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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이 본 지구촌] '오리엔탈'을 쓰지 말아야 할 이유 外


해외에서 타향살이를 하다보면 가장 신경쓰이는 것 중에 하나가 먹을거리일 것이다. 특히 미주나 유럽에서 생활하면 고국 음식에 대한 향수는 정말이지 가끔은 우리를 미치게 만들기도 한다.

나도 또한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에서 사전에 김치없이 버틸 수 있는 강도 높은 훈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름동안 김치를 못 먹어서 정말이지 김치가 보고 싶고, 먹고 싶어 하염없이 '김치야~~~'를 외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침 식사 대용으로 '튀김우동'사발면을 한 상자 샀다. 뜨거운 물을 붓고 우동면이 익기를 기다리며 뚜껑을 살펴보던 중 우연히 영문으로 표기된 'Oriental style noodle' 이란 문구가 눈에 쏘옥 들어왔다.

‘Oriental’ 의 사전적 의미는 ‘동양의, 혹은 동양적인’이란 뜻이지만 미주 지역에서는 동양사람을 폄하하는, 그러니까 깔보는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한다. 그 때문에 1990년대 초 미국 워싱턴주 신호범 상원의원이 워싱턴주에서는 절대로 공문서나 공적인 자리 등에서 아시아인을 폄하하는 '오리엔탈'이란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하자고 주장하여 입법화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도 미주지역에 있는 많은 한국음식점이나 식료품점들은 '오리엔탈 푸드' 또는 '오리엔탈 마켓'이란 간판을 달고 있다.

우리 스스로 자신을 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어떻게 미국인들에게 인종차별을 해소하자고 말할 수 있을지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별것 아닌 것 같은 단어표기 문제에 불과하지만 동포들이 이런 정보를 서로 공유하며 작은 것부터 고쳐나가는 것이 한인 사회의 위상을 높이는 큰 실천이 아닐까.

조만간 나도 ‘튀김우동’사발면 제조업체에 이메일을 보내 상품 영문표기를 수정하도록 건의할 생각이다. '오리엔탈 스타일 누들'이 아니라 '아시안 스타일 누들'로 말이다.

스포츠도 '우리 것이 좋은 거여'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한국에 있을 때는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는데 막상 미국 생활을 하다보니 이 말이 왜 그렇게 실감나는지 모르겠다.

2002년에도 그랬지만 이번 2006 독일월드컵도 한국에서는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전국이 붉은 응원 물결로 뒤덮였다고 한다. 물론 미국 내 동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같은 열기는 세계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할 만큼 대단했다. 외국의 한 언론사는 한국인의 축구사랑을 빗대 종교숭배적이라고까지 표현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월드컵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한국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만큼 형편 없다.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에서 전 경기를 중계하고 이따금 미국 내 3대 공중파 방송인 ABC에서 중계를 하는 것을 제외하면 정말이지 이상할 만큼 월드컵에 대해 무신경하다.

미국인들은 왜 이렇게 축구 특히 지구촌 대축제인 월드컵을 푸대접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로는 미국 내에서 월드컵이 아니더라도 각종 스포츠 이벤트가 너무 다양하게 열리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월드컵 기간에 NBA 챔피언 결정전(달라스 vs 마이애미)이 있었고, 미국 풋볼에 이어 메이저 리그 야구경기가 한창 시즌 중이며, 아울러 각종 스포츠(대학야구, 로데오 경기, 나스카 카레이스 등)도 열리고 있기에 굳이 월드컵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냄비근성 탓인지 우리는 참 쉽게 달아오르고 또한 쉽게 식어버리는 민족성인 것 같다. 2002년에도 그랬듯 월드컵 때 보여준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이 탈락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국내 프로축구인 K-리그 경기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다.

올 초 미국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끝나서도 그랬다. 당시 한국팀이 미국과 일본을 꺾는 기적을 일구면서 고국에서도 이젠 야구붐이 일겠구나 하고 기대했지만 한국의 프로야구 리그는 예년과 다름없이 관중 동원에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자국 외에서 벌어지는 스포츠에는 무관심하지만 그들의 전통 경기인 풋볼, 로데오 경기 등에 대한 사랑은 세월이 흘러도 식지 않는다. 어디 스포츠뿐이랴. 한국의 트롯트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내 칸츄리 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게 한다.

한국은 어떤가. 전통 스포츠인 씨름은 프로구단들의 소극적 지원과 관중의 외면으로 갈수록 침체하고 이로 인해 모래판의 간판인 최홍만이 격투기 선수로 직종 전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안타깝다.

이제 여름을 뜨겁게 달군 월드컵도 끝났다. 월드컵 때 보여준 국민과 해외 한인들의 축구사랑이 좀 더 미래지향적인 우리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정철민 통신원 (미국 인디애나 대학 재학)



입력시간 : 2006/07/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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