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홍보사, 그 냉정과 열정사이

"이동욱, 귀신도 홀릴 것 같은 배우 1위 차지" , "송윤아, 이운재 선수보면 믿음이 가요."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배우들이 난데없이 신문이나 방송에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영화 홍보. 영화 홍보사들은 영화의 본류를 가린 채 그야말로 양두구육 같은 기사거리로 현혹하느라 안달이다. 이를 위해서 때로는 속보이는 설문조사를 하기도 하고 영양가 없는 가십성 기사거리를 양산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약과다. 주연배우가 촬영 중 실명 위기라느니 영화 사진이 사전에 유출됐다고 하면서 호들갑스럽게 과장 홍보를 하는 비양심적인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막나가는 홍보전도 잠깐이다. 막상 개봉 후에는 오히려 콧대 높은 주연배우를 달래가며 영화를 홍보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홍보사와 배우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챔피언'의 유오성은 타이 인(Tie in , 영화 컨텐츠를 기업광고에 제공하는 윈윈전략)마케팅 전략을 초상권 침해라고 고소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애인' 역시 주연배우 성현아가 섹스 신에만 초점을 맞춘 홍보전략에 불만을 품고 홍보를 거부해 논란이 된 작품이다. ‘정액 노출, 파격 정사’로 대변되는 노출영화가 아니라 섬세한 사랑영화라는 게 성현아의 변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애인'은 노출을 위한 영화인가 노출이 있는 영화인가? 우선 영화 속에서 섹스 신은 모두 네 번이다. 맨 처음 관계맺는 곳은 헤이리의 갤러리. 이곳에서 남자는 체외사정을 한다. 두 번째는 모텔. 남자에게 끌린 여자가 모텔행을 요구하고 두 배우는 전라가 된다. 세 번째는 나이트. 이곳에서 파격적인 강간 신이 등장한다. 네 번째는 모델하우스. 섹스 이후 보일 듯 말 듯한 샤워 신이 이어진다.

성현아는 이 가운데 정액 노출과 샤워 신을 삭제해달라고 제작사에 요구했다가 배우 자질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두 장면을 삭제한다 해도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심리적 노출강도는 큰 변화가 없을 듯싶다. 또한 네 번의 섹스는 1박 2일 동안 진행된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두 남녀는 이렇게 무리한 섹스 일정을 소화하는 것일까? 영화가 노출 수위보다 예술성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1박 2일의 소위 빡센(?) 섹스여정에 대해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영화가 밝히는 이유는 대충 이렇다. 여자는 결혼을 앞두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된 듯한 기분이다. 능력 있지만 무미건조한 애인에게서는 결코 섹스의 스릴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여자에게 싱싱한 남자가 덤벼든다. 남자는 순식간에 여자의 빗장을 열고 쾌락과 탐닉의 세계로 인도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결혼 전에 바람피는 얘기다.

아무리 섬세하게 감성 선을 따라간다 해도 상투적인 설정에 상투적인 얘기다. 안타깝게도 영화 속에서 볼 만한 것은 그나마 상투성을 벗어난 1박 2일간 네 번의 섹스 신이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이 만든 영화라서 그런지 나레이티브는 단조롭지만 비주얼은 섬세하다.

다른 공간에서 각기 벌어진 네 번의 섹스 모두 감독이나 배우 모두가 작정하고 덤벼든 정사 장면이다. 그렇다면 영화 '애인'은 분명 차별화된 노출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사와 배우는 왜 동상이몽이었는가? 혹시 이 모든 논란과 스캔들 역시 계산된 영화 홍보의 수단이 아니었을까? 이른바 논란을 촉발시켜 관심을 끌게 하는 네거티브 마케팅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홍보효과를 노렸다고 하더라도 네거티브 마케팅은 궁극적으로 관객을 기만하는 것이다. 배우나 홍보사가 아무리 설레발을 쳐도 영화는 영화 그 자체로 말할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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