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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시린 약수 한 모금에 "더위 물렀거라"
정선 화암팔경, 산 높고 골 깊은 강원도의 속살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오늘도 애잔한 아리랑 노랫가락 들려오는 정선은 산 높고 물이 깊어 여름의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곳이 많은 고을이다.

송천과 골치천이 합류하는 아우라지, 한때는 정선선 꼬마열차의 종점이었다가 요즘 레일바이크 여행지로 급부상한 구절리, 구미정이라는 운치있는 정자를 끼고 있는 골지천, 숙암계곡과 장전계곡을 품고 있는 오대천, 그리고 정선의 자랑인 화암8경을 거느린 동대천 등 발길 닿는 곳마다 청량한 명승이다.

화암팔경을 품고 있는 동대천

이 가운데 삼척·태백·영월이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 금대봉(1,418m) 북서쪽 사면에서 발원하여 정선 동쪽을 적시고 흐르다 읍내에서 조양강에 합류하는 동대천(東大川)은 상류에 오염원이 없어 늘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는 물줄기다.

동대천 여행은 사시사철 좋지만, 여름엔 녹음 짙은 숲과 전설 깃든 기암절벽들이 조화를 이뤄 가족들과 함께 드라이브 삼아 둘러보기에 더없이 적당하다. 또 강변을 기웃거리다 보면 화전민의 후예들이 고랭지채소와 약초를 재배하며 순박하게 살아가는 모습도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정선의 자랑으로서 흔히 ‘화암8경’이라 불리는 화암약수, 거북바위, 용마소, 화암동굴, 화표주, 소금강, 몰운대, 광대곡이 줄줄이 길손을 기다리고 있으니 여행은 더욱 다채로워진다.

정선 읍내에서 59번 국도를 타고 태백 방면으로 가다 424번 지방도로 갈아타면서 20km 정도 달려가면 화암동굴이 반긴다.

이 동굴 주변은 원래 천포광산이 1922년부터 1945년까지 금을 캐던 금광이었다. 연간 생산량은 23kg으로 한때는 국내 제5위의 광산이었다고 한다. 화암동굴은 1930년대 금을 캐던 광부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으나 1993년에야 일반에게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화암동굴은 동양 최대의 황금빛 종유벽을 비롯해 석회동굴 광장, 화려한 석순, 석주 등을 간직한 석회동굴이다.

정선군에선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란 테마로 동굴을 꾸며 자연의 신비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관람구간은 총 1,803m로서 ‘금맥 따라 365’, ‘천연동굴광장’ 등 모두 5개의 테마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관람하는 데는 총 2시간 정도 걸린다.

요금 어른 4,000원, 어린이 2,000원. 주차료 2,000원. 당일에 한하여 동굴 주차권으로 화암약수 무료 주차도 가능하다. 화암동굴 관리사무소 전화 033-560-2578.

동굴을 나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여름 산골 풍경을 눈에 가득 담고 달리면 아기장사의 슬픈 설화를 전하는 용마소를 지나고, 이어 거북이가 ‘뽈뽈뽈’ 기어가는 듯한 거북바위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화암약수가 나타난다.

화암8경 중 으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화암약수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옆의 바위에서 솟아난다. 1910년 무렵 가난하지만 착하게 살던 문명부라는 사람이 산신령의 계시로 발견했다고 한다. 약수의 하루 용출량은 1,660ℓ.

“크으! 사이다 맛이군!” “물에서 쇠 냄새가 많이 나는데?”



▲ 화암약수.


약수를 마신 사람들은 한마디씩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화암약수는 철분 성분이 많은 탄산약수다. 주민들은 위장병과 눈병, 피부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자랑한다. 정선아리랑에서도 화암약수의 물맛을 노래하는 가사가 있을 정도로 정선 사람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물로 꼽힌다.

약수터 산책길에 설치한 스피커에선 이곳이 정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듯 정선아리랑 노랫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약수터 뒤쪽엔 소원을 비는 돌탑들이 많이 세워져 있다. 관광객들이 물을 마신 후 소원을 빌면서 쌓은 것들이다.

약수로 몸을 정갈하게 한 뒤 정성스레 돌탑을 쌓으며 소원을 빌어보자. 입장료 어른 1,500원, 어린이 700원. 주차료 2,000원. 화암약수 관리사무소 전화 033-560-2576

계곡 경관이 아름다운 몰운대

화암약수에서 나와 421번 지방도를 타고 소금강으로 방향을 잡으면 두 개의 돌기둥이 우뚝 솟아오른 화표주를 지난다.



▲ 화암 8경 중 경관이 가장 좋은 몰운대.


여기서부터 몰운대까지의 4~5km에 이르는 계곡은 흔히 ‘정선 소금강’이라 불리는 절경지. 특히 겨울철 바위에 눈 쌓인 경치가 아름다워 설암(雪岩)이라 한다지만, 사실 어느 계절에 가도 다 좋다. 요즘 같은 여름이라면 녹음에 파묻혀 더위를 잊을 수 있다.

소금강 기암괴석 사이를 수놓은 녹음의 물결을 감상하며 달리면 몰운대에 닿는다. 몰운대 주차장에서 오솔길을 따라 250m 정도 걸으면 너럭바위가 있는 정상. 하늘나라 선인들이 학을 타고 내려와 노닐며 시흥을 즐겼다는 전설과 함께 정선을 들렀던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체취가 남아있는 곳이다.

굽어 자란 노송 너머로 보이는 소금강 계곡의 풍광이 제법 아름답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이 너럭바위에 앉아 유명한 정선아리랑 첫 구절을 떠올리며 강원도 오지의 정취에 흠뻑 빠져든다. 근처엔 아담한 폭포와 소가 있는 광대곡도 있다.

교통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 59번 국도→ 정선→ 덕우 삼거리(화암약수 방면)→ 424번 지방도→ 화암동굴→ 용마소→ 거북바위→ 화암약수→ 화암삼거리(태백 방면)→ 421번 지방도→ 소금강→ 몰운대. 수도권 기준 3시간30분~4시간 소요.

숙식 화암약수 주차장 옆에 고향식당(033-562-8929), 두메산골식당(033-563-5108) 등의 음식점이 있다. 토종닭백숙(3만원)과 곤드레나물밥(6,000원) 등을 차려낸다. 화암약수 바로 앞에 있는 화암장(033-562-2374)에 묵으면 이른 아침에 약수터 주변 산책에 수월하다. 화암약수 야영장은 1일 소형 4,000원, 중형 5,000원, 대형 6,000원. 몰운대 주변에도 식당과 민박집이 있다.




입력시간 : 2006/07/04 15:47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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