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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시트콤 '소울메이트'
‘어, 지상파 방송이 케이블 채널을 따라하네.’

케이블TV 채널의 각종 프로그램들이 안방극장의 주역으로 서서히 부상하고 잇다.

지상파TV가 유사한 아이템으로 재탕 삼탕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양산하며 ‘우려먹기’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케이블 채널들은 새로운 영역과 아이템을 개발해 시청자의 오감을 자극하며 서서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접근성이나 규모 등의 차원에서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채널의 경쟁은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격한 차이를 두고 시작됐다. 그러나 이제는 케이블 채널의 약진이 눈부셔 의미 있는 추격 양상을 보이고 있고, 일부 분야에서는 역전의 양상이 눈에 띄기까지 한다.

케이블 채널들은 장르나 영역 등에서 제약이 적다는 이점을 십분 발휘해 지상파의 틈새를 공략한 아이템들을 속속 선보이며 양과 질 양면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이나 오디션 프로그램, TV용 영화, 성(性)을 직접적으로 다룬 시트콤 등 지상파 방송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제작에 소극적이었던 아이템들을 개발해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틈새 공략에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이거니와 좁은 틈새를 넓혀 하나의 신종 장르로 탄생시키는 위력도 보여주고 있다. 지상파 방송은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들의 성공에 자극받아 케이블 채널의 아이템들을 차용해 재생산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오디션을 통해 예비 스타를 뽑는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이나 KBS 2TV ‘서바이벌 스타 오디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은 이미 여러 케이블 채널들을 통해 소개된 미국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들’이나 ‘어프랜티스’ 등과 음악 전문 채널 Mnet이 제작한 ‘모델’ 등과 유사한 성격을 지녔다.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 승자 한 명만이 살아 남는 이런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케이블에서나 가능할 법했던 것으로 시청자 호응이 높자 지상파 방송이 응용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이 케이블 채널의 발 빠른 기획력을 좇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은 케이블 채널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장르를 변형해 안방극장에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MBC 주간시트콤 ‘소울메이트’는 영화 전문 채널 OCN이 올 초 선보였던 시트콤 ‘가족 연애사’의 성담론을 고스란히 따라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역시 케이블 채널을 통해 소개된 미국 시트콤 ‘섹스 앤 더 시티’ , ‘프렌즈’ 등에서 차용한 부분이 상당수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7월 방영 예정인 MBC 음악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3’(가제ㆍ연출 한희)는 음악 채널 Mnet이 이달 말 방송하는 힙합 드라마 ‘브레이크’(가제)와 유사하다. SBS가 CJ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제작하는 4부작 공포영화 ‘어느 날 갑자기’는 TV용 영화로 만들어진 OCN의 5부작 공포물 ‘코마’의 제작 시스템을 고스란히 활용한 경우다.

TV와 영화 제작 시스템의 교류를 통해 신개념 TV용 영화를 표방하는 ‘어느날 갑자기’는 ‘코마’외에도 OCN의 ‘동상이몽’과도 닮은 점이 많다.

음향ㆍ영상 등에 있어 극장 수준의 영화를 TV에 방영하는 취지의 신개념 제작 시스템이 케이블 채널의 실험을 거쳐 지상파 방송으로 옮겨져 온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는 극장 개봉과 함께 TV로도 방송될 예정이다.

MBC 드라마넷이 제작한 HDTV 영화 ‘열번째 비가 내리는 날’도 극장과 케이블 TV 동시 방영을 목표로 제작된 바 있다.

또한 영화 채널 CGV는 지상파 방송이 영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는 단편적인 영화 정보 프로그램들을 넘어서 영화 토크쇼 ‘정경순의 영화잡담’과 ‘이휘재의 레드카펫’을 선보였다. 토크쇼와 정보 프로그램을 결합한 형식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OCN, Mnet 등 지명도 높은 케이블 채널들은 자체 제작 비율을 높이며 입지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기발한 기획들도 눈부시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의 새로움을 찾는 행보는 더디기만 하다.

케이블 채널의 날갯짓에 실리는 힘이 커질수록 몸이 무거운 지상파 방송의 움직임은 더욱 느려보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