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신성계곡 - 기암절벽 이어지는 9km 물길, 가족단위 피서객 많아

낙동정맥 분수령을 끼고 터를 잡은 경북 청송(靑松)은 비교적 깊은 산악지대를 이루고 있는 오지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소헌왕후의 본향이므로 일찍이 현(縣)을 올려서 군(郡)으로 하였으나, 땅이 구석지고 으슥하여 사신이 오는 일이 드물다’고 기록할 정도니 청송이 얼마나 외진 곳이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요즘엔 도로가 잘 나있고, 주왕산(721m)과 주산지, 달기약수 등이 널리 알려져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편이다.

신성계곡을 빛내는 방호정의 아름다움

주왕산 자락은 아니지만 청송 서남부의 안덕면 길안천(吉安川) 주변에도 절경이 많다. 신성교 앞에서 백석탄까지 이어지는 9km 정도 물줄기 주변으로 기암절벽이 연이어져 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또한 차고 맑은 물속엔 피라미, 모래무지, 꺽지 같은 민물고기와 다슬기가 서식하고, 강변엔 야영할 만한 모래톱과 자갈밭, 울창한 숲이 곳곳에 펼쳐져 있어 가족의 여름 나들이 장소로 아주 적합하다.

청송 주민들은 이 주변을 따로 ‘신성계곡’이라 하는데, 청송8경의 제1경으로 지정될 정도로 풍치가 아름답다.

신성계곡은 길안천 벼랑과 어우러진 경치가 빼어난 방호정(方壺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정자 주변엔 아름드리 느티나무들이 짙은 숲을 이루고 있어 야영생활을 하기에 적합하다. 가족과 안전하게 천렵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방호정은 조선 중기의 학자인 방호(方壺) 조준도(趙遵道, 1576~1665)가 44세의 나이로 돌아가신 어머니 안동 권씨를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1619년(광해군 11) 어머니의 묘가 보이는 이곳에 세웠다고 전한다. 처음엔 사친당(思親堂)이라 했다 하니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는 조준도의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 수 있다.

정자의 바닥모양은 ㄱ자형이나 강물에 접한 절벽쪽 온돌방 위로 맞배지붕을 내고 풍판을 달아서 지붕 모양은 丁자형이다. 절벽 쪽에 마루방 2칸과 온돌방 한 칸, 뒤쪽에 부엌과 한 칸짜리 온돌방이 더 있다. 이는 방호정이 단순한 정자가 아니라 숙식을 겸한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선 이준·조형도·권익·신집 등의 학자들이 모여 학문을 논하고 산수를 즐겼다. 정자 안엔 <방호문집>의 판각이 보관되어 있다.

이 정자를 경영했던 조준도의 효심과 더불어 돋보이는 것은 정자의 위치라 할 수 있다. 신성리 진골 뒷산으로부터 뻗어 내린 산줄기가 길안천으로 잦아들기 직전 힘을 모아 빚은 바위벼랑 위에 앉은 정자는 제법 품위가 있다. 사행천을 굽이돌아 가는 물줄기가 아랫도리를 휘감고 지나는데 바위 아래 곳곳에 제법 깊은 소(沼)도 있으니 주변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다.

일찍이 이곳에 들렀던 학봉(鶴峯) 김성일(金誠一, 1538~1593)은 ‘산골짝은 첩첩이 겹쳤는데/시냇물은 몇 굽이를 흐르느냐/외딴 마을은 골짝 어귀에 있고/높은 정자는 바위머리에 솟았다’고 노래했다.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주변의 상가와 방대교라는 큼직한 다리가 방호정의 풍치를 방해하지 않았다면 가히 부족함이 없는 절경이었을 것이다.

물놀이, 낚시, 다슬기잡이의 천국

방호정에서 물줄기를 따라 백석탄까지 따라가다 보면 물가 주변에 가족과 안전하게 물놀이할 곳이 많다. 곳곳엔 낚시 포인트도 지천이고, 다슬기도 실컷 잡을 수 있다.

하류 고와리에 있는 백석탄(白石灘)은 새하얗게 빛나는 바윗돌이 눈길을 끈다. ‘하얀 돌이 반짝거리는 내’라는 이름 그대로 냇가엔 수천, 수만 년간의 시간이 깎고 다듬은 흰 바위들이 깔려 있다.

15~20m 폭의 길안천 기반암에 형성된 백석탄은 지질학적으론 포트홀(pot hole)을 일컫는다. 이는 오랜 세월 흐르는 물로 인해 하천 암반에 생긴 깊은 구멍을 일컫는 용어. 고와리라는 지명은 이곳의 풍치가 아름다워 ‘와 이리 고운가'라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약어대(約魚臺) 밑으로는 가사연(歌詞淵)이 있어 옛 시인들이 이곳에서 고기를 낚으면서 산자수명함을 노래했다고 한다. 백석탄을 팔경으로 노래한 한시도 전한다.

또한 임진왜란 때인 1593년(선조 26) 고두곡이란 장수가 전쟁터에서 부하를 잃고 이곳을 지나다가 경관에 취해 한동안 마음의 상처를 달랬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백석탄 계곡 언덕 위엔 장군대가 있는데, 김한룡이라는 사람이 조선 인조 때 이곳에 머물 당시 병자호란 때 순절한 부친인 김몽화 장수의 갑옷과 투구를 이곳에 묻었다는 곳이다.

교통 △ 수도권→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 중앙고속도로(대구 방면)→ 의성 나들목→ 5번 국도→ 의성→ 912번 지방도→ 현서→ 안덕→ 방호정→ 신성계곡. 수도권에서 4시간, 광주에서 4시간30분, 부산에서 3시간 소요.

숙식 부남면 대전리 31번 국도 상의 삼자현 고갯마루 북쪽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는 청송 자연휴양림(054-872-3163)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숲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원두막형 야영데크(5,000원)는 비가 올 때도 쾌적한 야영생활을 즐길 수 있다. 산막 사용료는 3만5,000~6만원. 방호정 주변에 방호정식당(054-872-0528), 신성식당(054-872-6298) 등 숙식할 곳이 몇 집 있다. 주로 닭백숙(3만원)과 매운탕(3만원) 등을 차리는데 민박도 같이 친다. 여름 성수기 주말엔 작은 방이 4만원 수준. 방호정에서 백석탄까지 경치는 좋으나 숙식할 곳은 그리 마땅치 않은 편이다. 청송군청 문화관광과 (054) 870-6230, 안덕면사무소 (054) 872-0005.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