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 '소마루' 갈비탕
유명 고깃집들이 많이 모여있는 서울 강남권. 질 좋고 맛있는 최상급 고기, 그것도 한우만을 쓴다고 저마다 자랑한다. 하지만 이름난 고깃집들은 가격도 부담스럽고 왠지 겉모습부터 위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유명 고깃집을 찾아 고기가 아닌 갈비탕 한 그릇이라도 주문할라치면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고 종업원 눈치를 봐야 하는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갈비탕이 다 떨어졌다”는 대답을 들을 때도 있다. 실제 고깃집에서는 갈비탕이 일찍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갈비탕 값이 싼 것만도 아니다. 보통 8,000~9,000원 내외.
과연 강남에서 진하고 맛있는 갈비탕 한 그릇의 가격은 얼마까지 떨어질 수 있을까? 서울 역삼동의 고깃집 ‘소마루’는 해답을 제시한다. 바로 6,000원이다.
1년 전 역삼역 근처에 들어선 이 집은 한우 소고기 전문점이다. 소고기 중에서도 새끼를 한 번도 낳지 않은(처녀) 암소 고기를 최고로 치는데 이곳은 그것만을 내놓는다.
모두 청주의 유명 한우 생산유통점인 한우청에서 받아온 것으로 고기마다 생산지와 생산자, 어디서 도축을 했는지 등 모든 정보가 실명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등심 중에서도 최고 좋은 부위를 일컫는 살치살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소 한 마리에 1kg도 안 되게 나오는 부위라서 그렇다. 또 등심, 생갈비, 차돌백이 등을 고루 먹을 수 있는 모듬세트도 인기 메뉴.
‘소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청마루’란 뜻의 이 집이 갈비탕으로도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지난 연말부터다. 가격에 부담을 갖지 말고 가볍게 고깃집을 찾을 수 있는 메뉴로 염가에 갈비탕을 내놓았는데 빅 히트를 친 것.
무엇보다 값이 문제가 아니라 고기 덩어리가 큰 데다 국물이 진하고 걸쭉해서다.
갈비를 몇 시간 삶고 고기를 건져내 무, 대파, 고추 등을 넣고 다시 삶아, 그리고 다시 양념과 같이 쪄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 이 집 갈비탕은 한 숟갈 들이키면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다.
점심용으로 큰 솥에 끓여낸 갈비탕은 매일 오후 2시쯤이면 다 팔려 나가고 저녁 때가 되면 또 다시 한 솥 끓여낸다.
그런데 부작용이 생겼다. 갈비탕을 찾는 손님이 워낙 많다 보니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미처 먹어보지 못하고 가는 손님들이 적잖이 생겨난 것. 여느 집이나 그렇듯 갈비탕을 끓여내는 용량에 한계가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육회냉면도 덩달아 인기다. 매일 청주 도축장에서 바로 가져온 육사시미를 냉면 위에 얹어 내는데 고기의 온기와 육질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감촉이 혀끝에 그대로 와 닿는다.
고깃집으로는 드물게 24시간 영업하는 이 집은 아침에는 해장 손님들로 붐빈다. 아침 식사를 거른 직장인들이나 갈비탕 한 그릇으로 속을 풀고 해장을 하려는 주당파들 때문이다. 갈비탕을 포장해 가져가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메뉴 갈비탕 6,000원. 육회냉면 7,000원. 고기 메뉴는 2만2,000원(1인분)부터.
찾아가는 길 역삼역에서 도곡동 방향으로 구 역삼세무서 4거리 (02)1644-3392
글·사진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