 미국에 와서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날 무시하면 어떡 하나’, ‘그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를 텐데'. 하지만 한국 유학생들은 지금 한류 덕을 톡톡해 보고 있다.

특히 EPI에서 각국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한류를 더 실감한다. 그들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한국에 가고 싶어하고 한국인에 대해서도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상당히 뿌듯한 일이다.

미국에서 살면서 ‘세계 속의 한국’이란 단순히 국가 경제가 발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도 우수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한류 덕분에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 현지 한국인들은 세계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김지희 통신원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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