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가 핫라인]

안방극장이 대담해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들이 자극적인 영상과 대사 등을 수시로 선보이며 표현수위의 농도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섹시한 여주인공의 몸매를 필요 이상으로 부각시키는 장면이나, 성적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 설정과 대사 등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유혹하고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여념이 없는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

지난달 종영된 SBS 월화 미니시리즈 ‘연애시대’를 시작으로, MBC 특별 기획 드라마 ‘불꽃놀이’, SBS 수목 미니시리즈 ‘스마일 어게인’,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미스터 굿바이’, MBC 수목 미니시리즈 ‘어느 멋진 날’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자극적인 눈요기 거리나 야릇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여배우의 과감한 노출을 부각시키는가 하면 선정적인 대사로 아찔함을 연출하고 있는 것.

‘연애시대’의 경우 오윤아가 수영장신에서 몸의 옆 선이 훤히 드러난 수영복으로 짜릿한 몸매를 과시했다. 시청자들이 수영 강사로 등장하는 여주인공 손예진의 수영복이 너무 노출이 없다는 불만 의견을 토로하자 급거 심야 수영신을 삽입해 손예진의 시원한 수영복 몸매를 서비스했다.

몸매에 관해서는 연예계 최고라는 평을 받으면서도 노출을 삼가했던 ‘불꽃놀이’의 한채영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1회부터 과감한 슬립 차림과 아슬아슬한 치어리더 복장으로 고혹적인 몸매를 과시하더니 결국 시원한 비키니 수영복 몸매까지 드러냈다.

그것도 모자라 카메라는 연신 한채영의 몸매 훑기에 바쁘다. 심지어 축구공이 풍만한 한채영의 가슴을 강타하는 장면까지 등장시켰다. 야하다 못해 음란하기까지 한 장면이었다.

‘스마일 어게인’은 자극적인 대사와 상황으로 한몫 거들었다. 천명훈이 김희선에게 눈가리개를 한 뒤 강제로 키스하려 한 장면과 김희선의 나체를 촬영하기 위해 샤워실에 캠코더를 설치하는 장면 등은 성폭력을 연상케 하는 아슬아슬한 설정이었다.

극중 가정 폭력에 시달려온 여고생 윤세아가 이동건에게 “나랑 잘래? 나 오리지널 버진이야”라고 유혹하는 대사는 대담함을 넘어 용감무쌍한 수준이었다. ‘15세이상 시청가’라는 등급 표시의 적절성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미스터 굿바이’는 촬영 배경이 된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동성애 결혼이 자유로운 지역이라는 점에 착안해 허정민이 현지 백인 남성과 결혼식을 올리는 동성 결혼 장면을 국내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삽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대담한 성적 표현 수위들이 스토리 전개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되기보다 시청자들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주가 되는 점에서 상투어처럼 제기되는 선정성 논란 이상의 우려를 사고 있다.

작품 초반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미끼 정도로 활용될 뿐 추후 전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돼온 ‘성의 상품화’와 맥을 같이 하는 점에서 비난 여지가 많다.

방송사 PD들은 “도입부에 시선을 끌지 못한 채 시청률을 끌어 올리기란 쉽지 않다. 작품 속 개연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연관성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극 전개를 위한 하나의 장치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연성은 무시한 채 단순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으로 시청자를 현혹시키는 것은 의미 없는 자극성의 확대재생산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브레이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동현 기자 kulkur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