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 에르네스토 사바토 지음/ 조구호 옮김

보르헤스와 더불어 현대 아르헨티나의 대표적 작가 중 한 사람인 저자는 1947년 발표한 이 장편소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내용은 주인공인 화가 카스텔이 연인을 살해한 사실을 고백하면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원인과 상황을 회상하며 되짚어가는 것.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했던 연인 마리아와의 사랑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던 카스텔은 그녀를 통해 오히려 더 큰 고독에 빠지고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어찌되었든 어둡고 쓸쓸한 터널 하나가 있었다. 내 터널이었다.” 이 책의 제목인 ‘터널’은 폐쇄된 존재인 주인공의 상징이자 대화 단절과 고독에 시달리는 모든 현대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룸 발행. 9,700원

일제 식민지정책과 식민지근대화론 비판 / 신용하 지음

광복 반세기가 지났지만 일제 식민지 역사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일제가 우리나라에 실질적인 근대화를 가져왔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은 여전히 치열한 쟁점의 대상이다.

원로 사회학자인 저자가 일본 제국주의와 식민지근대화론을 비판하며 쓴 논문과 평론 가운데 그 정수만을 추려 묶은 이 책은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한 강력한 반론이다.

저자는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총 네 가지 영역에서 일제에 의해 한국의 근대화가 어떻게 저지되었는지를 설명한다.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그는 식민지 반봉건 지주제도를 강화하고 기본적 시민권 자체를 박탈하는 일제 강점기는 근대화에 역행하는 시기였음을 주장하고 있다. 문학과지성사 발행. 2만8,000원

한국전쟁 /정병준 지음/돌베개 발행

미국의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가 남침 유도설을 주장한 '한국전쟁의 기원'(1981년) 출간 이후 한국전쟁의 원인을 둘러싸고 남침설의 전통주의 학설과 북침설 내지 남침 유도설의 수정주의 학설이 한동안 맞서 왔다.

이 책은 국내 소장 역사학자가 쓴 한국전쟁 연구서로, 선입견 없이 철저히 실증적 자료에 기반을 두어 이 두 가지 학설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자는 또 남침 유도설의 근거가 된 '해주 공격설'의 실체를 밝힘으로써 커밍스 교수 주장의 허점을 밝혀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저자가 미국과 구 소련, 남북한 등의 광범위한 자료를 발로 뛰어 수집하고 분석한 노고에 힘입은 바 크다. 그 결과 그는 독자들에게 소련과 북한의 구체적 전쟁 준비, 북한 군부의 전쟁 전 움직임, 1948년 이래 남북한 병력 실태, 38선 충돌 현황, 미국과 소련의 남북한 점령 정책, 미국의 오판 등 광복 이후 50년 한국전쟁 개전 전까지의 한반도 주변 상황을 꼼꼼하게 재연해냈다.

총 800쪽이 넘는 분량이 부담스럽겠지만 새로운 사실을 아는 재미에 지루함을 모를 것이다. 3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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